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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5월 07일 20시 35분 KST | 업데이트됨 2021년 05월 07일 20시 36분 KST

“더 이상의 '2차 가해'를 막아주세요" 정준영 불법촬영 피해자가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에 담긴 호소

“누구나 원치 않게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뉴스1
가수 정준영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19.3.21

가수 정준영에게 불법 촬영을 당한 피해자가 사건 5년여 만에 ”더 이상 성범죄 피해자가 생기지 않길 바란다”며2차 가해 방지를 위한 입법을 촉구했다.

지난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성범죄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변화를 촉구합니다. 더 이상의 2차 가해를 막아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 씨는 자신이 지난 2016년 불법촬영 혐의로 정준영을 고소했던 피해자라고 밝혔다. 앞서 그는 정씨로부터 불법촬영 피해를 당해 2016년 2월 정씨를 고소했다가 일주일 만에 취하했다.

A씨는 “당시 성범죄 피해자가 되었다는 사실과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을 감당하기 어려웠다”며 “역고소에 대한 두려움, 연예인과 장기 소송전에 대한 부담감으로 고소를 취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목소리를 낼 용기가 부족했지만, 이제는 사실이 아닌 내용을 바로잡고 우리 사회에 2차 가해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자 한다”며 청원을 올리게 된 취지를 밝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 제목 캡처

 A씨는 성범죄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하고 조력하기 위해 사회·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며 정부와 국회에 네 가지 사항을 요구했다.

 

피해자 취재 없이 억측으로 보도한 언론 징계 

첫 번째로 한 유튜브 방송에서 자신을 모욕했던 기자들을 징계해달라고 요구했다. A 씨는 “2016년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로 큰 상처를 입었다”며 “언론은 저를 ‘정준영의 변심으로 홧김에 우발적 고소한 자’와 같은 자극적인 표현으로 소비하고, ‘합의 하에 동영상 촬영한 사람’으로 기정사실화 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러한 내용의 보도를 두고 “어떠한 공익의 가치도 없으며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배려 없는 보도임과 동시에 피해자를 모욕하는 행위가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어 “성범죄 사건의 본질과 무관한 사후 피해자 행동을 언급하고, 피해자에 대한 취재 없이 억측으로 피해자에게 상처를 남긴 한 유튜브 방송 출연 기자들에 대한 강력한 징계를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넷 포털 성범죄 뉴스 댓글 비활성화

피해자는 두 번째로 포털에서 성범죄 뉴스의 댓글을 비활성화해달라고 요구했다. A 씨는 “정준영 사건으로 언론에 다수 언급되면서 무수히 많은 악플에 시달렸다”며 “사건 당시 받아들이기 힘든 수준의 악플로 인해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고 학업도 지속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특히 “수사 진행 중에 사건이 보도되면 피해자가 댓글을 보고 사건 진행을 포기하거나 자신을 탓하고 가해자에게 죄책감을 가지는 등 비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피해자를 비난하고 의심하는 수많은 댓글이 달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피해자를 정서적으로 보호하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 성범죄 뉴스는 댓글창을 비활성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를 ‘2차 가해’로부터 보호할 법적 울타리 필요

세 번째로 촉구한 내용은 성범죄 2차 가해처벌법 입법이다.  A 씨는 “2016년에도, 2019년에도 ‘정준영 동영상’, 피해자 리스트 등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동영상 유출을 우려해 고소했던 피해자의 불법 촬영 동영상을 찾는 2차 가해 행위는 너무나 충격적이었다”며 “그 일을 겪고 저는 더는 이 사회에 살아 있고 싶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피해자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의심, 비난, 그리고 불법 촬영 동영상을 찾아보는 행위 모두 피해자를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 2차 가해 행위”라고 지적했다.

 

성범죄 피해자 개인정보 노출 보호 법안 

마지막으로 그는 민사소송 과정에서 범죄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관련 입법을 촉구했다.

A 씨는 “성범죄 피해 소송 진행 과정에서 가해자에게 피해자의 주소, 개인 정보 등이 그대로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 손해배상을 청구하기조차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이미 관련 법안도 만들어져 있는 것으로 안다. 빠르게 법이 제정돼 시행되기를 간절히 원한다”고 호소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 등이 민사소송 판결문에 피해자 성명과 주소 등 신원을 알 수 있는 내용을 가리게 한 민사소송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피해자는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새로운 입법을 통해 성범죄에 이어 2차 가해 고통을 겪는 피해자가 생기지 않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끝으로 “누구나 원치 않게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청원에 동의해서 성범죄 피해자가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며 글을 마쳤다.

정준영은 지난 2015년 말부터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불법 촬영물을 수차례 유포한 혐의와 2016년 1월, 3월 술에 취한 여성을 집단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2020년 9월 징역 5년형을 확정받고 현재 수감 중이다.

이소윤 에디터 : soyoon.lee@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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