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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속국 취급한 트럼프 "승인" 막말에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정치권 첫 경고음을 냈다

이틀 만에야...

ⓒ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속국 취급하는 오만한 막말을 퍼부었음에도, 한국 정치권은 너무도 조용했다. 이틀 만에야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원내 정치권 처음으로 트럼프 발언에 대해 ‘외교 갑질’을 멈추라며 비판 칼날을 겨누었다.

앞서 트럼프는 지난 10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한국 정부가 대북 제재 해제를 검토한다는 보도가 있다‘는 기자 질문에 ”그들은 우리의 ‘승인’ 없이는 그걸 안 할 것이다. 그들은 우리의 승인 없이는 아무것도 안 한다”고 답했다. ‘승인’은 주권을 지닌 국가 간에 쓸 수 있는 단어가 아니다. 과거 식민지나 속국에 대해서나 쓰던 말이다.

이 때문에 외교 수사에 무지한 트럼프가 한국 주권을 무시하는 속내를 여과없이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더불어 한미관계의 정상적 발전을 위해서라도 트럼프의 막말에 분명한 경고를 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었다. 특히 정부와 청와대는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불가피하게 외교적 언급을 하는 데 그치더라도, 정치권에선 가감없는 비판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정치권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잠잠했다. 이틀 만에야 첫 포문이 열린 셈이다.

이정미 대표는 12일 오전 당 상무위 모두발언을 통해 ”한미동맹은 미국의 일방적 지시에 좌우될 수 없으며 그래서도 안 된다”며 ”승인(approval)이라는 표현 수위는 주권국가이자 동맹국인 우리 국민에 대한 모욕”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5.24 조치는 유엔(UN) 제재와 무관한 우리 정부의 독자 제재이고, 따라서 제재의 지속 여부는 우리가 결정할 영역의 일”이라며 ”우리 정부는 당연히 독립적 결정을 내릴 수 있으며, 필요하다면 미국과 의논할 수 있는 일”이라고 짚었다. 이어 ”중간 선거가 치러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적 레토릭이었다고 해도, 이번 승인 발언은 한미동맹의 현실과 당위를 무시한 외교적 ‘갑질’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남·북·미 삼자는 이제는 말 그대로 공동운명체”라며 ”미국 정부는 동맹의 일원이자 평화의 동반자를 무시하는 부적절한 발언을 거두고, 평화와 협력의 세계로 성큼성큼 앞장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 대표 발언이 나오기까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야당인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에선 트럼프 발언을 비판하는 공식 논평이나 지도부 공식 발언을 단 하나도 내놓지 않았다. 

ⓒASSOCIATED PRESS

더불어민주당에선 이해식 대변인이 ‘대북제재와 관련한 일부 언론의 보도와 자유한국당의 정치공세는 부적절하다’는 브리핑을 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승인’ 없이 한국이 해제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은 한미 간 긴밀한 공조를 강조한 뜻으로 한 말이지우리 정부의 5.24 조치를 특정하여 한미 간 이견을 표출한 것이 아니다”라며 파장을 막으려 했을 뿐 트럼프 발언의 문제점을 지적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바른미래당에선 트럼프의 막말을 한국 정부의 잘못을 저지한 행위로 정당화하는 듯한 논평을 내놓기도 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여당 대표와 외교부 장관의 ‘설익은 합작’,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인가?‘라는 논평을 통해 ”트럼프는 강 장관의 발언과 관련해서 ‘미국의 승인이 없다면 한국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 단언했다. 금강산 관광 재개를 재촉한 여당 대표의 제안과 그에 대한 외교부 장관의 화답은 그렇게 국제적인 망신으로 종결되었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가 말한 미국의 승인 이전에 ‘국민의 동의 없이’ 함부로 해제를 운운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발언에 대한 문제의식은 전혀 담기지 않았다.

보수 야당은 트럼프의 발언으로 정부의 실책이 드러났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트럼프의 막말에는 눈 감은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자칫 민감한 북-미 대화 국면에서 트럼프와의 갈등을 부각시켜서는 안된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주권을 무시하는 발언에마저 침묵하는 것은 국가 자존심이나 국익 차원에서, 더불어 한미관계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신중하게 대응하더라도, 정치권과 여론이 정확히 잘못을 지적할 때 트럼프도 막말을 되풀이하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해볼 기회를 갖게 되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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