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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프 뇌피셜] '비밀의 숲' 시즌2, 서론이 길지만 아직 지쳐서는 안된다

'비숲2'가 다루는 '검경 수사권 조정'은 현재진행형 사안이기에 설명이 필요하다.

  • 라효진
  • 입력 2020.08.18 17:52
  • 수정 2020.08.19 10:49

 

[허프 뇌피셜] 이 드라마 흥할까, 망할까?

 

‘드라마는 4회 승부다!’ 시청자들 사이에 도는 말입니다. 초반 4회까지 반응으로 짧게는 10회, 길게는 20회 분량의 드라마가 흥할 지 망할 지 점칠 수 있다는 뜻이죠. 과연 그럴까요? 늘 그렇진 않습니다. 시작할 때 1% 시청률이었던 작품이 끝날 무렵엔 ‘국민 드라마’가 돼 있기도 하니까요.

화제작들의 첫 주 방송을 보고 그 흥망성쇠를 ‘허프 뇌피셜 지수’로 예측하는 코너를 만들었습니다. 지수가 높을 수록 흥할 가능성이 높고, 낮을 수록 반대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 예측이 맞았는지 틀렸는지는 최종회가 끝난 후 독자들과 함께 되짚어 보겠습니다.

두 번째 드라마는 3년 만에 돌아온, tvN ‘비밀의 숲 2’입니다.

 

tvN '비밀의 숲 2'
tvN '비밀의 숲 2' ⓒtvN

 

사전정보. 지난해 9월, ‘비밀의 숲’ 시즌2 제작 소식이 알려졌습니다. 시즌1이 방송된지 3년 만이었죠. ‘비밀의 숲’ 속편을 기다려 온 드라마 팬들에게는 더 할 나위 없이 기쁜 일이었습니다.

또 ‘비밀의 숲’은 2017년 제1회 더 서울 어워즈 드라마부문 대상, 사단법인 한국방송비평학회 방송비평상, 제54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대상을 휩쓸며 평단의 주목도 받은 작품입니다. 심지어는 뉴욕타임스가 꼽은 ‘국제 TV 드라마 TOP10’에도 이름을 올렸죠. 당시 미국 평론가 마이크 할(Mike Hale)은 ”(‘비밀의 숲’은) 많은 한국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어색함과 뻔함이 없다”고 호평했습니다.

시즌1을 집필한 이수연 작가를 비롯해 주인공인 조승우와 배두나가 합류한다는 점도 구미를 당기게 했습니다. 지난 시즌에서 검찰 스폰서 살인사건을 공조수사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외톨이 검사’ 황시목(조승우)과 정의롭고 따뜻한 형사 한여진(배두나)의 재회에 기대감이 커지는 것도 당연합니다.

시즌2의 화두는 ‘검경 수사권 조정’입니다. 약 30년 동안 검찰과 경찰이 갈등을 빚은 현실 문제입니다. 공교롭게도 시즌2 1회는 이 논의가 급물살을 타 절정과 결말로 달려가고 있는 시점에 방영됐습니다. 때문에 ‘비밀의 숲 2’가 수사권을 둔 검찰과 경찰의 다툼을 어떻게 그릴지 더욱 주목됩니다.

드라마 내적 변화로 본다면, 시즌1에서 힘을 합쳤던 황시목과 한여진이 각각 검찰과 경찰의 대표로 대척점에 서게 된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두 사람은 앞서 ‘치안 유지’라는 대의로 뭉쳤었는데, 이번 시즌에선 검찰과 경찰이 깐 장기판의 말이 될 것 같습니다. 신념과 현실 사이에서 괴로워할 황시목과 한여진의 모습이 궁금해집니다.

 

tvN '비밀의 숲' 시즌2
tvN '비밀의 숲' 시즌2 ⓒtvN

 

첫 주 방송 보고 난 후. ‘비밀의 숲 2’은 첫 방송부터 시청률 7.6%(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했습니다. 시즌1 자체최고시청률보다 높은 수치임은 물론, tvN 토일드라마 첫 방송 역대 시청률 2위에 해당하는 기록입니다. 제작을 발표했을 때부터 쏟아졌던 드라마 팬들의 뜨거운 관심이 시청률로 입증됐습니다.

다만 1회부터 유혈 낭자한 살인사건 현장으로 시작했던 시즌1의 물리적 긴장감을 기대했던 시청자라면 다소 실망했을 법도 합니다. 게다가 부패한 검찰이나 경찰 이야기는 발에 채이도록 흔하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이라는 현안과 정면으로 마주한 드라마는 처음입니다. 심지어 관련 논쟁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안 그래도 중간 유입이 어려운 장르물인데, 설명 제대로 안 하고 들어가면 16회까지 시청자 붙잡고 갈 동력이 사라질 것이 자명한 상황이죠.

때문에 첫 주 방송된 1화와 2화에서는 경찰과 검찰의 현실적인 수사권 다툼을 꽤 길게 그립니다. 정보와 대사량은 엄청난데 보는 이들의 감각을 때릴 만한 임팩트 있는 사건은 없습니다. 또 시즌2 황시목과 한여진의 첫 공조인 인스타그램 수사는 심하다 싶을 만큼 우연의 연속인데다가 인과관계도 부족합니다. 한여진이 통영 바다에서 출입통제선을 끊고 바다에 들어간 이용호(강신효)를 너무나도 우연히 인스타그램으로 붙잡았을 때가 그랬죠. 그리고 이용호의 행동과 익사 사고의 연결고리가 옅다는 걸 알면서도 황시목과 한여진은 이상하리만치 매달리기도 하고요.

다만 이런 가운데서도 ‘인간박쥐’ 서동재(이준혁)의 현란한 세 치 혀 드리블은 인상적입니다. 서동재가 검찰 형사법제단장 우태하(최무성)를 찾아가 대검 진출 야욕을 드러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이게 홈쇼핑인지 드라마인지 헷갈리고 맙니다.

 

[허프 뇌피셜 지수: 80] 시즌1가 누렸던 인기만큼 화려하고 뜨거웠던 출발은 다소간의 실망을 가져왔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비밀의 숲 2’ 서론이 다소 장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분명합니다. 설명하지 않고 넘어가서는 안 될 현실의 한복판에서 이 드라마가 내놓은 답은 ‘정공법‘이었습니다. 어느 정도 흐름을 잡으셨다면, 이제 본론을 기다리셔도 좋을 듯합니다. 3화부터는 ‘한 방’을 보여줘야 하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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