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20년 07월 30일 14시 21분 KST

미국 하버드·MIT 연구자들이 신종 코로나 '수제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공식 백신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는 게 이유다.

시민과학인가, 불법의료인가?

미국의 일부 연구자들이 공식 백신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며, 코로나19 백신을 직접 만들어 코로나 공포로부터 벗어나겠다고 나섰다. 불법성과 안전성을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미국의 기술매체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29일 미국 유명 대학인 하버드대와 MIT 출신 연구자를 중심으로 한 20여명이 수제백신 개발·접종에 참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이미 자체적으로 제조한 `코로나19’ 수제백신(DIY 백신)을 접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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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백신에 자신의 몸을 실험용 생쥐로 내놓은 셈이다. 이들 가운데는 동물 복제, 유전자편집 등 유전과학 분야의 스타 과학자인 하버드대의 조지 처치 박사도 있다. 처치 박사는 이달 초 1주일 간격으로 수제 백신을 두 차례 접종했다. 그는 자신의 사서함에 배달된 백신 성분을 가져다 직접 혼합했다고 한다.

이 백신 개발자는 하버드대 대학원생 출신이자 그의 제자인 프레스턴 이스텝(Preston Estep)이다.

`리뷰’에 따르면, 지난 5달 동안 한 번도 집밖으로 나가지 않았던 그는 자신의 제자가 만든 백신이 안전하다고 믿고 있다. 그는 ”사람들이 코로나19을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것 같다”는 말로 수제백신을 접종한 이유를 밝혔다.

4개월 만에 제조법 완성…온라인에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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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드백(RADVAC=Rapid Deployment Vaccine Collaborative, 신속보급백신연대)이라는 이름의 이 그룹은 이스텝의 주도 아래 지난 3월 출범했다. 당시 이스텝은 자신의 지인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백신이 나오기까지 12~18개월 걸린다는 점을 지적하며 직접 개발하자고 제안했다. 바이러스에 관해 이미 충분한 정보가 공개돼 있으므로 독자적인 개발이 가능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그는 곧바로 자원자들을 모았다. 그 중 다수는 과거 처치 박사 연구실의 개인게놈프로젝트(PGP)에서 일했던 이들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사람들의 DNA 염기서열을 분석해 그 결과를 온라인에 공개하는 것을 목표로 2005년에 출범했다.

DNA 분석 기업 베리타스 제네틱스(Veritas Genetics) 창업자이기도 한 이스텝은 자원들 가운데서 백신 개발을 위한 핵심 그룹을 조직했다. 이들은 백신 설계를 위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인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 그리고 다른 두가지 코로나 감염병에 대한 백신 보고서를 샅샅이 훑었다. 이들은 이어 실험실을 빌리고,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물질들로 만들 수 있는 단순 제조법을 찾기 시작했다. 백신 제조에 쓰일 물질은 우편으로 주문해 받았다.

마침내 백신 제조법을 완성한 이들은 7월 초 온라인에 백신 제조법이 포함된 48쪽 분량의 백서를 공개했다. 백서 내용은 자기 책임 하에 누구나 가져다 쓸 수 있다. 백서에는 네명의 실명 저자와 12명의 익명 저자가 명기돼 있다.

효과에 대해선 언급 없어…전문가들 우려 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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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드백의 백신은 병원체의 일부를 이용한 서브유닛 백신이다. 서브유닛 백신이란 바이러스를 구성하는 물질을 쓰기는 하지만 질병을 유발하지는 않는 단백질 조각 백신이다. B형 간염, 유두종 바이러스 백신이 서브유닛 백신이다. 현재 미국 제약업체 노바백스가 개발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도 이 유형에 속한다. 노바백스는 최근 미국 정부의 신속승인 절차인 `초고속작전′ 계획에 따라 미국 정부로부터 16억달러 지원을 약속받았다.

이들이 개발한 백신은 주사형이 아닌 코 흡입형이다. 흡입 방식은 주사보다 접종이 쉽다. 이들은 코 흡입이 쉽도록 새우 껍질 물질인 키토산과 백신 성분을 혼합했다. 처치 박사에 따르면 개발중인 199개 백신 가운데 고작 5가지만이 코 흡입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리뷰’는 ”코 흡입 백신은 기도 조직에 국소 면역 반응을 유발할 수 있지만 점막 부위의 면역을 확인하려면 조직 생검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백신 물질을 제공한 사람은 70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스텝은 이들 중 얼마나 많은 사람이 백신을 투여했는지는 모른다고 밝혔다.

래드백 그룹은 아직 백신의 효과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처치 박사는 하버드대 실험실에서 그에 대한 연구가 진행중이라고만 밝혔다. 이스텝은 ”약간 복잡하다, 보고서를 낼 준비는 안 돼 있다”고 말했다.

수제백신 개발 소식을 접한 일부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 제약업체 와이어스(Wyeth)의 백신 개발 책임자 출신 조지 시버(George Siber)는 `리뷰′ 인터뷰에서 서브유닛 백신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는 위험도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대 생명윤리학자 아서 카플란(Arthur Caplan)은 이들을 `궤도를 이탈한 미치광이들‘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들의 노력은 `그릇된 열정’이라며 백신도 해로울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합법인가 불법인가…미 식품의약국 아직 무응답

이들이 개발한 수제백신은 불법일까 합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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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텝은 합법이라고 생각한다. 감염 위험을 줄이는 또 하나의 도구를 제공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스텝은 그룹 회원들이 스스로 백신을 제조하고 접종하는 것인데다, 돈을 주고받지 않았기 때문에 당국의 감독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스스로 만들어서 스스로 접종하는 건 누구라도 막을 수 없다는 얘기다. 그는 법적인 검토를 거쳐, 백신 수령자는 만 18세 이상이어야 하며 스스로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면책조항을 백서에 명시했다고 밝혔다.

`리뷰‘는 그러나 방향을 제시하고 심지어 백신을 공급하는 것은 법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 식품의약국은 신약 승인이라는 절차를 통해 신약을 시험할 권한을 갖고 있는 당국이지만 래드백 그룹은 당국에 승인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윤리위원회 검토도 거치지 않았다. 식품의약국은 백신의 합법을 묻는 `리뷰’의 질문에 아직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고 있다.

사실 세계 백신학계에서는 쉽고 빠르게 원하는 데이터를 쉽고 빠르게 얻기 위해 백신 연구자들이 스스로 백신을 접종하는 일이 드물지 않다.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 가오푸 소장은 지난 26일 기자회견에서 향후 백신이 승인될 경우 사람들의 백신 접종을 촉진하기 위해 스스로 실험용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가운데 하나를 맞은 사실을 공개했다.

제약기업 큐어백의 공동창업자인 독일 튀빙겐대의 한스 게오르그 라멘시(Hans-Georg Rammensee)도 개발 중인 백신에 대한 예비 결과를 신속하게 얻기 위해 올해 초 자신의 복부에 코로나19 백신을 주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리뷰’와의 인터뷰에서 ”면역학 전문가로 그런 행위의 위험과 영향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라며 ” ”만약 교수가 박사후 연구원에게 백신을 맞으라고 한다면 범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연구자들이 주도하는 수제백신 개발 움직임에 미 식품의약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