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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등록 이민자 최초로 '로즈장학생'이 된 이 한국계 학생

7살 나이에 부모 따라 미국으로 이주했다

  • 김태성
  • 입력 2018.11.21 12:18
  • 수정 2018.11.21 12:23
2019년 로즈장학생 박진규는 7살 나이에 부모 따라 미국으로 이주했다.
2019년 로즈장학생 박진규는 7살 나이에 부모 따라 미국으로 이주했다. ⓒCOURTESY OF JIN PARK

하버드대 4학년생 박진규씨는 세계에서 가장 영예로운 장학금으로 꼽히는 로즈장학생으로 이번에 선발됐을 뿐 아니라 새로운 역사까지 만들었다. 

지난 토요일 로즈제단이 발표한 2019년 장학생 명단에는 박씨의 이름이 포함돼 있었다. 미등록 이민자로는 최초의 로즈장학생이 된 셈이었다.

2018년은 로즈제단이 미국 정부의 ‘불법체류청년 추방유예제도(DACA)’ 프로그램 수혜자의 장학금 신청을 처음 접수한 해였다. 뉴욕 플러싱이 집인 박씨는 로즈장학생으로 뽑혔다는 사실에 처음에는 얼떨떨했다고 허프포스트에 말했다.

″소식을 접한 순간 모든 게 정지한 느낌이었다. 행복한 느낌도 슬픈 느낌도 아니었다. 로즈장학생으로 선발됐다는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고 감정적으로 소화하는 데는 몇 시간이 걸렸다. 마음의 평온을 되찾은 뒤에나 가능했다. 그렇게 정지됐던 내 마음은 감사의 물결로 변했다. 부모님과 내 커뮤니티, 내 도시 뉴욕, 내 국가 미국에 대한 사랑과 고마움으로.”

분자생물학이 전공인 그의 이력은 참으로 대단하다. 어려운 학교공부는 물론 불법체류 학생들의 대학 등록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하이어 드림스’와 시민권 취득 도우미 단체인 필립스브룩스하우스협회의 차이나타운 시민권 프로그램에서도 자원봉사를 한다.

그는 또 하버드대 학부연구저널의 편집장을 지냈으며 MIT 코크통합암연구센터의 연구조교로 일했다. 박씨는 미국 이민자들에 대한 대중매체의 편견 완화가 목적인 비영리 문화단체 ‘미국인의 정의(Define American)’의 캠퍼스 코디네이터로도 활동했다.

박씨의 희망은 의료계 분야에서 성공하는 거다. 그러나 그의 학과 외 활동 범위를 보면 이민자로서의 체험이 그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는 만 7살 나이에 부모와 함께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했다. 박씨의 아버지는 식당일을 하며 어머니는 네일샵에서 일한다.

박씨는 2018년 하버드 졸업생들에게 다음과 같은 농담을 던졌다. ”그러므로 한국식당에서 식사한 적이 있거나 뉴욕에서 매니큐어를 받아본 적이 있다면 당신은 의도적이든 아니든 폭스뉴스가 말하는 불법이민자의 교육을 일부 지원한 거다.”

미등록 이민자라는 신분때문에 사회적으로 방황할 수밖에 없었다는 그는 자신의 신분에 대해 늘 솔직할 수 없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자라면서 ”경찰이나 법계인들 근처에서는 장난 놀지 말라”는 소리를 늘 들었다고 허프포스트에 말했다. 고향/출신 이야기도 무조건 피하라고 배웠다는데 이민자 신분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질 위험 때문이었다.

박씨는 이제 미등록 이민자들을 위해 공개적으로, 적극적으로 투쟁하는 운동가로 변신했다. 그는 대중매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중매체는 이민 이슈가 매우 복잡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더 섬세하게 다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민 문제’ 하면 무조건 라틴계를 떠올리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인구는 아시아계 미국인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그는 그 예로 ‘미등록 이민자’와 자신 같은 한국계 미국인을 연관 짓는 경우는 드물다며, 미등록 이민자의 삶을 한 민족이나 한 인종에 국한해 묘사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 이민 역사는 인종적으로 매우 구분돼 왔다. 이민제도가 라틴계들에게 특히 큰 타격을 입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미등록 이민이란 사회현상에는 모든 미등록 이민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표현할 수 없다는, 자기 삶을 있는 그대로 살 수 없다는 걱정과 두려움을 모든 미등록 이민자는 공유한다. 그래서 나는 미등록 이민자들에 대한 대화를 오히려 더 복잡하게 여겨야 한다고 믿는다.”

그는 ”매우 해로운 의제를 가진 미국 대통령이 이민 문제를 무기로 삼는 이 시점”에 미등록 이민자들의 실제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는 건 더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로즈장학생으로 선발된 박씨는 하버드대 졸업 후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교육을 이어가게 된다. 그는 현 정권 아래서 고생하는 미등록 이민자 학생들에게 자신의 뿌리를 잊지 말라고 조언했다.

″끊임없이 노력하는 거다. 자신의 이야기가 아름답고 강력하다는 걸 믿어야 한다. 힘든 시기가 닥쳤을 때 가족과 친구, 멘토, 파트너 등 자신을 지지하는 커뮤니티를 기억하라.”

박씨는 식당에서 일하는 아버지를 방문할 때마다 자신을 되돌아보는, 자기 할 일을 충실하게 처리하는 모습이 무엇인지를 다시 깨닫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보조요리사로 일한다. 10시간 12시간씩 일할 때가 많다. 미국이라는 나라에 사는 나에게 충분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 말이다. 나는 매일 반복되는 궂은일로 못이 박힌 아버지의 손을 잡고 생각한다. 오늘의 내가 가능할 수 있도록 엄청난 희생과 고생을 마다하지 않은 아버지를 말이다.” 

 

*허프포스트US의 글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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