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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 트랜스젠더, 아시아계이면서 유대계인 배우 첼라 맨은 할리우드의 변화를 보여준다

넷플릭스xDC코믹스 '타이탄' 시즌2 배우

  • Cole Delbyck
  • 입력 2019.06.17 16:06
  • 수정 2019.06.18 09:49
ⓒLaurel Golio for HuffPost

Photo by Laurel Golio

[뉴욕=허프포스트 미국] 할리우드 영화에서 슈퍼히어로는 대부분 외딴 섬에 버려졌거나 우주 방사선을 맞은 이성애자 백인 남성들이었다. 하지만 ‘블랙 팬서’와 ‘원더 우먼’ 같은 영화들의 성공은 이제 관객들이 뻔한 내러티브보다는 틀을 깨는 캐릭터들을 선호하기 시작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암시한다.

배우이자 아티스트인 첼라 맨(20)은 중국계이자 유대계이며 트랜스젠더인 청각장애인이다. 그는 자신의 정체성이 슈퍼히어로물과 같은 블록버스터는 고사하고 어떤 영화에서도 제대로 나온 것을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가 ‘타이탄’(Titans) 시즌 2에서 말을 못하는 정의의 사도 ‘제리코’ 역을 맡으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DC 유니버스 사상 처음으로 슈퍼히어로를 연기하는 장애인 트랜스 남성 배우가 된 것이다.

‘제리코’에 대한 설명을 보면 이 캐릭터가 마치 첼라를 위해 만들어진 역할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스칼렛 요한슨 등의 배우들이 트랜스젠더 역을 맡았다가 논란으로 철회하는 일련의 사건들을 목격해온 지금, 첼라 맨이 캐스팅된 것은 할리우드가 비로소 대표성을 이해하게 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활동가, 모델, 소셜미디어 스타인 첼라는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꾸준히 팔로워를 늘려왔다. 첼라는 자신의 삶과 인간 관계, 성전환 등 거의 모든 것들에 대한 솔직한 영상과 포스팅을 올렸고, 이를 통해 그의 다양한 정체성이 ‘페티시의 대상이 되는 특이함’이 아닌 일상의 현실임을 당당히 보여주었다.

첼라는 자기가 속한 커뮤니티의 자부심을 높이고 젊은 LGBTQ들의 롤 모델이 되겠다는 확고한 결심을 품고 있다. 그는 정작 자기가 어렸을 때는 롤 모델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허프포스트는 첼라를 만나 영웅이란 무엇인지, 그가 그리는 미래는 어떤 것인지 이야기했다.

 

-‘타이탄’에 캐스팅되었다는 발표가 나왔을 때 인터넷 일부에선 난리가 났다. 연기를 하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무엇이었나?

=마침내 이 몸이 내 몸으로 느껴지고, 내면 뿐 아니라 외면의 모습도 내가 생각하는 모습이 되자 나는 내가 누구인지를 알아내는 것뿐 아니라 다른 인격도 실험해볼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연기란 내게 완벽하게 어울리는 일이었다.

 

 

-우리가 흔히 보는 퀴어의 삶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고, 암울한 면이 많다. 하지만 당신은 솔직하게 슬픔과 괴로움, 기쁨과 많은 면들을 소셜미디어로 보여준다.

=내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했을 뿐이다. 나뿐 아니라 스마트폰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스로를 드러낼 수 있다. 대기업들이 “어, 이건 마음에 안 들어”라며 검열하는 일도 없다. 누구에게도 맞춰줄 필요가 없고, 우리가 무엇을 공유할지는 각자의 선택이다.

 

-당신은 미국사회에서 여러 소수자의 정체성을 갖고 있다. 당신이 속한 모든 커뮤니티를 대변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혹시 있는가?

