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20년 11월 08일 15시 46분 KST | 업데이트됨 2020년 11월 09일 14시 44분 KST

포시즌스에서 "큰 기자회견" 열겠다던 트럼프 측이 조경 업체에서 기자회견 연 사연

기자회견 장소는 화려한 '포시즌스호텔'이 아니었다.

Gilbert Carrasquillo via Getty Images
자료사진. '포시즌스호텔 필라델피아'

업데이트 : 2020년 11월9일 14:30 (‘포시즌스 토털 랜드스케이핑’ 공식입장 추가)

 

미국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의 대통령 당선 소식이 전해지기 몇 시간 전인 7일 오전 9시35분(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법률팀이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포시즌스”에서 ”큰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오전 11시에 필라델피아 포시즌스에서 변호인의 기자회견이 있다.”

대선불복을 선언한 트럼프 측이 개표중단을 요구하며 낸 여러 건의 소송 중 하나가 필라델피아 개표소와 연관이 있었으므로, 그다지 놀랄 만한 소식은 아니었다. 변호인들이 럭셔리한 포시즌스호텔에 기자들을 불러놓고 (별다른 근거 없이) 부정선거 의혹을 주장하겠거니 했다.

모든 게 잘못 되기 전까지는 그랬다. 

8분 뒤, 트럼프는 원래 트윗을 삭제한 뒤 새로 트윗을 올렸다.

″포시즌스 토탈 랜드스케이핑이다!”

그리고는 다시 또 이 트윗을 삭제하고는 ‘수정_최종_파이널_진짜_마지막.txt’ 트윗을 올렸다.

 

″오늘 오전 11시30분에 필라델피아 포시즌스 토탈 랜드스케이핑에서 변호인의 큰 기자회견이 있다!”

이 트윗은 모두를 혼란에 빠뜨렸다.

‘포시즌스호텔‘이었다면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었겠지만 ‘포시즌즈 토털 랜드스케이핑‘은 어딘지 낯선 장소였다. 한국어로 번역하자면 ‘포시즌스종합조경‘이 될 이곳이 ‘포시즌스’라는 이름을 가진 조경 업체로 추측된다는 것 말고는 알려진 정보가 없었다. 

포시즌스호텔은 공식 트위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필라델피아 포시즌스호텔에서 개최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회견은 우리 호텔과는 관련 없는 ‘포시즌스 토탈 랜드스케이핑’에서 열릴 것이다.”

 

트위터 이용자들은 구글맵으로 ‘포시즌스 토탈 랜드스케이핑’을 검색하기 시작했고, 더 깊은 혼란에 빠졌다.

여기에서 기자회견을 한다고...? 필라델피아 시내 외곽까지 가서?? 이 작은 조경 업체 앞에서??? 왜????

필라델피아 포시즌스 토탈 랜드스케이핑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농담 아님.....)

도널드 트럼프가 전 세계 기자들을 필라델피아 외곽에 있는 이 작은 조경 업체로 불러 모으고 있다고?

이게 (트럼프의) 진짜 트윗들이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되고 있는 거지?

일부러 아는 사람의 조경 회사를 홍보해주려고 시내 외곽 깊숙한 곳에서 회견을 하려는 걸까?

너 포시즌스 랜드스케이핑에서 왔니?

 

뉴욕타임스(NYT)는 이 업체의 인스타그램을 확인해보니 ”여성이 운영하는 소상공인 업체”라고 나와 있다고 전했다. 가게 측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원래 포시즌스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려 했으나 트럼프 캠프 관계자의 실수로 엉뚱한 장소를 예약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쏟아졌다.

사건의 뒷 이야기가 알려진 건 훨씬 더 나중의 일이었다.

이후 NYT는 ‘이 사안을 잘 아는 복수의 관계자들‘을 인용한 후속 보도에서 트럼프 캠프가 애초에 이곳을 예약한 게 맞고 다만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를 알리는 과정에서 혼선이 있었다고 전했다. 착오나 실수로 예약한 건 아니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포시즌스’만 듣고는 당연히 그 화려한 호텔이라고 생각해 트위터에 공지를 잘못 띄웠다는 것. (대단히 설득력 있는 설명은 아닌 것 같다...)

‘포시즌스 토털 랜드스케이핑’의 세일즈 매니저 션 미들턴은 이후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관련 입장을 밝혔다.

 

당시 성경공부를 하고 있었다는 그는 전화가 걸려 왔을 때 ”꽤 좋았다. 성경공부를 그만 해도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왜 (트럼프 캠프가) 그걸 여기서 하려고 했는지는 전혀 모르겠다. 정부가 어떻게 운영되는지도 모르겠고. 위성사진으로 보니까 우리 가게 뒤에 넓은 주차장이 있고 95번 (인터스테이트)랑 가까워서 그랬을지도?”

그는 캠프의 누구에게서 전화를 받았는지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캠프 측은 왜 이곳을 기자회견 장소로 선택했느냐는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다고 WP는 전했다.

업체 측은 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우리 가게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겠다는 요청을 받아 영광이었다”며 ”포시즌스의 우리 직원들은 (트럼프가 아닌) 어떤 대선후보의 캠프였더라도 우리 가게에서 자랑스럽게 행사를 개최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업체는 이어 ”미국과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을 짧게 피력한 뒤, ”동료 미국인들”에게 지역 소상공인들을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그리고는 유용한 안내를 덧붙였다.

