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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 선택 급식제'를 도입하는 학교들이 늘어나고 있다

학생들의 채식 기본권을 보장한다.

울산광역시 울산여고 23일 점심 채식 급식.
울산광역시 울산여고 23일 점심 채식 급식. ⓒ울산여고

울산시 울산여고의 23일 점심급식엔 반찬에서도 국에서도 고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고기 없는 월요일’이어서다. 고기는 없어도 참치 김치찌개, 고추장 방어구이, 해물짜장우동, 깍두기, 치커리 생채(자율) 등으로 맛깔나게 식단이 짜였다. 울산 246개 초·중·고교 가운데 94%인 231곳은 올해 10월부터 매달 두 차례 월요일엔 고기 없는 급식을 제공한다. 울산여고 학생 가운데 채식을 원하는 학생 6명은 채식 식단을 선택할 수도 있다.

권범신 울산여고 영양교사는 “채식을 선호하는 학생은 함께 줄을 서서 받을 음식만 담아 오면 맨 마지막에 채식 위주의 대체 음식을 챙겨준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울산 69곳 초·중·고에서 채식 선택 급식제를 하고 있다.

광주시 한 학교의 ‘채식의 날' 시범학교 운영 실태.
광주시 한 학교의 ‘채식의 날' 시범학교 운영 실태. ⓒ윤가비채 광주자연과학고 교사

전국에서 채식 선택 급식을 도입하는 학교들이 늘어나고 있다. 채식 선택 급식제는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온실가스 감축 등 환경운동에 동참하는 교육적 의미도 크다. 학생들의 채식 기본권을 보장하면서, 육류에 편중된 식단을 바꾸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전북도교육청은 지난해 초·중·고교 132곳에서 ‘채식의 날’을 운영했다. 올해도 주 1회 또는 월 2회 ‘고기 없는 식단’을 짠다. 2011년부터 채식의 날 시범학교 20곳으로 출발해 2017년에는 105곳(유치원 포함)까지 늘었다. 2018년부터는 학교장이 자율적으로 채식의 날 운영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2013년엔 채식의 날 시범학교의 채식 식단에서 100가지 채식 요리법을 선별해 <채식, 맛이 보인다>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전북도교육청이 낸 채식 급식 요리 레시피 자료 <채식 맛이 보인다></div> 홍보물.
전북도교육청이 낸 채식 급식 요리 레시피 자료 <채식 맛이 보인다> 홍보물. ⓒ전북도교육청

인천시교육청은 내년부터 초·중·고교 2곳씩 모두 6개 선도학교를 선정해 채식 선택 급식을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2024년까지 인천지역 급식 학교(527곳)의 5분의 1가량인 100곳까지 늘릴 계획이다. 인천시교육청은 채식 급식에 대한 학생 선호도가 떨어지는 점을 고려해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기후변화 대응과 채식 선택 급식 도입의 연관성을 널리 알릴 방침이다. 앞서 올해 8월부터는 영양교사와 외부전문가 등으로 구성한 급식정책추진단을 꾸리고, 채식급식 운영 예시(가이드라인)도 마련 중이다.

채식이 학생들에게 친숙해지려면 교육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가비채 광주자연과학고 영양사는 “광주북성중 재직 때 학생 159명 중 70% 이상이 채식에 반대하다가 채식 관련 전문 강의를 듣고 난 뒤 83%가 찬성했던 것을 보고 채식 교육의 중요성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최종순 시교육청 기후환경협력팀 장학사는 “다음달 10일까지 채식 관련 교육 동영상을 만들어 각급 학교에서 채식 교육의 중요성을 알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광주시교육청은 내년부터 학교 세곳을 대상으로 채식 선택 급식제를 시범 운영할 방침이다.

조길예 기후행동비건네트워크 대표는 “채식을 하게 되면 지구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들고, 단백질은 식물성 식품에서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는 점 등을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에게 널리 알려야 한다”며 “정부가 그린뉴딜의 일환으로 채식을 확장하는 학교에 예산 등에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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