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2020년 11월 20일 14시 50분 KST

울산 동물학대·도살 사건: 1살도 안 된 강아지는 산 채로 불에 그을려 죽었다

제보자는 산책하던 중 목격했다. 한 남성이 불꽃을 내뿜는 토치를 들고 개를 쫓아가는 모습을.

※ 주의: 동물의 사체, 잔혹한 사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서사의 죽음을 목격한 사람이 있었다.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하던 제보자는 강 건너편에서 들려온 ‘깨갱’ 소리에 이끌려 개 한 마리를 보게 되었다. 다리를 절뚝이며 도망가는 개를 쫓는 건 불꽃을 내뿜는 토치를 들고 쫓아가는 남성이었다. 곧 개는 잡혀 아까운 목숨을 잃게 됐다.

최민경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
사체를 받아든 활동가는 울음을 터뜨렸다. 온갖 현장을 다 다녀온 이에게도 서사의 죽음은 너무 참혹했다. 

쓰레기봉투에 담긴 개

제보자는 경찰에 동물학대 현장을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개를 죽였다는 자백이 있으니 그걸로 충분하다”며 사체 확보도 하지 않고 돌아갔다. 제대로 된 수사가 가능하려면, 동물학대를 입증할 중요 단서인 사체가 확보되어야 한다. 급히 울산으로 간 카라의 활동가들이 개의 사체를 찾아서 수풀이 우거진 벌판을 헤매고 다녔다. 그제서야 경찰은 뒤늦게 학대자가 회수해간 개의 사체를 카라에 인계하도록 했다.

우리가 ‘서사’라고 이름 지은 그 개는 쓰레기봉투에 담겨 있었다. 애타게 찾던 개는 겨우 8㎏ 남짓했고, 품에 안을 수 있을만큼 작았다. 쓰레기봉투 매듭을 풀고 확인한 개의 모습은 처참했다. 얼굴 곳곳에 혈흔이 남아 있었고, 그때까지도 코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온 몸이 불에 그을려 털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제보자는 “그 남자가 산 채로 개를 태웠다”고 증언했다.  

최민경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
엑스레이 검사 결과, 둔기 가격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두개골 골절이 발견됐다. 

사체를 안아든 순간, 담당 활동가는 울음이 터질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온갖 현장을 다 다녀온 이에게도 서사의 죽음은 너무 참혹했다. 활동가들은 서사의 사체를 스티로폼 박스에 넣어 서울로 운반했다.

엑스레이 검사 결과, 둔기 가격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두개골 골절이 발견됐다. 뒷다리에는 깊게 패인 상처가 있었다. 아마 올무 등에 묶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체는 몹시 마른 상태였다. 수의사는 서사의 몸집과 치열을 봤을 때 이제 6개월에서 1살 미만의 어린 개체라고 진단했다.

 

죗값을 제대로 따진다는 것

사체 확인을 마친 후 활동가들은 간소하게 추모의 시간을 가졌다. 죽은 서사를 천으로 곱게 싸고, 그 앞에는 실컷 먹지도 못했을 사료가 놓였다. 어린 애들이 좋아할 법한 간식과 빵도 놓였다.  

최민경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
추모의 시간을 가졌다. 죽은 서사를 천으로 곱게 싸고, 그 앞에는 실컷 먹지도 못했을 사료가 놓였다. 어린 애들이 좋아할 법한 간식과 빵도 놓였다. 
최민경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
아톰이(왼쪽)와 스팅이의 구조 전 모습. 

이후 서사의 사체는 부검을 위해 검역본부로 보내졌다. 토치 등에 의한 내부 장기 손상을 더 면밀하게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사체를 통해 어떠한 가혹행위가 있었고, 결정적 사망 이유는 무엇인지 많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부검 후 받은 소견서는 학대자의 죄를 명확하게 입증하기 위한 증거자료로 사용될 예정이다.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에는 ‘목을 매는 등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하고 있다. 동물보호법 위반시 받을 수 있는 최고 형량을 부과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너무나 경미한 처벌에 그치고 만다. 동물학대 수사에 대한 경찰의 태도 또한 무척 미온적이고 비전문적인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활동가들이 사건이 일어났던 울산시 울주군으로 내려가며 경찰과 통화를 했을 때, 경찰은 ‘사체 확보가 왜 필요하냐, 우리는 매뉴얼대로 했다’며 무엇이 잘못인지 반문했다. 개를 잔인하게 살해한 것에 대한 죗값을 제대로 따지고 싶다면 사체부터 확보해야 한다. 사망사건 발생 시 사체가 중요한 증거인 것은 동물도 사람과 다르지 않다.    

