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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8월 03일 10시 04분 KST | 업데이트됨 2020년 11월 04일 15시 49분 KST

[허프 뇌피셜] '악의 꽃', 공식 커플 밀었는데 사약 한 사발 마시고 시작하는 드라마

배우 이준기와 문채원이 2년 만에 선보이는 드라마 복귀작이다.

[허프 뇌피셜] 이 드라마 흥할까, 망할까? 

‘드라마는 4회 승부다!’ 시청자들 사이에 도는 말입니다. 초반 4회까지 반응으로 짧게는 10회, 길게는 20회 분량의 드라마가 흥할 지 망할 지 점칠 수 있다는 뜻이죠. 과연 그럴까요? 늘 그렇진 않습니다. 시작할 때 1% 시청률이었던 작품이 끝날 무렵엔 ‘국민 드라마’가 돼 있기도 하니까요.

화제작들의 첫 주 방송을 보고 그 흥망성쇠를 ‘허프 뇌피셜 지수’로 예측하는 코너를 만들었습니다. 지수가 높을 수록 흥할 가능성이 높고, 낮을 수록 반대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 예측이 맞았는지 틀렸는지는 최종회가 끝난 후 독자들과 함께 되짚어 보겠습니다.

첫 번째 드라마는 tvN ‘악의 꽃’입니다.

tvN
tvN '악의 꽃'

사전 정보. ‘악의 꽃’은 14년간 사랑해 온 남편 희성(이준기)이 연쇄살인마일지도 모르는 상황에 맞닥뜨린 형사 아내 지원(문채원)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연쇄살인마 남편과 형사 아내라니. 솔깃할 수밖에 조합입니다.

배우 이준기와 문채원이 2년 만에 선보이는 드라마 복귀작입니다. 특히나 두 사람은 3년 전 동명의 HBO 인기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OCN ‘크리미널 마인드‘를 함께 이끈 적이 있으나, 엄청난 혹평에 시달렸죠. 심지어는 방영 당시 드라마 팬들 사이에서 ‘망크(망한 크리미널 마인드)’라는 말이 돌았을 정도입니다.

때문에 비슷한 장르물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에게 ‘악의 꽃’ 흥망은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제작보고회에서 ‘유니크함‘과 ‘서스펜스와 멜로의 조화’를 이 작품의 미덕으로 내세웠는데요.

특히 문채원은 ”(이 드라마는) 멜로가 8, 서스펜스가 2의 비율″이라며 ”저는 전통적인 멜로를 선호하지만, 요즘은 하나의 장르로 승부를 거는 드라마보다는 여러 장르가 혼합된 경우가 많더라. ‘악의 꽃’은 장르물과 멜로의 조합이 굉장히 자연스럽고 좋았다”고 했습니다.

연쇄살인사건을 다룸에도 멜로의 비중이 크고, 여태껏 본 적 없는 신선한 캐릭터를 보여주겠다는 ‘악의 꽃’ 측 호언장담은 시청자들의 기대를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첫 주 방송 보고 난 후.  1화부터 연쇄살인범으로 의심되는 주인공 희성이 자신의 과거를 알아챈 기자 무진(서현우)의 목을 졸라 제압하고 지하실에 가둡니다. 무진은 이 드라마에서 연쇄살인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므로 ‘아니 벌써 전개를 이렇게 빨리 돌리나?’라는 우려도,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오는 기대감도 생깁니다.

희성이 사이코패스임을 묘사하는 대목은 매우 전형적이지만, 이준기의 연기력이 살려냈습니다. 모든 사회성과 감정을 연습하는 모습은 어디서 많이 본 듯하긴 해도 흡인력이 있습니다.

여기저기 심어 놓은 떡밥은 약간 조잡한 느낌이나 시청자들에게 전개를 추측하게 할 여지를 줍니다.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일지도 모르는 희성이 무진이나 중국집 사장을 공격하는 부분에선 ‘저렇게 무식하게 돌진하는데 여태까지 안 잡혔다고?‘라는 의심이 듭니다만, 바꿔 말하면 희성은 살인을 한 적이 없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다만 이 같이 얕은 착시들이 계속될 경우 보는 이들이 피로감을 느낄 수도 있어 보입니다. 또 나중에 이 많은 떡밥을 회수할 때엔 맥락 없이 ‘원래 이런 거였으니 받아 들여’라는 식의 드라마적 강요가 있을 위험성도 느껴집니다.

‘멜로가 8할’의 근거는 아직 찾을 수 없었습니다. 희성과 지원이 14년 동안 사랑을 이어 온 죽고 못 사는 부부란 건 알겠지만, 키스하고 포옹하고 토끼같은 딸래미와 술래잡기 하는 행복한 장면들을 ‘멜로의 감정선’이라고 부르긴 부족해 보입니다. 2화까지는 희성-지원 부부의 사랑이 서스펜스를 극대화하는 도구로 이용됐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아직은 ‘한줌’인 멜로에 끌려 이 드라마를 선택한 시청자들이 공식 부부를 미는데도 ‘사약(이루어지지 않을 것이 뻔한 드라마 속 커플을 응원하는 행위를 일컫는 팬 용어)’을 마실 것 같은 상황입니다. 

 

[허프 뇌피셜 지수: 50] 아직은 눈길을 휘어잡는 멜로도, 서스펜스도 없어 보입니다. 이대로 진행된다면 범죄 장르물의 특성상 시청자들의 중간 유입이 힘들다는 점도 치명적일 수 있겠습니다. 기복 없는 이준기의 연기는 그 자체로 볼 가치가 있지만, 여기에만 기댄다면 ‘크리미널 마인드’의 전철을 밟을 위험도 감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