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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슨이 ‘차이슨 돌풍’에 눈감는 까닭은?

다이슨 청소기(왼쪽)과 디베아 차이슨 청소기(오른쪽)
다이슨 청소기(왼쪽)과 디베아 차이슨 청소기(오른쪽)

영국산 고가 전자제품 다이슨을 모방한 중국산 전자제품 ‘차이슨’들이 국내에서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한결같이 ‘적당한’ 수준의 성능을 갖췄으면서 값은 다이슨의 10분의 1에 불과하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더욱 주목되는 부분은 다이슨이 이를 문제 삼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기술과 디자인 등 지적재산권 침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다이슨이 유독 중국산 ‘짝퉁’ 제품에 대해서는 왜 눈감는 것일까.

영국에 본사를 둔 다이슨은 2008년 우리나라에 진출했다. 색다른 디자인과 뛰어난 성능으로 진공청소기와 헤어드라이어, 선풍기, 공기청정기 등 생활 전자제품 분야에서 고가 시장을 만들어냈다. 이 시장은 지난해 엘지(LG)전자와 삼성전자가 다이슨과 비슷한 고가 무선 진공청소기를 내놓으면서 크게 확대됐다. 디베아·아이룸 같은 중국산 제품도 이를 틈타 국내 판매를 크게 늘렸다. 네티즌들은 다이슨과 엇비슷한 디자인에 가격은 10분의 1 수준인 이들 제품을 ‘차이슨’이라 이름 지었다. 차이슨 무선청소기가 우리나라에 진출한 것은 3~4년 전이지만,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판매가 늘기 시작했다. 지(G)마켓에 따르면, 차이슨 무선청소기는 지난해 판매 대수가 전년 대비 133배 늘었고, 올해는 지난해보다 34배나 많이 팔리고 있다.

차이슨 돌풍에도 불구하고, 다이슨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다이슨 관계자는 “다이슨과 비슷한 모양의 중국산 제품이 국내 시장에서 많이 팔린다고 본사에 보고했지만 별다른 지침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다이슨이 무선청소기를 출시한 엘지전자를 상대로 지난해 부당광고 소송을 제기하고, 2014년엔 삼성전자 무선청소기에 대해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던 것과 사뭇 다른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이슨은 디자인과 뛰어난 기술로 성공한 회사답게, 자사 제품의 특허 침해나 타사의 모방에 매우 엄격한 편인데, 중국산 제품에는 유독 별 반응이 없다”고 말했다.

이유는 세 가지가 꼽힌다. 먼저 구매 고객층이 다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차이슨 제품을 사는 사람들을 조사해 보니, 주로 오피스텔 등에 사는 1인 가구가 많았다”며 “이들은 차이슨이 아니더라도 청소기나 드라이어 하나에 50만원이 넘는 돈을 지출하지 않는 계층”이라고 말했다. 10만원대 청소기를 찾는 이들과 50만원 이상의 고가 청소기를 사는 이들이 서로 달라 매출에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문제제기를 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는 것이다.

차이슨이 주목받는 게 다이슨의 매출 확대에 도움이 된다는 분석도 있다. 차이슨에 대한 관심이 결국 다이슨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고 본다는 것이다. 전자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블로그나 카페 등에 다이슨과 차이슨 제품을 비교하는 동영상이 많은데, 결국은 성능 차이가 드러난다”며 “차이슨이 입길에 오르는 게 다이슨 입장에서는 좋은 홍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고객층이 다른 상황에서 홍보 효과까지 거두니 굳이 차이슨을 견제할 까닭이 없는 것이다.

디자인·특허 침해 소송 등을 걸어도 이기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차이슨 제품은 다이슨과 전체 이미지가 비슷하지만 세부 핵심 디자인이 달라 소송을 해도 이길 가능성이 크지 않다. 실제 차이슨 제품을 보면, 색깔이나 구조 등이 다이슨 제품과 전반적으로 비슷하지만, 손잡이나 먼지통 등 핵심 부품이 차이가 있다. 차이슨에는 다이슨의 특허인 사이클론 기술도 적용되지 않았다. 법무법인 태산의 이은철 변호사는 “디자인권을 침해했는지 여부를 판단하려면 지배적인 특징을 기준으로 심미감이 동일한지 살피는데, 이를 추출해 어필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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