″티셔츠 구입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월요일 오전에 저희 웹사이트에 상품 구입 메뉴가 추가될 예정이니 양해 바랍니다.”

 

어쨌거나 당시 언론인과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큰 기자회견’을 위한 장소로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이 조경 업체로 몰려들었다. 

그리고 트럼프의 변호인들은 예고대로 ‘포시즌스 토탈 랜드스케이핑’에 나타났다.

Chris McGrath via Getty Images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등이 기자회견을 위해 '포시즌스 토탈 랜드스케이핑'에 들어서고 있다. 필라델피아, 펜실베이니아주. 2020년 11월7일.
Chris McGrath via Getty Images
'포시즌스'. 필라델피아, 펜실베이니아주. 2020년 11월7일. 
ASSOCIATED PRESS
필라델피아, 펜실베이니아주. 2020년 11월7일.
Chris McGrath via Getty Images
기자회견장 앞에 모여든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 필라델피아, 펜실베이니아주. 2020년 11월7일.
Chris McGrath via Getty Images
필라델피아, 펜실베이니아주. 2020년 11월7일.
BRYAN R. SMITH via Getty Images
필라델피아, 펜실베이니아주. 2020년 11월7일.

포시즌스 토탈 랜드스케이핑 앞의 풍경

  

트위터에는 이 기이한 사건에 대한 반응이 쏟아졌다.

포시즌스 랜드스케이핑 앞에 도착했다. 옆에 ‘판타지 아일랜드’라는 이름의 성인책방이 있네.

이게 끝이 아니다. 우리는 포시즌스 토탈 랜드스케이핑에 우리의 의로운 자리를 마련할 거다. ‘판타지 아일랜드’ 성인책방 바로 옆. 델라웨어밸리 화장터 건너편. 소화기와 노란색 호스의 사이.

″여보세요? 포시즌스죠? 기자회견 좀 하려고 하는데 얼마죠? 50달러요? 좋습니다!”

나 펜실베이니아주 포시즌스 토탈 랜드스케이핑에서 일해

트럼프 캠프가 원래 생각했던 필라델피아 포시즌스호텔 대신 뜻하지 않게 포시즌스 토탈 랜드스케이핑이라는 공간을 기자회견 장소로 예약한 건 정말이지 고장난 이 정부를 마무리하는 완벽한 방식이야.

트럼프 캠프가 원래 포시즌스호텔에서 회견을 하려고 했는데 그 대신 포시즌스 랜드스케이핑을 예약했다는 사실이 아직도 납득이 안 돼. 이 무능한 패자들의 마지막으로 이보다 더 적절할 수가 있을까.

포시즌스 토탈 랜드스케이핑의 주인이 (알고보면) 핵무기 비축 담당이라는 발표를 기다리는 중

잔디와 질서!

이 포시즌스 사건은 인류 역사상 가장 웃긴 사건으로 여겨지고 있는데도 나는 어쩐지 우리가 아직 이 일의 진가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

내가 볼 때 포시즌스 토탈 랜드스케이핑 사건은 인류 역사상 가장 우스꽝스러운 사건이다. 너무 우스꽝스러워서 우리가 지금 충분히 소화를 못하고 있을 만큼. 3일 후에 우리 모두는 (이걸 떠올리면서) 12시간 동안 웃음이 터지게 될 거야.

앞으로 한 800년 동안 이걸 가지고 농담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트럼프가 큰 기자회견을 위해 포시즌스를 예약했는데 알고보니 딜도 가게와 화장터 사이에 있는 포시즌스 토탈 랜드스케이핑의 주차장이었다는 것보다 더 웃긴 건 없을 것 같아.

포시즌스 랜드스케이핑에서 기자회견 장소 섭외 문의 전화를 받고는 한 번도 생중계 이벤트나 기자회견을 개최해본 적이 없었음에도 ‘물론이죠, 할 수 있고 말고요!’라고 답한 사람이 누군지 몰라도 이 사람이 바로 찐 미국 영웅이자 기회 자본주의의 절정이지.

포시즌스 랜드스케이핑 소동에 대한 영화가 나오면 볼 생각 완전 있음 

포시즌스 토탈 랜드스케이핑은 죽기 전까지 아무 때나 그냥 떠올리면서 웃을 수 있는 것들 중 하나

(바이든 승리 연설에서) 드론쇼도 좋긴 한데 포시즌스 랜드스케이핑에서 해봤냐고

9개월쯤 뒤에 태어나는 여자 아기들 중에 ‘조지아‘와 ‘포시즌스 토탈 랜드스케이핑’을 이름 엄청 많을 듯

포시즌스 토탈 랜드스케이핑은 앞으로 유명 관광지가 될 거야. 티셔츠를 만들어두라고.

당연히 포시즌스 토탈 랜드스케이핑 후디를 만들었지. 마스크도 만들었냐고? 당연하지. 수익금은 전부 조지아주 상원의원 결선투표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기부해야겠어.

이 일로 포시즌스 토탈 랜드스케이핑 장사가 대박났으면 좋겠어 

 

한편 트럼프의 변호인 줄리아니가 이 기자회견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주장하던 바로 그 순간, 전 세계 언론들은 일제히 조 바이든 후보의 당선 소식을 속보로 전했다.

예를 들면 이렇게.

(영국) 스카이뉴스에서 (트럼프의 변호인) 줄리아니가 트럼프 기자회견을 하는 중에 ‘바이든 승리’ 자막 내보낸 거 완전 내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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