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20년 03월 26일 11시 54분 KST

보수언론과 트럼프가 퍼뜨리고 있는 메시지 : '코로나로 사람이 죽더라도 경제가 먼저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중순까지 경제활동을 재개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Drew Angerer via Getty Images
마이크 펜스 부통령(왼쪽)과 스티므 므누신 재무장관(오른쪽)이 지켜보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코로나19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년 3월25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험을 일축했던 미국 보수 언론들은 잠깐 동안 이번 사태를 진지하게 다루는 듯 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보건 전문가와 방역당국의 의견을 무시한 채 조만간 경제활동을 재개하도록 하겠다고 말하고 있는 지금, 친-트럼프 언론들은 새로운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사람들이 죽게 내버려 두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가 침체되는 것을 막아보고자 4월 중순에는 영업 제한이나 사회적 거리두기 같은 코로나19 확산 방지 지침을 완화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전문가들이 반대 의견을 냈음에도 말이다. 보수 언론들은 곧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이 새로운 입장을 거들고 나섰다. 중대한 공중 보건 위기가 초래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며칠 동안 폭스뉴스 진행자들과 우파 평론가들은 경제가 무너지도록 해서는 안 된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완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폭스뉴스에서 ‘더 넥스트 레볼루션’을 진행하는 스티브 힐튼은 ”코로나바이러스만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 전면 경제 셧다운도 사람들을 죽일 겁니다”라고 말했고, 로라 잉그레이엄은 의사들이 경제 정책을 좌우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트럼프는 잉그레이엄을 비롯해 ’15일의 봉쇄 조치 기간이 끝나면 일터로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사람들의 트윗까지도 연일 리트윗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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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양 옆에 백악관 코로나19 대책본부에 소속되어 있는 저명한 전염병 전문가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왼쪽 끝), 저명한 공중보건 전문가인 데보라 버크스 조정관(오른쪽 끝)이 한 걸음 떨어져 서있다. 2020년 3월25일.

 

미국이 전 세계 코로나19의 새로운 진앙이 될 수 있다고 세계보건기구(WHO)가 경고하는 상황에서 ‘경제활동을 재개하자’는 주장은 무책임한 얘기다. 전 세계 각국은 과감한 봉쇄 정책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코로나19에 대한 백신도, 확인된 치료법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백신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확산 방지 정책을 완화하면 감염자수가 급증할 뿐만 아니라 의료 시스템이 포화상태로 내몰리게 되고, 추가적인 경제적 피해가 초래되며, 다른 질병을 가진 사람들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너무 일찍 완화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는 건 명확하다.” 미국공중보건협회의 조지스 벤자민이 말했다. ”보건의료 시스템이 마비될 것이고, 코로나19와 직접 관련이 없는 다른 질병을 가진 사람들은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할 것이다. 심근경색 환자가 사망할 것이고, 천식 환자가 사망할 것이고, 암 환자가 사망할 것이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완화하거나 경제 불황을 초래하거나 둘 중 하나’라는 식의 주장은 맞지 않다고 말한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완화하는 것 만으로도 경제에 재앙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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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의 병원 앞에 구급차들이 줄지어 서있다. 뉴욕에는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의 절반 가량이 몰려있다. 2020년 3월25일.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활동 재개를 서두르는 건 11월말 대선에서 연임을 노리는 그가 경제, 특히 주식시장의 호황을 자신의 최대 업적으로 내세워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트럼프와 보수 평론가들은 ‘치료법이 병 그 자체보다 상황을 나쁘게 해서는 안 된다‘거나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식의 주장을 펴고 있다. ‘주식시장의 호황을 위해서라면 어느 정도의 희생, 즉 몇몇 사람이 목숨을 잃더라도 감수해야 한다’고 계산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추는 말들이다.

일부 보수 인사들은 뉴욕처럼 사태가 심각한 지역만 봉쇄하자거나 고령층에 대해서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도록 하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진단검사 키트가 여전히 상당히 부족한 탓에 바이러스 확산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취약 계층과의 접촉을 완전히 차단하자는 얘기도 비현실적이기는 마찬가지다.

 

Carlo Allegri / Reuters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임시 시신 안치실로 보이는 시설이 설치되고 있다. 2020년 3월25일.

 

트럼프 대통령과 보수 평론가들은 코로나19 사망자를 교통사고 사망자와 비교하기도 했다. 교통사고로 매년 약 4만명이 사망한다고 해서 도로를 폐쇄하거나 자동차 생산을 중단시키지는 않는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비교에 근거를 둔 주장이자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근본적인 오해에서 비롯된 주장이다. 교통사고로 인한 희생자와는 달리, 바이러스는 기하급수적으로 급격하게 수많은 미국인들을 감염시킬 수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감염될 지 예상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고, 최악의 상황을 상정한 시나리오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100만명 넘는 사람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감염자가 급증하는 것을 방치할 경우 병원은 포화 상태에 이르게 되고 이미 그렇지 않아도 각종 의료 장비 부족 사태가 빚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 체계는 붕괴할 수 있다. 이탈리아나 스페인 등 유럽 국가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벤자민은 ”독감 시즌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그리고 환자들이 넘쳐나서 환자를 복도에 눕혀야 할 상황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안다”며 ”그렇게 되면 사람들이 죽는다”고 말했다.

″내일이나 다음주, 몇 주 내로 제한 조치를 완화한다면 우리는 이 팬데믹이 미국 전역에 퍼지는 동안 (대응할) 시간을 잃어버리게 된다.” 예일대 공중보건 교수 그렉 곤잘베스가 말했다. ”(바이러스 확산세를) 지금 수준으로 되돌리는 것조차 매우 어려워질 것이다.”

 

* 허프포스트US의 Pro-Trump Media’s New Chorus On Coronavirus: Let People Die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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