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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트럼프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고발하는 다큐에 한국이 등장한 이유

[인터뷰] 알렉스 기브니 감독

미국인들이 코로나19 감염을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동안, 아카데미상을 수상(2008년)했던 영화감독 알렉스 기브니는 트럼프 정부의 방역 실패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드느라 바쁜 나날을 보냈다.

최근 몇 년 동안 그는 실리콘밸리 최대 사기극으로 끝난 ‘테라노스‘의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즈를 다룬 ‘디 인벤터: 아웃 포 블러드 인 실리콘 벨리‘를 비롯해 러시아 올리가르히 미하일 호도로코프스키를 다룬 ‘시티즌 K’, 사이언톨로지를 주제로 삼은 ‘고잉 클리어’ 등 다수의 작품을 발표했다.

그는 앞서 여러 작품에서 작업을 함께했던 프로듀서 오펠리아 하라투니안, ‘더위클리’의 프로듀서 수잔 힐린저와 공동으로 미국의 코로나19 사태를 정리한 이번 작품을 완성했다. 그 결과물인 다큐멘터리 ‘Totally Under Control(완전히 통제되고 있다)’는 20일부터 훌루(Hulu)에서 스트리밍 될 예정이다. 

이번 다큐의 제목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했던 말, 즉 코로나19가 ”완전히 통제되고 있다”에서 따온 것이다.

허프포스트가 단독으로 제공 받은 영상 클립에는 한국의 초기 코로나19 대응 관련 장면이 담겨 있다. 1분이 조금 넘는 이 영상을 보면, 미국이 한국과 비슷한 조치를 취했더라면 상황이 얼마나 달라졌을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한국과 미국에서는 같은 날(1월20일)에 첫 번째 코로나19 환자가 확인됐다. 약 9개월이 지난 지금, 두 나라의 상황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다큐멘터리 'Totally Under Control(완전히 통제되고 있다)'의 한 장면. 질병관리본부가 의료장비 업체들을 소집해 코로나19 진단검사키트 개발을 요청했던 1월27일 회의 장소인 '서울역 회의실'을 가리킨다.
다큐멘터리 'Totally Under Control(완전히 통제되고 있다)'의 한 장면. 질병관리본부가 의료장비 업체들을 소집해 코로나19 진단검사키트 개발을 요청했던 1월27일 회의 장소인 '서울역 회의실'을 가리킨다. ⓒNeon and Participant

 

이 영상 클립에는 그동안 로이터 등 해외 언론들이 집중적으로 조명했던 한국의 코로나19 진단검사키트 개발 착수 과정이 담겨 있다.

당시 상황은 이렇다.

설 연휴가 끝나가던 1월27일, 당시 질병관리본부는 서울역의 한 회의실에 진단시약 업체 20곳의 대표자들을 서울역 내 회의실에 소집했다. 훗날 유명한 일화로 기록될 이 비공개 회의에서, 질본은 ‘승인 절차는 신경쓰지 말라’며 코로나19 진단검사키트를 신속하게 개발해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4명에 불과했다. 이 서울역 회의 뒤 1주일 만에 첫 번째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진단시약이 등장했다. 코로나19 방역의 핵심으로 꼽히는 ‘검사, 추적, 격리(test, trace, isolate)’의 첫 단계인 진단검사에서 한국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집계(9월1일 기준)에 따르면, 현재 73개 국내 기업이 코로나19 진단검사 장비(검체채취키트, 진단시약, 워크스루 장비 등)를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공개를 앞두고 허프포스트는 기브니 감독과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코로나19 관련 정보, 특히 미국의 상황에 관한 정보는 시시각각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실시간으로 전개되는 상황 속에서 중요한 상황 변화를 모두 담으려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떻게 접근했나?

= 우리는 사태 초기, 특히 첫 100일에 초점을 맞추는 방법을 택했다. 이 때야말로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던 시기였다. 우리가 다르게 움직였다면 미국의 코로나19 상황 전체가 극적으로 달라질 수 있었다. 우리는 모든 사건들을 따라가는 대신 사태 초기에 집중했다. 

 

이 영상 클립에는 한국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취한 조치가 담겼다. 자료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의 코로나19 확산 차단 실패를 낳은 가장 큰 실책 하나를 꼽는다면 무엇인가?

= 공격적인 검사 및 추적(역학조사)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데 있어서 빠르게 움직이지 못한 것이다.

(자료사진) 국내 한 업체가 생산한 코로나19 진단검사키트. 코로나19 진단검사장비를 수출하는 국내 업체는 70여개에 달한다.
(자료사진) 국내 한 업체가 생산한 코로나19 진단검사키트. 코로나19 진단검사장비를 수출하는 국내 업체는 70여개에 달한다. ⓒChung Sung-Jun via Getty Images

 

이번 작품이 공개되기 2주 전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 사실이 발표됐다. 이 내용을 추가하기 위해 작품 공개 연기를 검토하지는 않았나?

= 검토를 하기는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다. 끝부분에 우리가 작업을 마무리한 다음날에 그 일이 벌어졌다는 내용을 자막으로 넣었다. 우리는 (트럼프의) 확진이 이 주제와 문제에 대한 일종의 음울한 시적 반영이라고 봤다. 우리가 (작품에서) 이미 밝혀낸 이번 사태 초기 상황과 그 위험성을 알았음에도 이를 제대로 인지한 적이 없는 트럼프에 대해서 말이다.

 

현 시점에 영화를 공개함으로써 11월 대선에서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기를 기대하나?

= 지금 영화를 공개하면서 나는 사람들이 트럼프와 트럼프 정부의 무능한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을 바탕으로 그에 대한 평가를 내리게 되기를 바란다. 이건 21만명 넘는 목숨을 앗아간 무능이다. 

 

한편 기브니 감독은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왜 미국과 한국을 비교했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냥 이런 일이 벌어졌구나,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없었구나’ 하고 생각해버리기 쉽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식 예고편은 아래에서 볼 수 있다. 

 

 

* 허프포스트US의 The Film That Exposes Just How Badly The United States Mishandled COVID-19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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