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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1월 27일 17시 33분 KST | 업데이트됨 2022년 01월 27일 17시 34분 KST

영국 정부가 여성 질 주름 복원 수술과 성 경험 여부 검사를 금지하겠다고 선언했다

말도 안 되는 세상 속 몇 안 되는 말이 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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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막’이란 단어엔 처녀/창녀로 여성을 이분화하려는 남성들의 지배 의식이 포함돼 여성 인권을 침해하는 요소가 다분하다. -월경 컵 정보 블로그 테라

 

처녀막에 대한 신화는 가히 놀라워서, 첫날밤 혈흔은 그동안 신부가 지켜왔던 순결을 보증한다고 믿어져 왔다. 하지만 첫 삽입으로 파열되기 이전에 성경험이 없는 많은 여성들의 처녀막은 이런저런 이유로 파열되고 있다. 처녀막은 해부학적으로 말한다면 ‘여성의 질구를 불완전하게 메우고 있는 결체조직’이며 ‘질막’이다. 이 처녀막은 사람마다 생김과 그 두께가 달라 어떤 사람은 자전거 타기, 태권도의 발차기, 발레의 다리 찢는(?) 동작 등으로도 파열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성관계가 불가능할 만큼 두꺼운 경우도 있다. -당신은 ‘순결’하십니까, 배정원 성교육상담 전문가, 경향신문 2004년 2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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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듯이 ‘처녀막’이라는 단어가 의미하는 바와 유래는 그 자체로 여성 혐오적이다. 질 주름은 없이 태어나는 사람이나 일상생활 중에 파열되는 사람이 많으며, 성경험에 의해 파열되는 이들은 오히려 일부에 불과하다. 

이 단어가 국내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질 입구 주름’으로 공식적으로 바뀐 것은 1년도 채 되지 않은 일이다. 사회에서는 여전히 질 주름 파열 유무로 성녀와 창녀를 나누고, 여자들은 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순전히 남성의 욕망에 들기 위해 질 주름 복원 수술을 감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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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시작

국가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여성에게 ‘처녀성’을 강요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지구 반대편에 있는 영국은 질 주름 복원 수술과 함께 성 경험 여부 검사를 법으로 금지할 예정이다. BBC에 따르면 영국 보건부 부장관 길리언 키건은 “여성과 어린 여자아이들의 안전과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며 질 주름 수술 강행은 범죄 행위에 포함된다고 못 박은 것이다. 

영국 정부는 작년 말 “질 주름 성형 금지를 위한 법률을 조속히 도입하겠다”고 선언했으며, 현재 질 주름 성형술을 하는 사람을 방조하거나 해당 수술을 받기 위해 여성을 해외로 보내는 행위 또한 범죄로 간주하겠다고 밝혔다. 법을 어기면 최대 5년형을 구형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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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리언 키건 부장관

영국 내 이란&쿠르드족 여성 인권 기구 이사 다이애나 남미는 “모든 여성과 여자아이들은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이 위험에 노출되어있다”며 “성경험 검사를 한 이들의 경우 절반 이상이 트라우마를 겪는다”고 밝혔다. 특히 대부분의 이들이 (쉽지 않을 검사 과정을 감행할 정도로) ‘여성의 몸은 더럽혀지면 안 된다’는 그릇된 인식을 가진 환경에서 자랐을 확률이 높은 만큼, 검사 시 질 내부에 기구를 삽입할 때 겪는 심리적 압박감이 크다고.

실제로 성 경험 검사나 질 주름 복원 수술을 받으러 오는 이들 중엔 가족의 압박과 강요로 인해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그 중엔 성폭행 피해자나 원치 않는 정략 결혼을 앞둔 이들도 많다고 밝혀져 모두에게 충격을 줬다. 

키건 부장관은 “‘처녀성‘과 ‘여성의 가치’에 대한 잘못된 인식 및 해로운 선입견에 계속해서 맞서기 위해 기관들과 협업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문혜준 기자: huffkore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