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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60% 감염으로 집단 면역 만들자' 영국 정부 코로나19 대응 방침에 감염병 전문가가 "한국" 언급하며 한 말

'코로나19는 독감이 아니다'

  • 박수진
  • 입력 2020.03.17 16:13
  • 수정 2020.03.18 12:27
16일 런던 세인트폴 성당 인근을 걷고 있는 시민들
16일 런던 세인트폴 성당 인근을 걷고 있는 시민들 ⓒJustin Setterfield via Getty Images

영국 정부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집단 면역’ 방침을 발표했다가 의료계로부터 ‘위험한 대응’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집단 면역’ 방침은 지난 13일, 패트릭 발란스 영국 최고과학고문이 BBC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밝힌 것이다. 발란스 고문은 ”가장 핵심적으로 해야할 일은 일종의 집단 감염을 발생시켜 많은 사람들이 이 질병에 면역이 생기도록 해 ‘2차 충격’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2차 충격’은 첫 지역사회 감염 등 대규모 전염의 확산세가 잦아드는 시기에 다시 어떤 계기로 대규모 집단 감염이 발생할 때를 말한다. 영국 정부의 방침은 이같은 상황이 발생할 확률이 높은 1년 후 겨울에, 이미 인구 대다수가 한번 코로나19 감염 이력이 있어 면역이 생겨있다면 다시 사회 전체를 비상 사태로 만들 2차 충격, 3차 충격 등이 생기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감염 대상인 60%는 저위험군인 젊은 세대를 지칭한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방침은 코로나19가 한 번 걸리면 다시 걸리지 않는다는 게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 등에서 ‘위험한 방법‘, ‘사실상 손 놓은 것’이라는 등의 비판을 받고 있다. 그중 가장 일목요연하게 정부의 방침을 비판해 화제에 오른 것이 지난 15일 가디언에 실린 감염병과 공중보건 전문가 윌리엄 해네지 하버드대 교수의 글이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믿을 수가 없었다. 하버드대에서 함께 일하는 미국인 동료들도 ‘집단 면역 전략’을 듣고 풍자 개그 같은 게 아니냐고 생각했을 정도다. 하지만 이건 현실이었다.”

″집이 불 타고 있는데, 영국 정부는 불을 끄기는커녕 잘못된 생각으로 불길을 더 크게 키우면서 그 불길을 잡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해네지 교수는 3가지 항목을 들어 일반적인 백신과 같은 방법이 왜 코로나19 사태에서는 활용될 수 없는지 설명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POOL New / Reuters

1. 코로나19에 감염된 적이 있다고 해서 다시 걸리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영국 정부의 목표는 집단 감염을 관리하고 다음 겨울에 생길지 모를 ‘2차 충격‘(second wave)을 예방하기 위한 ‘집단 면역’을 만드는 것이다. 인구 대부분, 대략적으로 말해 40세 이하 인구는 심각한 질병으로 발전된 확률이 낮은데, 정부는 이를 이용해 젊은 세대에서 면역을 만들어 전체로 퍼지는 것을 막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 백신도 결국은 집단적으로 병에 면역을 갖게 해 심각한 위험에 처하지 않게 만드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에서 그같은 전략을 쓸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이건 백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건 실제로 많은 사람들을 아프게 하고, 일부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세계적인 유행병이다.”

2. 감염자가 많아지면 의료 체계 부담이 커진다

″국가의료시스템에 부담이 커지면 사망률은 지금보다 높아질 것이다. 정부가 설혹 40세 이하 인구에게만 감염되도록 바이러스를 통제한다고 해도, 결국에는 병상이 부족한 사태를 맞게 될 것이다. 병증이 나쁜 사람들은 회복기가 길다. 이에 따라 병상 부족과 의료체계에 대한 부담은 더더욱 심해질 것이다.”

3. 저위험군 감염자가 늘면 고위험군 감염자도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보건이나 요양원에서 일하는 40세 이하의 인구들을 생각해보라. 이들이 감염된다면 매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미국 워싱턴주의 사망자들 거의 전부가 요양원과 관련 있는 사람들이었다. 고위험군인 사람들이 (병원이나 요양원에서 돌봐주는 사람들 없이) ‘2차 충격’을 잡을 6개월 동안 사회로부터 완전 고립된 생활을 하게 할 수 있을까?”

″물론 ‘2차 충격’은 실제로 존재하는 현상이다. 독감이 대유행할 때 목격됐다. 그러나 이건 독감이 아니다. 코로나19에 독감과 같은 법칙은 적용되지 않는다. 물론 ‘2차 충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것에 대해서는 전혀 예측할 길이 없다. 하지만 취약한 사람들은 지금은 절대 바이러스에 노출되어서는 안 된다.”

16일 영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방침에 반발하며 집회를 하고 있는 런던의 활동가들. 영국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집회 통제 등의 방침이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데 대한 지적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16일 영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방침에 반발하며 집회를 하고 있는 런던의 활동가들. 영국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집회 통제 등의 방침이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데 대한 지적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Xinhua News Agency via Getty Images

해네지 교수는 이같은 지적 후 ”바이러스는 한 나라를 완전히 멈춰버릴 수 있다”며 ‘우한, 이란, 이탈리아, 스페인의 전철을 밟지 말고 한국, 싱가포르, 홍콩, 대만으로부터 배우라’고 조언했다.

″강력한 감시와 사회적 거리두기의 조합으로, 바이러스를 어느 정도 통제하기 시작한 듯한 한국의 선례를 잘 봐두어야 한다. 팬데믹 초반부터 감염자들이 나왔지만 최악의 결과를 최대한 완화시키고 있는 한국, 싱가포르, 홍콩, 대만으로부터 배워야 한다. 이중 특히 한국은 심각한 집단 발병이 일어난 곳이라는 점에서 특히 더 참고해야 한다.”

해네지 교수는 ‘학교 폐쇄까지는 어려운 일일 수 있지만 아이들이 할아버지 할머니를 만나러 가지는 말아야 할 것’ 등의 조언을 덧붙이며 ”패닉하지 말 것, 하지만 대비할 것, 정부가 당신을 돕지 못 한다면 스스로 대비할 것”이라는 강경한 문장으로 글을 마무리했다.

감염병 전문가로서 보리스 존슨 정부의 ‘집단 면역 전략’을 조목조목 지적한 이 글은 주말 동안 영국 시민들 사이에서 크게 화제가 됐다. 해네지 교수 외에도 의학계의 비판 의견은 주말 내내 쏟아졌다.

전 WHO 국장 앤서니 코스텔로는 ”아직 코로나19에 한번 감염되면 면역이 생기는지 아닌지조차 파악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의학 전문지 랜싯의 편집장 리차드 호튼은 ”영국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도 제대로 하고 있지 않으며, 사람들을 놓고 룰렛 도박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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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영국 #보리스 존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