=나는 내가 모두의 싸움을 대신해줄 수는 없다는 점을 늘 생각하려 한다. 모든 정체성의 모든 관점 하나하나를 전부 다 공유하기란 불가능하다. 내가 알고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은 그중에서도 내가 가진 것들 뿐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은 각자 다른 경험을 가지고 있고, 그걸 한 사람이 늘 보여줄 수는 없다. 그럼에도 나 개인을 가시적으로 만들려는 이유는 그런 하나하나의 노력이 또다른 경험을 가진 또다른 개인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청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이 스스로의 젠더 정체성과 섹슈얼리티를 이해하는데 혹시 도움이 되었는가?

=역경을 극복하는 경험은 다음 장애물을 넘는데 도움이 된다. 내 경우에는 이것 다음에 저것이라기보다는 한꺼번에 전부 마주쳤던 것 같다. 청각은 의학적인 것이기 때문에 설명할 수 있는 말이 있었고, 그걸 알려줄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젠더 정체성과 섹슈얼리티의 경우 아무도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혹은 이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인지를 말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정체화가 더 오래 걸렸다.

청각 상실은 내게 언어의 힘을 깨닫게 해주었고, 아마 무의식적으로는 앞으로 내 퀴어 정체성을 정확히 표현하는 게 얼마나 중요할지를 깨닫게 해준 듯하다.

 

-직접 메이저 영화 스튜디오를 운영한다면 어떤 이야기들을 보고 싶은가?

=나 같은 사람이 나오는 러브 스토리는 없다. 실제로 트랜스젠더이거나 장애인이 장애가 있는 트랜스를 연기하는 걸 보고 싶다. 그런 캐릭터들이 사랑에 빠지고, 그에 따라 생기는 문제들을 극복하는 이야기를 나는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기다려왔다.

ⓒLaurel Golio for HuffPost

 

 

-할리우드, 얼른 그런 로맨틱 코미디를 내놔!

=그렇다! 나는 기다리고 있다! 내 여자친구와 내가 사랑에 빠진 이야기도 언젠가는 써보고 싶다. 우리는 아주 많은 고정관념을 깼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 데이트 신청을 했을 때는 테스토스테론을 사용하기 전이었다. 그녀는 굉장히 이성애자 같은 외모였지만, 외모와 섹슈얼리티는 절대 같지 않다. 그 이후 그녀는 나와 소통하려고 수화를 배웠고, 내가 성전환을 하는 내내 내 옆에 있어주었다. 나는 내가 그런 사랑을 받을 만하다고도,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고도 생각하지 못했다.

 

-최근 들어 대표성을 갖지 않는 배우, 즉 시스젠더 배우가 트랜스젠더 역할을 연기한다거나 이성애자가 동성애자 역할을 연기한다는 것에 대한 반발과 논의가 뜨겁다. 당신의 의견은 어떤가?

=장애인 역할의 5%만이 장애인 배우에게 간다. 여러 해 동안 어려움을 겪어보지 않았고 그 정체성이 어떤 의미인지 깊이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역할을 맡게 된다면 잘못 보여지기가 쉽다. 그 정체성의 경험을 실제로 가진 사람을 고용하라. 역할을 맡지 못하는 소외된 이들이 정말 많다. 트랜스젠더들이 시스젠더 역할을 맡고, 청각장애인이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캐릭터를 맡게 되지 않는 이상, 우리는 우리 정체성과 일치하는 역을 맡을 기회를 동등하게 얻어야 한다.

 

-트랜스젠더 또는 청각장애인에 대한 선입견들에 대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선 성전환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또는 여성에서 남성으로만 한다는 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또 의료적으로 성전환하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덜 트랜스는 아니라는 것도 말하고 싶다. 이분법적인 선입견은 그 사이에 있는 아주 많은 사람들의 경험을 부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청각장애 역시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다는 걸 알길 바란다. 아무것도 못 듣거나 다 듣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건 오해다. 그 중간에 있는 나 같은 사람도 있다.

 

(*인터뷰 답변은 명확한 전달을 위해 편집되었습니다.)

 

*허프포스트코리아가 허프 국제 에디션들과 함께 진행한 프라이드의 달 프로젝트 ‘프라이드를 외치다 Proud Out Loud’의 일곱 번째, 미국편 인터뷰입니다. 다른 인터뷰들은 여기에서 더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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