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19년 09월 18일 18시 00분 KST

채식주의가 환경을 위한 최선의 식단은 아닐 수도 있다

고기 뿐 아니라 유제품도 기후에 큰 영향을 준다

AlexRaths via Getty Images
Healthy food selection. Shopping bag full of fresh vegetables and fruits. Flat lay food on table

육류와 유제품을 먹지 않는 것이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이라는 말이 있다.

육류와 유제품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인간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의 14.5%를 차지한다. 미국 등 부유한 국가에서 육류 소비를 줄이지 않는다면 지구 온난화가 위험한 수준에 이르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기후 분석가들은 말해왔다.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 베지테리언이나 비건으로 완전히 전환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환경에 좋은 식단으로 바꾸기 위해 고기를 아예 포기할 필요는 없다는 희소식이 최근 들려왔다.

세계 환경 변화 저널에 실린 새 논문에 의하면 미국에서 동물성 식품이 조금 포함된, 대부분 비건으로 구성된 식단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기후변화가 재앙 수준까지는 가지 않을 정도로 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동물성 식품이 많은 식단을 바꾸어야 한다는 이야기로 인해 사람들은 우리 모두 비건이 되어야 한다고 느끼게 되었다. 현실은 그보다 미묘하다.” 존스 홉킨스 대학교 부교수이며 이번 논문의 공저자인 키브 나크만의 말이다.

나크만의 연구에 따르면 육류나 유제품을 하루에 한번만 먹으면 베지테리언보다도 탄소 발자국을 덜 남긴다고 한다. 베지테리언 식단에는 달걀과 유제품이 하루에도 여러 번 들어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유제품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이 간과될 때가 있어서 그렇다. 우유, 치즈 등 유제품은 주로 소에서 나오는데, 축산업은 토지와 자원을 대량으로 사용한다. 소는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을 배출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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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eford Grass fed beef cattle heifers in drought in rural NSW Australia feeding form feeding trough

물론 한 개인의 식단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은 사람마다 크게 다르다고 식량 및 기후 연구자 타라 가넷 박사는 말한다(이번 연구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아침에 달걀, 점심에 큰 치즈 샌드위치, 저녁에 키시(달걀, 우유에 치즈와 채소 등을 섞은 파이)와 아이스크림”을 먹는 베지테리언 식단과 “아침에 토스트, 점심에 허머스 샌드위치, 저녁에 요거트를 넣은 달(콩요리)”을 먹는 베지테리언 식단은 아주 다르다.

유제품의 “기후 발자국은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옥스포드 대학교의 마코 스프링맨은 말한다. 스프링맨은 베이컨과 햄버거에 세금을 매겨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베지테리언 식단은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해결책이 아닐 수 있다. 물론 비율이 중요하지만, 유제품을 많이 먹는다면 영향이 클 것이다.”

나크만은 이번 연구 결과는 식단에 대한 조언을 꾀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음식을 고르는 것으로 환경에 기여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음을 사람들이 깨닫기 바란다.

나크만에 따르면 사람들이 계속해서 고기를 조금만 먹는 것이 기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시험해 보자는 것은 요리 컬럼니스트 마크 비트먼 때문이었다고 한다. 비트먼은 ‘6시 전까지 비건’ 식단을 고수하는데, 동물성 식품을 하루에 한 끼만 먹는 것이다. 보다 건강한 식사를 하도록 스스로를 격려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나크만도 동물성 식품을 하루에 한 끼만 먹는 식단을 도입했는데, 그는 “3분의 2 비건” 식단이라고 부른다.

“사람들이 식단을 바꾸기 힘들게 하는 가장 큰 장벽은 무언가를 아예 포기하고 식단에서 아예 제외해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기가 힘들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이 먹고 싶은 것을 식단에 포함하되 양을 줄이고, 그와 동시에 온실가스 배출을 크게 줄이자는 목표를 이루는데 동참한다는 건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논문에서 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았으나, 나크만은 미국인 전부가 3분의 2 비건 식단을 도입한다면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이 약 6% 줄어들 것으로 추정한다.

이번 연구에서는 가난한 국가들 영양 공급 및 기아 해결을 위해 동물성 식품을 더 많이 소비해야 하므로 식품 소비에 따른 배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인정한다. 그에 따라 부유한 국가들이 육류 및 유제품 소비를 줄여야 할 압력이 더 커진다.

육류 감소 활동가들도 이 연구를 반기며, 고기가 어디서 어떻게 생산되는지, 대체 식품은 무엇이 있는지 등 육류 소비 감소의 진정한 영향을 결정하는 여러 요인들을 대중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기 양을 줄인다거나 한 주에 먹는 비건 식사 횟수를 늘리는 등,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작은 일이 그밖에도 많다.” 사람과 지구의 건강을 위해 월요일에는 고기를 먹지 말자는 국제 캠페인 미트리스 먼데이(Meatless Monday)의 페기 뉴의 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각자 자기에게 맞는 전략을 찾고 점점 키워가는 것이다.”

나크만은 이번 연구가 앞으로 미국 식단 가이드라인에도 영향을 주길 바란다. 가이드라인은 내년에 개정될 예정인데, 현재는 환경적 요인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 가이드라인은 전국 학교의 점심 식사와 식량 보조 프로그램 등 연방 영양 프로그램의 기반이 되기 때문에 미국인들의 식습관에 큰 영향을 준다. 지역과 주, 전국 단위 건강 증진과 질병 예방 등의 가이드로도 사용된다.

식단은 중요하지만, 식량 체계의 근본적 변화없이는 그 영향은 미미하다. 식량과 토지 사용 연합 보고서는 정부가 기후에 큰 영향을 주는 축산업에 현재 지급하고 있는 매년 7000억 달러의 보조금을 철저히 점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나크만이 보기에 3분의 2 비건 식단은 괜찮은 출발점이다. “이러한 식단 시나리오와 그에 따른 환경 발자국은 우리가 [3분의 2 비건 식단을] 영양 및 문화적 관점에서 어떻게 실현 가능하게 할 수 있는지를 모색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우리의 식단을 지속 불가능한 형태에서 재앙에 가까운 기후변화를 일으키지 않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 HuffPost US의 Why Going Vegetarian Isn’t Necessarily The Best Diet For The Planet를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