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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총선을 하루 앞두고 각 정당 지도자들이 마지막 표심 모으기에 나섰다

설문조사에서는 보수당이 앞서고 있다

  • 이원열
  • 입력 2019.12.12 13:11
  • 수정 2019.12.12 13:13
Britain's Prime Minister Boris Johnson speaks during his ruling Conservative Party's final election campaign rally at the Copper Box Arena in London, Wednesday, Dec. 11, 2019. Britain goes to the polls on Dec. 12. (AP Photo/Kirsty Wigglesworth)
Britain's Prime Minister Boris Johnson speaks during his ruling Conservative Party's final election campaign rally at the Copper Box Arena in London, Wednesday, Dec. 11, 2019. Britain goes to the polls on Dec. 12. (AP Photo/Kirsty Wigglesworth) ⓒASSOCIATED PRESS

런던(AP) - 영국 총선은 쌀쌀하고 따분하며 거센 바람이 이따금 부는 영국의 늦가을 날씨와도 비슷한 양상이다. 

선거 운동 기간의 마지막 날인 12월 11일, 영국 유력 정치인들은 아직 어디에 투표할지 결정하지 못한 수백만 명의 유권자들을 끌어오려 전국에서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들이 총선 결과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론 조사에 따르면 보리스 존슨 총리의 보수당이 제레미 코빈이 이끄는 제1야당 노동당보다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몇 년 째 이어지고 있는 브렉시트 논쟁에 지친, 어디에 표를 던질지 알 수 없는 유권자들의 선택에 모든 정당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트럭 기사인 클라이브 조던은 5주에 걸친 선거 운동 기간 동안 전국에서 들려온 피로감을 토로했다.

“난 그냥 다 얼른 끝났으면 한다. 아무도 자기 말을 행동에 옮기지 않는다. 모두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의 말이다.

영국이 1923년 이후 처음으로 12월에 치르는 이번 총선은 ‘브렉시트 총선’이라고 불리고 있다. 브렉시트에 대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정치적 교착 상태에 처해 있는 가운데, 이를 타파해 보고자 2년 이상 앞당겨 치러지는 총선이다.

존슨은 선거 운동 기간 내내 가차없이 브렉시트에 집중하며, ‘브렉시트를 완수하자’(Get Brexit Done)라는 슬로건을 끝없이 반복해 왔다. 존슨은 12일(현지 시간) 선거에서 하원 650석 중 다수를 얻으면 ‘이미 다 준비된’ 자신의 EU 탈퇴 계획을 의회에서 비준시키고 예정대로 1월 31일에 EU에서 탈퇴하겠다고 말한다.

“우리가 안정 다수를 얻을 수 있으면 협상이 가능하다. 준비되어 있다.” 존슨은 11일에 잉글랜드 중부의 케이터링 기업에서 파이를 굽는 것을 지켜보며 말했다. “오븐에 집어넣은 다음 꺼내면 완성이다. 브렉시트를 완수하는 것이다.”

‘브렉시트를 완수하자’라는 슬로건은 오해를 부르는 동시에 효과적이다. 영국이 1월 31일에 EU에서 탈퇴하면 EU와 앞으로 이루어질 무역 관계에 대한 몇 달, 몇 년 간의 협상이 시작된다. 독립과 접근권을 놓고 힘든 거래를 해야 한다.

“존슨의 선거 운동은 ‘브렉시트를 완수하자’에만 집중했지만, 사실 그건 브렉시트를 시작하자는 말이다.” 런던 스쿨 오브 이코노믹스의 정부 관련 교수 토니 트레이버스의 말이다. “선거는 이런 게 쉽다고 말하는 것 같지만, 쉽지 않다.”

그러나 브렉시트 멜로드라마를 끝장내자는 제안은 2016년 6월 선거에서 EU 탈퇴를 결정한 뒤 3년 이상 다투고 있는 정치인들을 지켜봐온 유권자들에겐 유혹적이다.

“브렉시트가 선거에 기름을 붓고 있다.” 잉글랜드 중부 볼소버 선거구에 있는 탄광촌이었던 마을 클라운의 교구 의원 앨런 베일리의 말이다. “만약 브렉시트를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승리할 것이다.”

