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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백신 개발 책임자의 폭로 : '트럼프가 권장한 말라리아 치료제 반대해서 해임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과학적 근거가 없음에도 코로나19 환자들에게 말라리아 치료제를 써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 허완
  • 입력 2020.04.23 11:29
  • 수정 2020.04.23 13:1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동안 코로나19 환자들에게 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투여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동안 코로나19 환자들에게 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투여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MANDEL NGAN via Getty Images

미국 정부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개발을 이끌어왔던 과학자가 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코로나19 환자들에게 투여하도록 하려는 시도를 저지했다는 이유로 연방정부기관장 자리에서 해임됐다고 폭로했다.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과학적 근거가 없음에도 ‘어차피 잃을 게 없지 않느냐’며 말라리아 치료제를 코로나19 치료제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전문가들은 치료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전문가들은 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코로나19 치료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심각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최근 발표된 연구에서도 이같은 사실이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코로나19 치료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심각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최근 발표된 연구에서도 이같은 사실이 확인됐다. ⓒASSOCIATED PRESS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인 생물의약품첨단연구개발국(BARDA)을 이끌어왔던 릭 브라이트 박사는 22일(현지시각) 말라리아 치료제를 코로나19 치료제로 활용하도록 하려는 상부의 ”정치적” 시도를 자신이 저지했다고 말했다.

그가 뉴욕타임스(NYT)에 보낸 입장문은 눈에 띌 만큼 직설적이다. 그는 우선 ”이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퇴치하기 위해서는 정치나 정실 인사가 아니라 과학이 대응을 주도해야 하기 때문에” 폭로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브라이트 박사는 백신 개발 분야에서 평생 일해왔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모든 과학적 자원을 총동원해 정부의 백신 개발을 지원해왔다고 소개했다. ”불행하게도 이는 보건복지부의 정치적인 수뇌부와의 충돌로 이어졌다.” 

그는 또 자신이 ”정치적 연줄이 있는 이들(제약업체)이 (코로나19 치료제로) 홍보한, 위험할 수 있는 약물에 (정부) 자금을 지원하려는 시도를 저지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과 후원자들이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생산하는 제약업체들에 투자를 했거나 이해관계가 있다는 의혹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게임 체인저', '신의 약물' 등으로 묘사해왔던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더 이상 언급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게임 체인저", "신의 약물" 등으로 묘사해왔던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더 이상 언급하지 않고 있다. ⓒDrew Angerer via Getty Images

 

″구체적으로, 그리고 잘못된(misguided) 지시에 반해 나는 정부가 (코로나19의) 만병통치약으로 홍보했지만 분명 그 효과에 대한 과학적 증거는 부족한 크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광범위한 사용을 제한했다.”

″나는 모든 옵션을 들여다보고 효과적인 치료법을 위해 창의적인 방법도 기꺼이 검토할 준비가 되어있지만, 입증되지 않은 약물을 미국 시민들에게 제공하려는 시도를 마땅히 저지했다.” 브라이트 박사가 밝혔다.

그는 ”나는 이 약물이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는 코로나19 확진자에게 의사의 감독 하에서만 투여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이 약물은 최근 코로나19 환자에 대한 연구에서 나타난 사망률 증가와 같은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브라이트 박사는 ”이 팬데믹의 와중에 나를 배제하고 정치와 정실 인사를 과학보다 우선시하는 행위는 사람들의 목숨을 위험에 처하게 만들고, 이 다급한 공중보건 위기에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는 국가적인 노력을 저해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자신이 좌천성 인사를 당한 경위, 트럼프 정부가 BARDA를 정치적으로 압박해 ”정치적 연줄이 있는 업체들”에 자금을 지원하도록 한 과정 등에 대해 감사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코로나19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년 4월2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코로나19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년 4월22일. ⓒDrew Angerer via Getty Images

 

트럼프 대통령은 말라리아 치료제를 ”게임 체인저”, ”신의 선물”, ”매우 강력한 약” 등으로 묘사하며 이를 코로나19 환자들에게 투여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해왔다. ”잃을 게 뭐가 있나?” 그가 여러 차례 했던 말이다.

폭스뉴스 같은 친트럼프 언론들도 말라리아 치료제를 ‘기적의 약물’로 소개하며 거들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이 약물의 품귀 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에서 잇따라 발표된 연구들에 따르면, 실제로 말라리아 치료제를 코로나19 환자들에게 투여했더니 별다른 치료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약물을 투여한 코로나19 환자들의 사망률이 그렇지 않은 환자들에 비해 두 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도 나왔다.

치료 효과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희박하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자 지난 며칠 동안 트럼프 대통령폭스뉴스는 이 약물을 더 이상 언급하지 않고 있다

22일 백악관 코로나19 브리핑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은 ‘부당한 압력으로 해임됐다’는 브라이트 박사의 폭로에 관한 질문을 받고는 ”그가 그렇게 됐을 수도, 아닐 수도 있다”고 답했다. ”나는 그가 누군지 모른다.”

브라이트 박사의 상관이자 의혹의 당사자로 떠오른 알렉스 에이자르 보건복지부 장관은 NYT의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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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코로나19 #도널드 트럼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