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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에 눈이 내렸다

  • 신혜은
  • 입력 2017.02.08 12:20
  • 수정 2017.02.08 12:58

아랍에미리트에 눈이 내렸다.

지난 주말인 2월 3일에 일어난 일이다. 

눈이 온 곳은 아랍에미리트의 라스 알 카이마(Ras Al Khaimah)라는 곳으로, 이 곳에는 아랍에미리트에서 제일 높은 산 제벨 자이스(Jebel Jais)가 있다. 이곳의 날씨가 영하 5도까지 떨어져 해발 1,934미터인 이 산 위에 10센티미터의 눈이 내린 것이다. 제벨 자이스에 눈이 내린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4년에도 눈이 내렸으며 2009년에는 20센티미터의 눈이 5킬로미터 근방에 쌓였다는 기록도 있다.

아랍에미리트 현지 친구 중, 굳이 날도 좋지 않은 겨울에 한국에 오고 싶어 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그건 눈이 보고 싶기 때문이란다. 그 때문인지 이날 날씨는 궂었지만 현지 사람들은 신이 났다.

눈과 함께 인증샷, 빠질 수 없다

눈사람 머리에 케피에(Keffiyeh) 씌우고 인증샷

이곳 주민들은 물론 관광객과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이 희귀한 눈 구경을 하겠다고 라스 알 카이마로 몰려들었고, 산 입구부터 엄청난 교통체증으로 차들이 길게 늘어섰다. 현지 기사에는 5시간이나 걸려 산에 오른 사람도 있고, 산에 도착했으나 입구를 막아 들어가지 못했지만 눈을 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기뻤다는 시민들의 인터뷰가 실렸다. 실제로 다음날 현장에서는 안전상의 이유로 눈 내린 산의 출입을 제한하기도 했다.

@ahmedalqassemi #جبل_جيس ٣/٢/٢٠١٧ #رأس_الخيمة تصوير @yousefalzaabi

A photo posted by Ras ALKhaimah � رأس الخيمة (@my_rak) on

A photo posted by Alqlb Alsmwh (@3s.e) on

이번 눈은 이란 남부 지방의 낮은 압력 때문에 발생한 시속 80키로미터의 강한 바람이 냉기를 몰고 와 아랍 에미리트와 오만 북쪽의 기온을 크게 떨어뜨렸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같은 날 아랍에미리트 전역에는 비와 우박, 모레폭풍과 먼지가 휘몰아쳤고, 두바이 해변에는 태풍이라 불릴 만큼 높은 파도가 들이치는 해일이 발생했다. 그날 두바이 인공섬인 팜주메이라에 위치한 아틀란티스 호텔의 셰프로 있는 친구의 페이스북에는 두바이 태풍 장면이 올라왔다. 호텔로 들어가는 지하터널이 물에 잠겨 운전을 포기하고 호텔까지 걸어갔다는 사연과 함께. 당시 경찰은 그 도로를 폐쇄했었다. 비를 동반한 강한 바람 때문에 재즈페스티벌과 골프 경기 등 두바이의 각종 행사가 취소되었다.

아랍 에미리트에는 집중 호우가 쏟아진 주말 내내 24시간 동안 무려 762건의 사고가 발생했는데, 시간당으로 보자면 31.75건의 사고가 난 셈이라는 흥미로운 기사도 있었다. 2017년 2월 7일 현재, 라스 알 카이마의 기온은 22도, 습도는 55%로 강수확률은 0%이며, 두바이 역시 기온이 21도, 습도는 50%, 풍속 5m로 예년과 같이 평온한 날이 계속되고 있다.

비가 잘 오지 않는 아랍 에미리트는 두말할 것 없이, 배수시설이 잘 갖춰져 있지 않았다. 비가 조금이라도 오기만 하면 도로는 잠기기 일쑤. 에미레이트 항공의 승무원들은 모두 두바이에 살고 있는데, 회사까지는 아파트마다 셔틀이 다닌다. 비가 심하게 오던 날에 물에 잠긴 도로가 꽉 막혀 셔틀버스가 오도가도 못한 날이 있었다. 승무원들은 셔틀을 기다리다 비행을 못 갔고, 덕분에(?) 공항에서 스탠바이를 하던 승무원들은 모든 비행에 다 불려 나갔으며 비행에서 돌아온 승무원들은 집에 가는 셔틀도 없고 택시도 없어서 회사에서 하염없이 기다렸던 아수라장이 되었던 날이 있었다. 무튼, 그랬던 기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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