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윗에 ‘조작’된 것이라는 주의 문구를 집어넣었다. 사실을 오인하게 만들 수 있는 ‘가짜 자막’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문제의 영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18일 저녁(현지시각) 트위터에 올린 두 개의 영상 중 하나다.
이 영상에는 한 백인 아이가 흑인 아이를 쫓아가는 모습과 함께 ‘속보 : 겁에 질린 어린 아이가 인종차별주의자인 아기에게서 도망치고 있다’는 (스펠링 오류가 섞인) 자막이 달렸다. 바로 옆에는 CNN 로고가 새겨졌다.
얼핏 보면 CNN이 이렇게 보도했다고 오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영상은 이어 ‘실제로 벌어진 일은 (다음과 같다)’는 자막에 이어 다음 장면으로 이어진다. 두 아이가 서로 반갑게 포옹한 다음 어딘가를 향해 함께 달려가고 있는 모습(영상 첫 부분에 나왔던 부분)이 소개된다. 그리고는 ‘미국이 문제가 아니다. 가짜뉴스가 문제다’라는 자막과 함께 영상은 끝난다.
알고보면 이처럼 훈훈한 뉴스인데 (CNN을 비롯한) 언론들이 입맛대로 영상을 짜깁기하고, 사실을 왜곡하고, 갈등을 조장한다는 게 이 영상의 전체 취지다. (영상 제작자는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서 친(親)트럼프 밈 크리에이터로 유명한 인물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CNN은 이런 자막으로 이 영상을 보도한 적이 없다. 언론이 영상을 입맛대로 편집해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주장에 꿰어맞추기 위해 입맛대로 편집한, 진실을 왜곡하는 영상을 만든 셈이다.
트위터가 이 트윗에 붙인 ‘조작된 미디어’라는 문구를 클릭하면 ‘CNN 보도라며 공유된 어린아이들의 영상은 조작된 것이라고 기자들이 확인했다’는 안내가 나온다. 정확한 사실 관계를 알리는 문구도 포함되어 있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
- 2019년 9월, CNN은 두 어린아이들의 우정을 다룬 인기 영상을 보도했다
- 목요일(18일),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언론인들이 가짜 CNN 자막을 입혀 편집 및 조작한 것이라고 확인한 버전의 영상을 공유했다.
이 영상의 원본은 2019년에 온라인에서 큰 화제를 모았던 것이다. 불과 이틀 만에 만났다는 두 아이가 격하게 포옹하며 반가움을 표하는 영상이다.
CNN은 당시 이 영상에 나오는 흑인 아이의 아빠를 만나서 인터뷰한 내용을 전하며 두 아이의 우정을 소개한 바 있다.
트위터는 지난달에도 우편투표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담긴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주의’ 문구를 삽입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발끈하며 소셜미디어 업체들의 ”편향성”을 바로잡을 행정명령을 준비하겠다며 엄포를 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