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소유한 트럼프그룹(Trump Organization)이 워싱턴DC에서 운영하고 있는 트럼프인터내셔널호텔의 임대 조건을 변경해달라고 트럼프 정부에 요청했다.
뉴욕타임스(NYT)가 관계자들을 인용해 21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트럼프그룹 측은 최근 정부에 임대 조건 변경을 문의했다. 어떤 ‘변경’을 요청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매월 약 26만8000달러(약 3억3000만원)로 알려진 임대료에 대한 유예나 감면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에서 불과 몇 블록 떨어진 펜실베니아 애비뉴에 위치한 이 263실 규모의 호텔은 트럼프그룹이 소유·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국립사적지(NRHP)로 지정되어 있는 이 옛 우체국 건물 자체의 소유권은 연방 정부에 있다. (건물의 상징인 시계탑과 전망대는 여전히 미국 국립공원관리청이 관리하고 있다.)
트럼프그룹은 경쟁 입찰 끝에 2013년 체결한 60년짜리 계약에 따라 매월 연방정부 총무청(GSA)에 임대료를 지불해왔다. 2억달러를 투자해 1899년에 지어진 이 유서 깊은 ‘리차드슨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물을 수선해 럭셔리 호텔로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리노베이션을 끝내고 2016년 10월에 문을 연 이 호텔은 (때마침) 트럼프 정부가 취임한 이래로 국내외 로비스트와 외교 인사들로 북적거리며 호황을 맞이했다. 그러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다른 호텔들과 마찬가지로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가 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둘째 아들이자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해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에릭 트럼프는 연방정부 소유 건물의 다른 임차인들과 똑같이 대우해달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저 우리를 똑같이 대해달라는 거다.”
의회는 5000억달러(약 616조원) 규모의 재무부 긴급 지원금 지원 대상에서 트럼프그룹을 배제시켰다. 트럼프그룹은 이와는 별개로 중소기업청에 최대 1000만달러(약 123억원)의 대출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 요건을 갖췄지만 신청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 긴급 대출 프로그램이 실직을 막기 위해 마련된 탓에 대출을 받으려면 해고한 직원들을 다시 데려와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그룹은 플로리다주에 위치한 마러라고 리조트에 대해서도 지방 정부에 토지 임차료 조건 변경을 문의했다고 NYT가 관계자와 관련 문서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겨울 백악관’으로 지칭해왔던 이곳에는 골프장과 리조트가 있으며, 지금은 사실상 문을 닫은 상태다.
트럼프그룹은 팜비치카운티에 내야할 이번달 임대료 8만8000달러(약 1억800만원)을 1주일 늦게 냈다. 에릭 트럼프는 ”영업을 중단하라고 지시한 바로 그 카운티 정부가 임대료를 받아가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다른 곳에는 어떻게 하고 있나? 우리를 그저 똑같이 대해달라는 거다.”
한편 트럼프그룹은 지난해말 워싱턴DC 호텔을 매각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매각 작업도 중단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