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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에서도 '박사방' 모방한 '조교'들이 활동하고 있다 (사진)

디지털 성착취는 '신종' 성범죄가 아니다

텔레그램에서 여성들을 성착취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4)씨 등이 법의 심판대에 올랐는데도 이들을 모방한 범죄가 버젓이 자행되고 있는 걸로 확인됐다.

여러 가해자가 모인 단체 대화방에 피해자를 초대해 성착취물을 촬영하도록 명령하는 범죄 유형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이런 계정을 운영하는 이들은 많게는 수천명의 팔로어를 거느리고 있다

ⓒ텔레그램 스크린샷

“주인님, 잘못했습니다. 용서해주세요.” 알몸의 여성이 카메라를 향해 무릎을 꿇은 채 1분여 동안 용서를 빌었다. 지난달 하순 누구나 볼 수 있는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영상이다.

현재는 삭제된 상태지만 이런 성착취물은 트위터에 수시로 올라온다. 주로 피해자들이 가해자들의 명령을 받아 스스로를 학대하는 장면들이다. ‘조교 계정’이라 불리는 이런 계정 운영자들은 자신을 ‘조교’로, 피해자를 ‘노예’ 등 멸칭으로 부르며 이런 성착취물들이 자신의 ‘조련’ 아래 피해자가 직접 찍은 영상물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런 게시물만 줄곧 올리는 계정은 트위터에서만 어림잡아도 수십개에 이른다.

ⓒ트위터 스크린샷
ⓒ트위터 스크린샷

가해자들은 이런 행위가 피해자와의 합의로 이뤄지는 ‘놀이’라고 주장한다. 한겨레가 취재 중 접촉한 한 조교 계정 운영자 ㄱ씨는 “나는 돈을 요구하지 않으며 ‘××’(피해 여성을 비하하는 말)들이 스스로 찾아온다. 서로 즐기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가 올린 영상 속에서 무릎을 꿇고 잘못을 비는 피해자의 모습엔 협박과 강요에 의한 공포가 또렷이 읽힌다. 이런 계정들을 감시해온 십대여성인권센터 관계자는 “피해자의 얼굴과 목소리를 보면, 미성년자도 다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 피해자들은 가해자 여럿이 모인 온라인 대화방에서 집단 성착취를 당하기도 한다. 십대여성인권센터가 모니터링한 자료를 보면, 조교 계정 운영자 ㄱ씨는 자신의 계정에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쓰면 추첨을 통해 집단대화방에 들어올 기회를 주거나 피해 여성을 ‘보내드린다’고 홍보했다. 그는 나중에 12명이 모인 ‘라인’ 대화방에서 피해 여성 1명의 성착취물을 공유한 내용 등을 인증용으로 올리기도 했다.

n번방 사건으로 성착취 범죄에 대한 단죄 여론이 큰데도 이와 유사한 ‘공범’들이 수천명에 이르는 것도 충격을 주고 있다. 4월부터 활동한 것으로 보이는 한 계정의 팔로어 수는 5월 초순 2천여명이었는데 한달 만인 3일 현재 6천여명으로 급증한 상태다. 대대적인 수사로 박사방 등이 잠잠해지자 가담자들이 또 다른 방식의 성착취물을 찾아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사이버 성범죄를 모니터링하는 단체들은 ‘원스톱 전담기구’를 만들지 않는 한 이처럼 감시망을 피해 새로운 탈출구를 찾는 이들을 차단할 수 없다고 짚었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범죄는 점점 교묘하게 이뤄지는데 이 변화 속도를 정부가 못 따라가고 있다”고 짚었다.

10대 여성을 찾는 성매수자들이 주로 검색하는 ‘조건만남’의 ‘조건’, ‘ㅈㄱ’ 등이 포함된 게시물을 차단해달라는 요청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받아들이는 데에도 3년이나 걸렸다고 한다.

조 대표는 “디지털 성착취 범죄를 모니터링해 범죄를 초기에 발견하고 즉시 수사 의뢰까지 할 수 있는 원스톱 방식의 전담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와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서 피해 상담과 법률·심리치료 지원 등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전화: (02)817-7959

이메일: hotline@cyber-lion.com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전화: (02)735-8994(오후 5시 이후 1366으로 신고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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