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6일(현지시각) 대선결과를 인증하기 위한 상원과 하원의 합동회의가 열리는 의사당에 난입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경찰은 총과 최루가스를 동원해 진압에 나서는 한편 의원들을 대피시켰고, 회의는 일시 중단된 상태다.
이날 회의는 지난해 11월3일 실시된 대선의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정식으로 인증하기 위해 열린 회의다. 앞서 각 주의 선거당국이 인증한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추인하는 형식적 절차일 뿐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패배를 인정하기를 거부하면서 긴장이 고조되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며칠 전부터 펜스 부통령에게 선거 결과를 뒤집어줄 것을 요청하며 그를 공개적으로 압박하기도 했다.
로이터와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난입 사태로 회의가 중단된 건 회의가 한창 진행 중이던 오후 2시15분쯤이었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 공화당) 등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해 발언에 나선 가운데 예고대로 의사당 바깥에서 시위를 벌이던 트럼프 지지자들이 경계를 뚫고 의회 건물로 난입했다. 이들은 의사당 복도를 마음대로 거닐었고, 상원 회의장으로 난입했다. 한 지지자는 상원 회의장 연단에 서서 ”트럼프가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외쳤다.
의회 경비대원들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상원의장)을 급히 대피시켰고, 상하원 의원들도 대피했다. 의사당에는 봉쇄조치가 내려졌다. 의회 경비대는 하원 회의장으로 대피한 의원들에게 방독면 착용을 요청하는 한편, 회의장 진입을 시도하는 시위자를 향해 총기를 겨누며 대치했다.
워싱턴DC 경찰서장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의회 경비대원들에게 ”화학 자극제”를 뿌린 뒤 건물 안으로 진입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자들을 향해 트위터에 ”평화를 유지하라”고 적었다. 이어 사태가 벌어진 지 약 두 시간 만인 오후 4시경 영상 메시지를 올려 ”집으로 가달라”며 폭력행위 자제를 호소했다.
그러나 이 영상 메시지에서조차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선거를 도둑 맞았다”는 허위주장을 반복했고, ”여러분을 사랑한다”, ”여러분은 특별하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트위터는 이 트윗에 경고 문구를 붙이고 ”폭력의 위험”이 있다며 리트윗과 댓글, 좋아요를 모두 차단했다.
페이스북은 트럼프 대통령의 계정에 올라온 같은 영상을 삭제했다. 가이 로즌 페이스북 부사장은 ”긴급 상황에 맞춰 트럼프 대통령의 영상 삭제를 비롯한 긴급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이 영상이 ”진행 중인 폭력을 진화하기보다는 부추길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This is an emergency situation and we are taking appropriate emergency measures, including removing President Trump's video. We removed it because on balance we believe it contributes to rather than diminishes the risk of ongoing violence.
취임을 2주 앞둔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긴급 브리핑을 열어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을 ”반란 사태”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전례 없는 공격”으로 규정하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금 당장 생방송 중계에 나와서” 사태 종식을 촉구함으로써 대통령으로서의 헌법적 의무를 다하라고 촉구했다.
— Biden-Harris Presidential Transition (@Transition46) January 6, 2021
전례없는 이 사태 속에서 물리적 충돌 끝에 희생자도 나왔다.
의회 경비대 등은 최루가스 등으로 진압을 시도했고, 트럼프 지지자로 보이는 한 여성이 건물 안에서 총에 맞아 쓰러진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왔다. AP는 총격이 벌어진 구체적인 상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며 이 여성이 목 부위에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진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이후 이 여성은 끝내 사망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난입 사태가 벌어지는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해왔던 밋 롬니 상원의원(공화당, 유타)은 트럼프에 동조하는 동료 공화당 의원들을 향해 ”이게 당신들이 자초한 일”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오늘의 이 반란사태는 (트럼프) 대통령이 초래한 거다.”
워싱턴DC 전역에는 저녁 6시를 기해 다음날(7일) 아침까지 통행금지령이 내려졌고, 1100여명의 주방위군 병력 전원이 투입됐다. FBI 요원들도 의회 경비대 지원에 투입됐다.
난입 사태가 벌어지기 전, 당연직 상원의장이자 이날 회의를 주관한 펜스 부통령(공화당)은 자신에게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뒤집을 권한이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을 거부했다.
Just evacuated my office in Cannon due to a nearby threat. Now we’re seeing protesters assaulting Capitol Police.
Here’s the scary moment when protesters initially got into the building from the first floor and made their way outside Senate chamber. pic.twitter.com/CfVIBsgyw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