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2020년 08월 17일 10시 00분 KST | 업데이트됨 2020년 08월 17일 12시 34분 KST

전통종이 한지로 만든 '식물성 인조가죽'이 있다 (사진, 인터뷰)

FINDS|생분해되는 인조가죽을 만드는 한국 기업이 있다.

박디터의 FINDS ④|예쁘면서도 친환경적인 것을 추구하는 여러분이 관심 가질 물건들을 조사합니다.

선인장, 파인애플 잎, 버섯, 그리고 한지로 ‘가죽’을 만든다면 어떨까?

Getty Images
자료사진. 한지의 원료 역시 식물인 닥나무 껍질이다.

잔인한 포획과 도살 과정이 알려지면서 동물성 가죽은 패션계에서 점점 과거의 소재가 되어가고 있다. 합성 인조가죽이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원료뿐 아니라 제조 공정에서 플라스틱이 사용되고 배출된다는 점이 한계다. 사람들은 점점 ‘분해되는’, ‘썩는’, ‘내가 죽은 후 지구에 남아있지 않을’ 친환경적인 소재를 찾는다. 그 과정에서 등장한 것이 ‘식물성 가죽’, 혹은 ‘비건 가죽’이다.

 

[Desserto의 선인장 가죽]

 

몇 해 전부터 국내에도 알려지기 시작한 식물성 인조가죽들이 있다. 파인애플 줄기로 만든 ‘피냐텍스(Piñatex)’와 선인장을 가공해 만든 ‘데세르토(Desserto)’다.

스페인 출신 디자이너 카르멘 이요사가 만든 피냐텍스는 파인애플 농장에서 버려지는 잎들을 가공해 만든다. 잘라내면 재생되는 선인장 잎을 가공해 만든 데세르토는 멕시코 사업가들이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자연 원료를 찾다 개발됐다. 이밖에도 버섯의 균사체로 만든 미국의 ‘마일로(Mylo)’와 같은 대체 원단들이 지구 곳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Piñatex의 원료인 파인애플 잎과 그 원단으로 만든 시계 끈]

 

한국에도 식물성 소재로 만든 인조가죽 브랜드가 있다. 전통종이 한지를 겉감으로 활용한 ‘한지가죽’, ‘하운지(haunji)’다. 에디터가 직접 만져보고 살펴본 재질은 기존의 합성 인조가죽과 비슷했다. 광택이 있는 편이었고, 종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지난 8월 13일, 하운지를 만든 한원물산 정우한 대표이사를 만나 한지가죽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

 

- 한지로 가죽을 만든다는 게 신기해요. 혹시 ‘하운지’라는 이름도 한지와 관련이 있나요? 한지가죽의 특징도 설명해주세요.

= 네, 맞아요. ‘하운지(haunji)’는 한지를 외국인이 발음하기 쉽게 바꿔 만든 이름이에요. 한지가죽의 특징은 매우 가볍다는 거예요. 다른 인조가죽보다도 가벼워요. 큰 장점이죠. 요즘은 친환경 못지 않게 경량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추세거든요. 가방은 특히 더 가벼운 소재를 선호하시더라고요. 출근할 때와 퇴근할 때 가방의 무게감은 완전히 다르니까요.

 

- 어떻게 한지가죽을 만들게 되셨어요?

= 한지 원단은 원래 있긴 했어요. 공예 목적으로 수작업을 해 한 장씩 만드는 방식이었죠. 하지만 공장에서 대량생산을 하고, 본격적으로 제품 소재로 쓰인 적은 없었어요. 이걸 업그레이드해서 자연친화적인 소재로 만들면 시장성이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HUFFPOST KOREA/SUJEAN PARK
한지가죽 하운지

- 만드는 과정을 설명해주세요. 

