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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용 감독은 주장 황태현을 '마음속의 골든볼 수상자'로 꼽았다

실제 수상자는 이강인이다.

ⓒ뉴스1

20살 이하 월드컵 준우승 쾌거 뒤 금의환향, 두차례 국내 환영식 참가. 지상파·종합편성채널 등 7개 방송사 릴레이 인터뷰, 청와대 만찬…. 그리고 20일 오전 대회 결산 기자회견.

귀국 뒤 사흘 동안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한 정정용 감독은 장장 80분 동안 진행된 취재진들과의 질의응답 시간 동안 간혹 “눈꺼풀이 감긴다”며 힘들어했다. 최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머리가 빠지는 바람에 탈모약도 샀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그는 “경기에 집중하다보니 분위기를 실감하지 못했는데, 국민들이 20살 이하 선수들을 열성적으로 응원하시고 지켜봐주신 것에 대해 너무나 감사 드린다”며 “축구인으로서 되돌려 드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 유소년축구정책부터 발전시키겠다”고 약속했다.

20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2층 다목적회의실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살 이하(U-20) 월드컵 대표팀 결산 기자회견’에서, 정정용(50) 감독을 비롯해, 공오균(45) 코치, 김대환(43) 골키퍼 코치, 오성환(37) 피지컬 코치 등 코칭스태프 4명은 취재진과 허심탄회한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인창수(47) 코치는 다른 연령대 대표팀 지도 때문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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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용 감독은 “어제 (청와대) 만찬 뒤 선수들과 헤어졌다. 20살 (선수들) 행사는 어제 저녁으로 모두 끝났다”고 작별을 아쉬워하면서도 “개인적으로, 그 위의 팀으로 서로 만나게 될 것인데, 선수들의 레벨이 올라가는 것이 중요하다. 다들 소속팀으로 돌아가는데 이번주부터 운동장에서 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이번에 쾌거를 이룬 선수들의 성인대표팀 발탁 등 성장 가능성에 대해 정 감독은 “성인대표팀은 전 연령대 선수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청소년 시기에 우리 선수들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최대한 경험을 축적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 경험을 많이 한 선수들이 대표팀에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는 9월 시작되는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 이강인(18·발렌시아)과 손흥민(27·토트넘)이 콤비를 이루는 것을 어떻게 보느냐는 물음에 정 감독은 “그건 제 영역 아닌 것 같다”고 선을 그으면서 “저는 어린 선수들이 A대표팀에 갈 수 있도록 해주는 지도자다. 이강인을 비롯해 많은 선수들이 갔으면 좋겠다. 감독이 있기 때문에 잘 하시겠죠”라고 답했다. 정 감독은 이강인에 대해 “가지고 있는 스킬은 말할 필요가 없다”면서도 “피지컬이나 근력, 호흡 등에서 균형을 잡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칭스태프 ‘마음 속에 있는 이번 대회 골든볼’은 누구냐는 물음에는 각기 다른 답이 나왔다. 김대환 골키퍼 코치는 “광연이가 폴란드 가기 전에는 말을 잘 들었는데 경기가 진행될수록 제 머리 위에 가 있었다. 거리감이 생겼다”면서도 “결승전 날에는 골키퍼도 최우수선수상을 받을 수 있나 인터넷 검색까지 해봤다”며 이광연(강원FC)을 지목했다.

공오균 코치는 “이규혁(제주 유나이티드)이 대표팀에서 훈련조 특공대장이었다. 그가 팀을 잘 이끌어서 분위기가 나쁘지 않고 좋은 방향으로 흘렀다”며 그를 거론했다. 오성환 코치는 “박태준(성남FC)과 고재현(대구FC)을 꼽고 싶다. 많은 시간 출전은 못 했지만 간절히 준비했다. 항상 물어보고 열정적 모습을 보여줬다”고 높게 평가했다.

정정용 감독은 “당연히 황태현(안산 그리너스)이다. 2년 반 가까이 같이하면서 많이 힘들어했다. 지금은 톱 클래스에 있지만 ‘주장인데 경기를 못 뛰면 어쩌나’라며 걱정하던 때도 있었다”면서 “주장으로서 묵묵하게, 꿋꿋하게 잘 해줬다”고 이유를 댔다.

정정용호는 이번 대회를 통해 ‘원팀’으로 쾌거를 이뤄냈다. 코칭스태프 사이의 호흡은 어땠느냐는 질문도 이날 나왔다. 김대환 코치는 “감독님은 항상 권위적이지 않았다. 여기서는 감독님이지만, 마음 속에는 형이라 생각했다”며 “원팀보다는 가족”이었다고 했다. 공오균 코치는 “제가 항상 딴지를 걸어 감독님을 피곤하게 했다. 예스맨만 있으면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좌회전이면 저는 우회전 깜빡이를 켜고 있었다”고 했다.

정정용 감독은 “감독이기 때문에 ‘의전’ ‘의전’ 이런 것은 안 된다. 식사 때 감독이 늦는다고 기다리는 것은 안 된다. 코치 의견을 존중해야 하고 선택은 감독이 해야 한다. 감독이 권위적이면 코치는 자기 의견을 내놓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정용 감독은 “현장 지도자들로부터 메시지가 많이 오는데, 이번 결과를 가지고 현장 지도자와 교감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나타냈다. 그는 지도자로서의 덕목과 관련해서는 ‘신뢰’를 꼽으면서 “그런 신뢰가 있다면 선수들을 운동장에 풀어놓으면 잘 할 것”이라고 했다.

정 감독은 자신의 ‘흑역사’도 털어놨다. 그는 “2009년 14살 이하 대표팀을 맡아 아시아 대회에서 금메달 따고 돌아왔다. 이후 15살 이하 대표팀 코치로 잠깐 들어갔다. 설마설마 했는데 아시아 예선에서 탈락했다. 그때 한국 오기가 싫었다”면서 “그게 트라우마돼 그 충격으로 말을 못했다. 지도자라는 게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것인데, 우리나라는 한번 잘못 되면 훅간다”고 아쉬워 했다.

정 감독은 “유소년축구 정책에서 제도적인 게 자리잡아 가고 있다. 어린 애들일수록 볼과 가까이 해야 한다. 잘 때도 볼을 껴안고 있어야 한다. 그렇게 안하면 성장이 어렵다”면서 “선수선발 때 당장 보이는 선수만 선발하지 말고, 키 작은 선수들도 테크닉과 스피드가 좋으면 놓쳐서는 안 된다. 투트랙으로 선발해야 한다. 이재성과 김진수도 작았지만 그런 선수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말 드리고 싶은 말은, 말로 끝나는게 아니라 실천을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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