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21년 01월 03일 15시 34분 KST

코로나19 백신 '혼합 접종'에 접종간격 연장까지 도입한 영국 정부에 비판이 쏟아지는 중이다

'과학을 버렸다'는 말까지 나온다.

ASSOCIATED PRESS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에 따른 봉쇄조치 도입 확대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0년 12월30일.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창궐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영국이 코로나19 백신 바이러스 접종 간격을 기존 3~4주에서 12주로 늘리고, 서로 다른 백신을 사용할 수 있다는 방침을 내놔 논란이 일고 있다.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백신 1회차 접종자를 최대한 늘리겠다는 의도인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비과학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은 지난달 30일 코로나 백신의 1·2차 접종 간격을 12주로 연장했다. 영국이 승인한 화이자 백신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3~4주 간격을 두고 2차례 맞아야 하는데, 되도록 많은 사람이 1회차 접종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 간격을 12주까지 늘린 것이다. 1차 접종만 받아도 단기적인 면역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영국은 지난달 29일부터 확진자가 5만명을 넘기 시작해, 2일 5만7천여명을 기록하는 등 영국 최다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하루 확진자 5만명을 넘는 나라는 2일 현재 미국과 브라질, 영국 등 세 나라뿐이다.

접종 간격 확대는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 영국 정부가 짜낸 고육책이다.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의 최고 의료책임자들은 의료 종사자들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1000명에게 접종할 2차 백신으로, 다른 1000명의 면역력을 0%에서 70%로 올릴 수 있다”며 “우리는 최악의 코로나 사태를 이겨내기 위해 정부 당국의 정책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DANIEL LEAL-OLIVAS via Getty Images
영국 런던에서 구급차들이 코로나19 환자를 병원으로 옮기고 있다. 영국에서는 연일 신규 확진자 최다 발생 기록이 세워지고 있다. 2021년 1월2일.

 

백신 제조사와 전문가들은 영국 정부의 방침을 비판했다. 화이자는 성명을 통해 “화이자 백신의 임상 3상은 21일 간격으로 투여한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해 고안됐다”며 “첫 번째 접종 후 21일이 넘어가도 바이러스 방어가 유지될 것을 입증하는 데이터가 없다”고 말했다. 영국의학협회(BMA)도 성명을 내어 접종 간격을 늘리는 것은 노령 기저질환자 등 두 번째 접종을 앞둔 이들에게 부당한 조처이며, 물리적으로도 접종 간격을 갑작스럽게 바꾸는 게 쉽지 않다고 비판했다.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앤서니 파우치 소장은 영국의 방침 변경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과학이 우리에게 말하는 바를 고수하길 원한다”며 화이자 백신은 21일, 모더나 백신은 28일 간격으로 접종해야 제대로 된 면역 효과가 생기는 만큼 이대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또 최근 공개한 백신 접종 지침에서 1·2회차 접종 때 서로 다른 백신을 투여해도 된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2회차 접종 때 1회차 접종 백신을 얻을 수 없거나, 1회차 때 투여한 백신의 제조사를 알 수 없다면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백신을 접종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다만 지침에는 “이런 방안은 대상자가 즉각적인 고위험군에 속하거나 앞으로 다시 의료진을 찾지 않을 가능성이 클 때 우선해야 할 것”이라고 돼 있다.

이에 대해 백신 전문가 미 코넬대 존 무어 교수는 “이런 구상을 입증해 줄 데이터가 전혀 없다”며 영국 관리들이 “과학을 완전히 버리고 이 혼란에서 빠져나올 길만 찾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