= 우리가 보통 쓰는 한지를 그대로 쓰는데, 겉감에만 씁니다. 안감은 면이고요. 면 중에서도 내구성이 강한 면을 써요. 면과 한지로 원단을 만들면 그 위에 친환경적인 특수 수용성 코팅을 합니다. 생활방수가 잘 되고, 통기성도 좋은 편이에요. 한지와 면으로 만들었으니까요. 피냐텍스(파인애플 잎 소재 원단)와는 제조 방법이 다릅니다. 둘 다 ‘식물성 인조 가죽’으로 분류돼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요.

HUFFPOST KOREA/SUJEAN PARK
하운지로 만든 가방

- 최근 들어서 파인애플 잎, 선인장 잎으로 만든 원단처럼 ‘식물성 인조가죽’이 관심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 친환경이 세계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죠. 전에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재활용해 만드는 인조가죽에 관심을 가졌다면, 이제는 처음부터 생분해가 되는 ‘지속가능한’ 소재를 쓰고자 하는 욕구가 커진 것 같아요. 피냐텍스가 외국에서 유명해지면서 대안적인 소재를 찾는 분들이 한지가죽도 많이 알게 되신 것 같고요.

한지가죽은 썩을 수 밖에 없는 원단이에요. 닥나무가 원료인 한지, 자연섬유인 면을 사용하고 또 수성 코팅을 하고 있어서 친환경적이죠. 생분해하기까지 얼마나 걸리는지에 대해서는 현재 테스트를 의뢰해놓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 한지가죽으로 만든 제품들은 어떤 게 나와있나요?

= 지난 봄에 다인컴퍼니에서 한지가죽을 원단으로 만든 스니커즈를 펀딩으로 판매해서 5300만원 정도, 800켤레 가까이 팔렸어요. 그때 구매하신 분들이 꼽은 가장 큰 구매 이유가 ‘가볍다’는 것이었죠.

코로나19 이후로 한지가죽의 통기성과 닥나무의 항균 효과를 강조해서 마스크 파우치를 만든 대학생도 있었어요. 와디즈에서 펀딩을 성공하고, 지금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도 팔리고 있을 정도로 호응이 컸죠.

스튜디오 톰보이에서는 얇은 원단으로 블라우스를 만들기도 했어요. 이렇게 기존 소재를 벗어나고 싶어하고, 지속가능한 소재라는 새로운 니즈에 맞춰가려는 기업이나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한지가죽을 찾고 계세요.

[하운지를 사용한 STUDIO TOMBOY의 ‘에코 레더 블라우스’]

instagram/papper.studio
[하운지를 사용한 페퍼스튜디오의 카드지갑]
HUFFPOST KOREA/SUJEAN PARK
[하운지를 사용한 Maskeep의 마스크 파우치]

- 혹시 개인이 한지가죽을 소량 구매할 수도 있나요? 가격은 얼마인가요?

= 개인에게는 2야드 단위로 판매합니다. 두께와 디자인 같은 세부사항에 따라 가격이 다르고요. 야드당 1만4000원부터 3만5000원까지입니다. 

홍보를 따로 하지는 않았지만 저희 회사에 전화하거나 찾아와서 소량으로 사간 분들, 특히 대학생들이 많이 있었어요. ‘이런 제품을 만들고 싶은데 어떤 원단이 좋겠느냐’ 전화주시면 저희가 상담을 통해서 적당한 종류를 추천해드리는 방식으로도 판매했고요. 저희가 동대문에 매장이 있거나 다른 도시에 쇼룸이 있는 게 아니니 원단을 실제로 보시려면 현재 판매되는 상품을 보시거나, 저희 회사로 오셔야 합니다.

한원물산 hanwonms.com

이메일: hanwonms@naver.com

전화: 031-542-8814

팩스: 031-542-8813 

주소: 경기도 포천시 가산면 정교1길 9

[Bold Threads사의 버섯균 원단 ‘Mylo’]

다른 식물성 인조가죽 브랜드 인스타그램 가기

피냐텍스(Piñatex)

데세르토(Desserto)

마일로(Bolt Threads사의 Mylo)

 

*대화는 명료한 전달을 위해 축약, 정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