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2022년 02월 04일 18시 59분 KST

"비섹스·노섹스 페미니즘' : 욕망에 당당하려고 택한 '여성 성욕 추구'의 수혜자가 남성일 수밖에 없는 이유

'자유분방한 성행위'와 '강압적 성행위'는 구분돼야 하지만, 현실은.

웻 애스 푸시
카디비 MV 캡처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멋진 여성에 대한 기준점이 ‘자유로운 성관계’를 지향하는 데 머물렀던 적이 있다. 성적 죄책감과 수치심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했던 이 관념이 이제는 점점 변화하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여자 또한 다양한 성적 취향을 지향할 수 있다는 ‘섹스 포지티브 페미니즘‘은 여성으로부터 낙인을 제거하고 그들을 자유롭게 해줄 것이라 생각했다. 재작년 공개됐던 카디비의 파격적인 신곡 ‘웻 애스 푸시(Wet Ass Pussy)’ 또한 이런 움직임의 연장선으로, 여성이 관계를 즐기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적어도 이론상으로는)내포하며, 현대 여성들의 가치관에 조금씩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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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아일리시

하지만 만약 섹스 포지티브 페미니즘이 여성을 주변 시선들로부터 자유롭게 한다고 가정한다면, 이는 반대로 그들 또한 남들의 관계를 멋대로 판단하지 않아야 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적어도 서로 합의한 관계에서는 말이다. 문제는 여전히 남성중심적으로 성행위를 하는 이 사회에서 ‘합의’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관계에 대한 조언을 해주는 공인 사회 복지사 라라(필명)는 이번 달 출판한 책 ‘차단하고, 삭제하고, 나아가라(Block, Delete, Move On)’ 에서 여성의 성적 쾌락을 위해 노력한 이들에게 경의를 표하지만, 동시에 해당 움직임이 대부분의 여성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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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아일리시

그는 ”(관계를 하고) 남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해도 되고, 상대방과 꼭 결혼해도 되지 않는 것도 맞지만 관계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제대로 자리잡지 않은 데 비해 섹스 포지티브 페미니즘은 너무 널리 퍼졌다”며 불균형하게 자리잡은 사회적 관념을 꼬집었다. ”성관계가 진짜 무엇인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언제, 어떻게 하는게 맞는 것인지 판단하는 것”에 대한 교육은 한참 모자라다는 설명이다. 

라라가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약 75%가량의 여성이 아프거나 거친 관계를 했지만 이에 대해 불평할 수 없었다고 한다. 작년 12월, 빌리 아일리시는 11살 처음 성인 영상을 보고 ”뇌가 망가졌다”고 발언했다. 그는 ”처음 몇 번의 성관계를 경험했을 때 ‘싫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확실한 반대를 하지 못했던 걸 후회한다. 그런 옳지 못한 상황에 끌리고 매력을 느껴야 한다고 무의식 중 생각하고 있었다. 영상의 영향이다”라고 말하며 자신이 한때 가졌던 성관계에 대한 그릇된 인식에 대해 고백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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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무관한 자료 사진

BBC에 따르면 40세 이하의 영국 여성 중 3분의 1은 원치 않은 채 침대에서 뺨을 맞거나 목이 졸리는 경험 등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거친 성관계를 좋아하는 여성들은 이를 추구할 권리가 있지만, 해당 행위가 일반적인 관계의 방식이라는 인식이 심어지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과거 강압적인 성관계를 겪어야 했던 아담스라는 이름의 한 인터뷰이는 ”(해당 사건을 겪고 나서) 1년 쯤은 성관계를 지양했다. 나중에는 이게 꼭 필요한가? 라는 결론에 다다랐다”고 밝혔다. 누군가는 성관계에 대한 자신만의 정의를 내리는 데 섹스 포지티브 페미니즘이 도움이 됐다고 할 수 있지만, 그는 단호했다. ”이는 여성을 해방시키지 않는다. 개인으로서는 본인이 자유롭고, 권리를 얻은 것처럼 느낄 수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결국 여성을 억압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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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적인 성행위로 발생한 피해자를 위해 운영되는 영국의 ‘우리는 동의할 수 없다(We Can’t Consent to This)’ 단체 언론 담당자 루이즈 페리는 본인 또한 한 때 성인물 속 행위를 따라하고, 낯선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것에 긍정적인 섹스 포지티브 페미니즘을 지지했다고 한다. 지금도 주체적인 성관계에 대해서 찬성하는 그는, ”하지만 섹스 포지티브 페미니즘의 수혜자는 압도적으로 남성일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문혜준 기자: huffkore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