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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소유한 트럼프호텔이 트럼프 정부에 임대료를 깎아달라고 요청했다

트럼프그룹은 코로나19로 사실상 영업이 중단된 마러라고 리조트에 대해서도 임대료 조정을 문의한 상태라고 한다.

  • 허완
  • 입력 2020.04.22 16:57
  • 수정 2020.04.22 17:03
미국 워싱턴DC 옛 우체국 건물에 들어선 트럼프인터내셔널호텔. 1899년에 완공된 이 건물은 미국의 국립사적지로 분류되어 있다.
미국 워싱턴DC 옛 우체국 건물에 들어선 트럼프인터내셔널호텔. 1899년에 완공된 이 건물은 미국의 국립사적지로 분류되어 있다. ⓒASSOCIATED PRES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소유한 트럼프그룹(Trump Organization)이 워싱턴DC에서 운영하고 있는 트럼프인터내셔널호텔의 임대 조건을 변경해달라고 트럼프 정부에 요청했다.

뉴욕타임스(NYT)가 관계자들을 인용해 21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트럼프그룹 측은 최근 정부에 임대 조건 변경을 문의했다. 어떤 ‘변경’을 요청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매월 약 26만8000달러(약 3억3000만원)로 알려진 임대료에 대한 유예나 감면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에서 불과 몇 블록 떨어진 펜실베니아 애비뉴에 위치한 이 263실 규모의 호텔은 트럼프그룹이 소유·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국립사적지(NRHP)로 지정되어 있는 이 옛 우체국 건물 자체의 소유권은 연방 정부에 있다. (건물의 상징인 시계탑과 전망대는 여전히 미국 국립공원관리청이 관리하고 있다.)

정부 청사로 활용해왔던 건물의 재개발을 추진하던 연방정부 총무청(GSA)은 건물 유지보수 등으로 적자가 누적되자 민간 투자를 유치하기로 하고 경쟁입찰을 벌여 '럭셔리 호텔'로의 리노베이션을 제안한 트럼프그룹과 60년짜리 임대 계약을 맺었다. 호텔은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직전인 2016년 10월에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정부 청사로 활용해왔던 건물의 재개발을 추진하던 연방정부 총무청(GSA)은 건물 유지보수 등으로 적자가 누적되자 민간 투자를 유치하기로 하고 경쟁입찰을 벌여 '럭셔리 호텔'로의 리노베이션을 제안한 트럼프그룹과 60년짜리 임대 계약을 맺었다. 호텔은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직전인 2016년 10월에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The Washington Post via Getty Images
공화당 대선후보 시절, 도널드 트럼프가 '트럼프인터내셔널호텔' 리노베이션 현장을 둘러보는 모습. 2016년 3월21일.
공화당 대선후보 시절, 도널드 트럼프가 '트럼프인터내셔널호텔' 리노베이션 현장을 둘러보는 모습. 2016년 3월21일. ⓒASSOCIATED PRESS

 

트럼프그룹은 경쟁 입찰 끝에 2013년 체결한 60년짜리 계약에 따라 매월 연방정부 총무청(GSA)에 임대료를 지불해왔다. 2억달러를 투자해 1899년에 지어진 이 유서 깊은 ‘리차드슨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물을 수선해 럭셔리 호텔로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리노베이션을 끝내고 2016년 10월에 문을 연 이 호텔은 (때마침) 트럼프 정부가 취임한 이래로 국내외 로비스트와 외교 인사들로 북적거리며 호황을 맞이했다. 그러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다른 호텔들과 마찬가지로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가 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둘째 아들이자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해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에릭 트럼프는 연방정부 소유 건물의 다른 임차인들과 똑같이 대우해달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저 우리를 똑같이 대해달라는 거다.”

도널드 트럼프와 가족들이 워싱턴DC '트럼프인터내셔널호텔' 개장식에 참석한 모습. 2016년 10월26일.
도널드 트럼프와 가족들이 워싱턴DC '트럼프인터내셔널호텔' 개장식에 참석한 모습. 2016년 10월26일. ⓒThe Washington Post via Getty Images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이곳은 몰려드는 국내외 로비스트와 외국 정부 관계자들로 호황을 누렸고, 단골 시위 장소로 새롭게 떠오르기도 했다. 사진은 2019년 '여성행진' 때의 모습. 2019년 1월19일.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이곳은 몰려드는 국내외 로비스트와 외국 정부 관계자들로 호황을 누렸고, 단골 시위 장소로 새롭게 떠오르기도 했다. 사진은 2019년 '여성행진' 때의 모습. 2019년 1월19일. ⓒPaul Morigi via Getty Images

 

의회는 5000억달러(약 616조원) 규모의 재무부 긴급 지원금 지원 대상에서 트럼프그룹을 배제시켰다. 트럼프그룹은 이와는 별개로 중소기업청에 최대 1000만달러(약 123억원)의 대출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 요건을 갖췄지만 신청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 긴급 대출 프로그램이 실직을 막기 위해 마련된 탓에 대출을 받으려면 해고한 직원들을 다시 데려와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그룹은 플로리다주에 위치한 마러라고 리조트에 대해서도 지방 정부에 토지 임차료 조건 변경을 문의했다고 NYT가 관계자와 관련 문서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겨울 백악관’으로 지칭해왔던 이곳에는 골프장과 리조트가 있으며, 지금은 사실상 문을 닫은 상태다.

트럼프그룹은 팜비치카운티에 내야할 이번달 임대료 8만8000달러(약 1억800만원)을 1주일 늦게 냈다. 에릭 트럼프는 ”영업을 중단하라고 지시한 바로 그 카운티 정부가 임대료를 받아가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다른 곳에는 어떻게 하고 있나? 우리를 그저 똑같이 대해달라는 거다.”

한편 트럼프그룹은 지난해말 워싱턴DC 호텔을 매각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매각 작업도 중단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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