보수당은 볼소버와 같은, 잉글랜드 중북부의 노동 계층 지역을 가져오는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수십 년간 이들 지역은 노동당 의원들을 선출해 왔으나, 2016년에는 EU 탈퇴를 강력히 지지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그게 먹히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보수당은 나이젤 파라지가 이끄는 브렉시트당의 도움도 받았다. 브렉시트당은 브렉시트 지지 표를 분산시키지 않기 위해 보수당이 가지고 있는 317석에 도전하지 않기로 마지막 순간에 결정했다.

대체로 EU 잔류를 지지하지만 애매모호한 자세를 보이고 있는 노동당은 중도파인 자유민주당, 스코틀랜드와 웨일스 독립주의자 정당, 녹색당과 반 브렉시트 유권자들을 놓고 경쟁해야 한다.

“이제까지 보수당이 설문조사에서 앞서나가고 있는 유일한 이유는 ‘잔류’ 표가 분열되어 있기 때문이다.” 킹스 컬리지 러던의 정치학 교수 로지 캠벨의 말이다. “‘잔류’ 유권자들에게 있어 이것은 리더십의 큰 실패였다.”

토리당이 다수를 차지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유권자들이 다른 이슈들도 브렉시트와 마찬가지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신호일 것이다. 노동당은 국내 이슈에 집중해 왔다. 특히 보수당 정권이 9년 동안 긴축 정책을 시행해오며 국영 의료 서비스가 파탄난 것을 공격했다. 노동당은 공공 지출을 늘리고, 철도와 공익사업을 공영화하고 전국민에게 무료 인터넷 접속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모든 재원은 고소득자 증세로 충당하겠다고 한다.

코빈은 11일의 마지막 유세에서 “아직 결정하지 못한 모든 유권자들에게 보내는 나의 메시지는 이번 선거에서 당신은 희망에 투표할 수 있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노동당은 EU와 새로운 브렉시트 협상을 진행할 것이며, 그 협상에 따라 떠날 것인지 EU에 잔류할 것인지 다시 국민 투표를 하겠다고 한다.

많은 유권자들에게 있어 이번 총선은 달갑지 않은 선택이다. 존슨과 코빈 둘 다 설문조사 지지율이 낮고, 기질에 대한 의문도 많이 일었다.

존슨은 과거에 어긴 약속, 거짓말, 모욕적 발언에 대한 비난을 받았다. 싱글맘의 아이들이 “무지하고 공격적이고 사생아”라고 말한 적도 있고, 천으로 얼굴을 가리는 무슬림 여성들을 ‘우체통’에 비교하기도 했다.

코빈은 노동당 내에서 반유대주의가 퍼지도록 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70세의 좌파인 코빈은 정적들로부터 과거에 하마스, IRA와 연관이 있었던 늙은 막시스트라고 묘사된다.

후보들은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주장하지만, 선거 운동 내내 중상과 부정직함의 의혹이 끊이지 않았고, 이런 비난은 주로 보수당을 향했다. 토리당은 원로 노동당 의원의 인터뷰 영상을 편집해서 질문에 대답을 했는데도 못한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이들은 공식 트위터 계정 이름을 TV 토론 중 ‘팩트체크UK’로 바꾸어 트위터로부터 경고를 받았지만 제재는 없었다.

존슨은 공격적 온라인 캠페인과 조심스러운 생방송 출연을 함께 사용했다. 대답하기 힘든 인터뷰는 거의 피해서 정적들의 분노를 샀으며, 선거 운동 후반까지 전반적으로 실수를 범하지 않았다. 

9일에 존슨은 침대가 없어 병원 바닥에 누워있는 4세 소년의 사진에 대해 서툴고 매정해 보이는 반응을 보였다. 기자의 전화기에 있는 사진을 보라는 요청에 존슨은 전화기를 받아 자기 주머니에 넣어 버렸다.

10일에는 지난 달 런던 브리지에서 일어난 칼부림 사망자의 아버지가 존슨은 자기 아들의 죽음을 정치적 이득을 위해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런 일들이 총선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불확실하다. 투표는 현지 시간으로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이루어지며, 13일 오전에는 대부분의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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