최민경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
울산시 동물보호 담당자와의 협력으로 남아 있는 개 두 마리를 구조할 수 있었다. 
최민경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
사람을 향해 으르렁거렸던 스팅이는 이제 제법 사람을 향해 꼬리도 흔들고 애정을 표현하게 되었다. 

서사가 남기고, 살린 것들

학대자에게 왜 개를 죽였느냐고 묻자, 그는 ‘잡아먹으려 했다’고 자백했다. “목줄에 묶어두고 키웠고, 비실거렸고, 죽게 될 것 같아서” 그냥 잡아먹으려고 했다는 것이다. 아무런 죄의식 없이 담담하게 말하는 학대자의 등 뒤에는 역시 목줄에 묶인 개 두 마리가 있었다.

“남아 있는 이 개들도 먹으실 건가요?” 학대자는 활동가의 질문에 ‘허허’ 웃을 뿐 어떠한 부정도 하지 않았다. 남은 개들 역시 언젠가는 서사와 같이 잔인하게 도살될 수 있었다. 더군다나 도살이 이뤄지고 개들을 기르던 곳은 학대자가 불법으로 점유한 지역이었다.

며칠 후 울산시 동물보호 담당자와의 협력으로 남아 있는 개 두 마리를 구조할 수 있었다. 갈비뼈가 보일만큼 앙상한 누렁이에겐 ‘스팅’이란 이름을 붙였고, 정신없는 와중에도 열심히 꼬리를 흔들던 강아지에겐 ‘아톰’이란 이름이 생겼다. 아이러니하게도 서사의 참혹한 죽음이 스팅이와 아톰이를 살렸다.  

최민경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
산채로 토치에 그을려 죽은 ‘서사’의 학대자 집에는 두 마리의 개가 더 있었다. 그 중 한 마리인 ‘아톰’이는 현재 카라 입양카페 아름품에서 보호 받고 있다. 

현재 스팅이는 위탁보호소에서 보살핌을 받으며 안정을 찾는 중이다. 사람을 향해 으르렁거렸던 스팅이는 이제 제법 사람을 향해 꼬리도 흔들고 애정을 표현하게 되었다고 한다. 아톰이는 카라의 입양카페 ‘아름품’에 입소했다. 잘 먹고, 잘 자고, 다른 또래들과 아르릉거리며 뛰어노는 아톰이는 구김살 없이 천진난만한 강아지로 무럭무럭 자라는 중이다.

 

다시 억울한 희생이 없도록

울산시는 ‘서사 사건’ 등 최근 이어지고 있는 동물학대 문제를 심각하게 여겨 동물보호 특별사법경찰 연합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울산시 동물보호 담당자가 ‘특별사법경찰관’으로 지정될 예정이다. 

최민경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
아름품에 입소한 아톰이는 잘 먹고, 잘 자고, 다른 또래들과 아르릉거리며 천진난만한 강아지로 무럭무럭 자라는 중이다. 
최민경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
아름품에서 편안하게 쉬고 있는 아톰이. 

우리나라 곳곳에는 아직도 방치되어 학대 속에 길러지거나, 잔혹하게 도살되는 개들이 너무나 많다. 우리는 이러한 현실을 계속 알리고 개선해 나가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결국 동물권 회복의 주요한 열쇠는 경찰의 전문성과 지자체의 실천에 있다.

떠나간 서사의 명복을 빈다. 더불어 아톰과 스팅이 떠난 서사의 몫까지 잘 살 수 있기를, 그 어떤 동물도 방치되고 참담하게 희생되지 않는 사회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