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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비트가 해명해야할 정말 중요한 의문

1. 존재하지 않는 코인을 장부상으로만 거래한 의혹

ⓒAntiv3D via Getty Images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을 계기로 거래소의 지갑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검찰이 구체적인 압수수색 사유를 공개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업비트가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 코인을 장부상으로만 거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배경에도 지갑 문제가 있다.

 

암호화폐 지갑이란?

암호화폐는 블록체인 기술로 암호화된 분산원장(distributed ledger)에 어느 참여자(또는 노드)가 얼마만큼의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는지 기록해두는 시스템이다. 지갑은 이 분산원장에 기록된 정보를 열람(인터넷뱅킹의 ‘잔고조회’를 떠올리면 된다)하고, 거래를 할 수 있는 기능(인터넷뱅킹의 ‘계좌이체’와 같다)을 갖춘 애플리케이션이다. 암호화폐를 개발하는 재단이 공식적으로 제공하는 지갑도 있고, 모든 암호화폐가 오픈소스로 공개된 만큼 이를 이용해 제3자가 만든 공개형 지갑도 있다. ‘bitcoin.org’나 ‘마이이더월렛’ 등이 이런 공개형 지갑이다.

하지만 지금 업비트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지갑은 이런 지갑이 아니다. 위에서 설명한 지갑은 블록체인에 직접 연결된 ‘온체인’ 지갑인 반면, 업비트 등 거래소들이 회원들에게 제공하는 지갑은 해당 암호화폐의 블록체인과 연결되지 않은 ‘오프체인’ 지갑, 즉 거래소 내부용 지갑이다.

온체인 지갑은 거래를 실행할 경우 블록체인에 기록이 되지만, 오프체인 지갑은 해당 거래소 내부 장부에만 기록이 남는다. 업비트 안에서 암호화폐 거래가 아무리 많이 일어나도, 즉 업비트 회원들 사이에 어느 암호화폐의 주인이 아무리 여러 번 바뀌어도 해당 기록은 오프체인 지갑과 거래소 내부 장부에만 남을 뿐, 블록체인 상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회원이 업비트의 오프체인 지갑에서 다른 거래소(또는 다른 온체인 지갑)로 암호화폐를 옮기겠다고 ‘이체’ 주문을 해도, 이는 회원이 업비트에 자신의 의사를 전달한 것일 뿐 실제 블록체인 상에서 이체를 실행시키는 것은 아니다. 업비트가 회원의 주문에 따라 자신의 온체인 지갑에서 다른 거래소의 온체인 지갑으로 블록체인 상의 거래를 체결해야 비로소 이체가 된다.

오프체인 지갑이 사용되는 이유는 현재 블록체인 기술의 한계 탓이다. 온체인 상에서 거래가 체결되기까지 암호화폐에 따라 짧게는 몇 분, 길게는 며칠이 걸리기도 한다.(물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세계의 수많은 개발자들이 노력하고 있다.) 시시각각 큰 폭으로 변동하는 암호화폐 시세를 감안하면, 거래가 체결될 때까지 한참을 기다려가며 온체인상에서 암호화폐를 사고파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의혹의 원인: 업비트엔 오프체인 지갑이 없다

업비트에 대해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는 지갑을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년 10월 문을 연 업비트는 미국의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렉스와 제휴를 맺었다. 비트렉스와 API를 연동해 C2C(비트코인, 이더리움, USDT 등 암호화폐로 다른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것)로 137개 코인 거래가 가능하다.

업비트가 자체적으로 거래를 체결하는 원화마켓(원화로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것)에서는 현재 47개 코인이 거래된다.

업비트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원화마켓에 상장된 코인 중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주요 암호화폐만 지갑을 제공했다. 11월에 상장된 네오, 리스크, 오미세고 등은 원화마켓에 상장한 뒤 1달 이상 지나서야 지갑이 제공됐다.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거래 중인 모든 코인의 지갑을 상장과 동시에 제공한 것과 대비된다. 이후 업비트는 순차적으로 지갑을 늘려 지금은 47개 가운데 1개(디크레드)만 지갑이 없는 상태다.

지갑주소가 공개되지 않은 암호화폐들. 
지갑주소가 공개되지 않은 암호화폐들.  ⓒ업비트

거래소가 회원들에게 상장된 코인의 지갑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실제 코인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역으로 지갑을 제공했다고 해서 실제로 코인이 존재한다는 뜻도 아니다. 거래소가 회원들에게 제공하는 지갑은 어차피 코인들의 블록체인과 상관없는 내부 장부를 반영하는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업비트가 지갑을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고객들이 자신이 산 코인을 다른 거래소나 다른 온체인 지갑으로 이체할 수 있는 길을 원천적으로 막아둔 것이다. 이 때문에 “실제 존재하지 않는 코인을 팔았으니까 고객이 코인을 외부로 옮기지 못하도록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다.

2017년 11월에 상장한 네오의 경우 올 3월에 지갑주소가 공개됐다.
2017년 11월에 상장한 네오의 경우 올 3월에 지갑주소가 공개됐다. ⓒ업비트

두나무 쪽은 지갑 문제와 관련해 “현재 원화마켓의 경우 1개 암호화폐를 제외한 모든 암호화폐의 지갑을 공개했으며, C2C 마켓을 포함할 경우 약 64%의 암호화폐의 지갑이 공개됐다”며 “고객의 요청에 따른 우선순위에 따라 지갑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최대한 빨리 모든 암호화폐 지갑을 공개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개발기업 엑스블록체인시스템즈 권용석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 정도라면 특정 암호화폐 지갑을 개발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업비트가 상장한 암호화폐의 수가 워낙 많은 만큼 이를 안정화하고 테스트하는 데 물리적인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피할 수 없는 질문: 신규 상장 코인은 누구 것인가

업비트는 고객들의 암호화폐가 모두 내부 지갑에 문제없이 보관돼 있다는 입장이다. 연초에 모든거래를 일시 중단시키고 장부상 암호화폐와 실제 보유한 암호화폐의 수량이 일치하는지 확인을 마쳤다는 말도 나온다.

업비트의 이런 해명을 모두 받아들인다고 해도 해소되지 않는 의문이 남는다. 새로 코인을 상장할 때 지갑이 없으면, 다른 거래소에서 해당 코인을 사서 이미 보유하고 있던 투자자들이 업비트로 코인을 보내 매도 주문을 넣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럼 코인 신규상장 때마다 폭발적으로 거래된 그 많은 코인은 도대체 어디서 왔다는 말인가? 업비트가 상장 전에 미리 확보해둔 코인을 회원들에게 판매하는 것 말고는 다른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익명을 요청한 한 거래소 관계자는 “업비트가 고객들 사이에서 거래를 중개한 것이 아니라 고객들에게 코인을 판 것으로 보인다. ‘펌프 앤 덤프’(시세조종을 통해 가격을 끌어올린 뒤 한 순간에 팔아치우는 것)에 직접 가담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또다른 거래소 관계자는 “초기에 장을 형성하기 위해서 거래소가 보유한 물량을 푸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그럴 경우에는 고객들에게 이를 공지해야 마땅하다. 그렇지 않고 사전 보유 물량을 팔아 막대한 시세차익까지 챙겼다면 ‘내부자 거래’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소가 자체적으로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처분하는 것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도 원칙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에는 빗썸이 2017년 말 기준 전체 고객 예치 규모의 7%에 해당하는 4159억원 어치의 코인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감사보고서를 통해 처음으로 드러났다. 거래소들의 자율규제안을 만든 블록체인협회도 아직 이 문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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