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20년 11월 25일 16시 14분 KST | 업데이트됨 2020년 11월 25일 16시 23분 KST

트럼프의 마지막 칠면조 사면식은 역대 가장 무미건조하게 끝났다

대통령의 농담도, 들뜬 분위기도 없었다.

ASSOCIATED PRES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의 추수감사절 전통 이벤트인 '칠면조 사면식'을 거행하고 있다. 이날 사면식에서는 '콘(Corn)'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칠면조가 사면됐다. 2020년 11월24일.

미국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11월26일)을 앞둔 24일, 백악관에서는 오랜 전통에 따라 칠면조 사면식이 열렸다. 대선 패배 이후 공식 일정을 거의 잡지 않은 채 400여개의 ‘대선불복’ 트윗과 7차례의 골프에 열중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모처럼 공개 석상에 나섰다.

모든 건 평소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아보였다.

전미칠면조협회가 제공한 두 마리의 칠면조가 어김없이 로즈가든에 모습을 드러냈다. ‘콘(Corn)‘과 ‘캅(Cob)’이다. ‘콘’이 사면 대상으로 선정됐고, ‘캅’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대역으로 정해졌다.

이 칠면조들은 여느 때처럼 윌라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대부분이 마스크를 쓴 것만 빼고는 크게 다를 바 없는, 100명 넘는 백악관 직원과 손님들이 이 전통적 행사를 지켜봤다.

Chip Somodevilla via Getty Images
백악관 칠면조 사면식은 1947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시작해 비공식적으로 이어져오다가 1989년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이 공식 행사로 만든 뒤 지금까지 매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트럼프 대통령의 어조는 임기 동안 진행했던 칠면조 사면식 때보다 더 진지했다고 AP는 전했다. 으레 양념처럼 등장해 분위기를 띄웠던 대통령의 농담도 이번에는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로 지칭하며 최전선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는 ”곧 팬데믹을 종식시킬” 백신과 치료법을 언급하며 ”정말 엄청난 기분”이라고 말했다.

몇 시간 전 조 바이든 당선인이 ”미국이 돌아왔다”고 선언하며 외교안보팀을 소개한 것을 염두에 둔 듯,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가 사라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게 사실상 이날 행사의 전부였다.

공교롭게도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불복을 소재로 농담을 했던 2년 전의 행사가 이날 칠면조 사면식보다 더 큰 관심을 받았다.

당시 그는 ‘완두콩‘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칠면조를 사면하면서 예비로 준비됐던 칠면조인 ‘당근’이 결과에 승복하지 않았다고 말해 청중들의 웃음을 이끌어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패배를 인정하기를 거부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과 묘하게 겹쳐지는 대목이다.

″안타깝게도 ‘당근‘은 패배를 인정하기를 거부하고 재검표를 요구했으며, 우리는 계속해서 ‘당근‘과 다투고 있습니다. (웃음) 말씀드리자면, 우리는 이런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당근‘에게는 미안하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웃음) ‘당근’에게는 안 된 일입니다.” 2018년 칠면조 사면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선보인 농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콘’을 사면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은 채 퇴장했다. 그 때, 한 기자가 소리치듯 물었다. ”대통령님! 퇴임 전에 스스로를 사면하실 겁니까?” 또 다른 기자는 이렇게 물었다. ”바이든 당선인을 (백악관에) 초대하셨습니까?”

대답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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