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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코로나 때문에 경제가 무너져서는 안 된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를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은 '코로나19에 대응하느라 미국 경제가 무너져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 허완
  • 입력 2020.03.24 12:14
  • 수정 2020.03.24 13:1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코로나19 대책본부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년 3월2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코로나19 대책본부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년 3월23일. ⓒBRENDAN SMIALOWSKI via Getty Images

미국 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세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적 타격을 언급하며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완화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특히 주식시장에 미칠 파장을 우려해 사태 초기 코로나19에 미온적으로 대응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제 경제활동을 재개할 때’라는 그의 발언은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라는 전문가들의 판단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각) 백악관 브리핑에서 ”우리나라는 셧다운 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다”며 ”미국은 곧 다시 영업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우 금방, 사람들이 말하던 3~4개월보다 훨씬 금방 (문을 열 것이다).”

그는 ”치유법이 문제 그 자체보다 나빠지도록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시행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 같은 각종 지침들이 경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히고 있다는 얘기다.

″만약 의사들에게 결정하라고 했다면 그들은 아예 전 세계를 닫아버리자고 할 거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했다. ”그렇게 하면 애초의 문제보다 훨씬 더 큰 문제를 야기하게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완화해 경제 활동을 재개하도록 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완화해 경제 활동을 재개하도록 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Drew Angerer via Getty Images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로 인한 희생자보다 계속되는 경제적 고통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취지의 논리를 펴기도 했다.

″경제가 안 좋으면 사람들은 엄청난 불안과 우울을 겪게 되고, 그런 것들로 자살을 하기도 한다. 그 사망자(수)는 분명 우리가 지금 얘기하고 있는 바이러스로 인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을 거다.”

트럼프 대통령은 계절성 독감이나 교통사고로 인한 희생자수를 코로나19와 비교하기도 했다.

″미국에는 매우 왕성한 독감 시즌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다. ”(코로나19로 인해) 5만명 또는 그 이상의 사망자가 나오는 쪽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확진 건수가 아니라, 사망자가 5만명이라는 거다. 엄청난 숫자다. (하지만) 교통사고를 보면, 우리가 얘기하고 있는 그 어떤 숫자보다도 많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모든 사람들에게 ‘더 이상 운전을 하지 말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그는 ”지역 경제들이 적절한 시기에 조심스럽게 (경제)활동을 재개할 수 있도록 새로운 지침을 발표함에 있어서 (코로나19 상황에 관한) 데이터를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로 인한 치명률이 ”중요한 요인”이라며 현재 ”미국은 1% 미만”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여전히 끔찍하다. 하지만 1% 미만과 4%나 5%, 심지어 3%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는 거다.”

그러면서 그는 ”두 가지(코로나19 대응과 경제 살리기)를 동시에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어떻게 될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경기 침체로 인한 자살자가 코로나19 희생자보다 훨씬 더 많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경기 침체로 인한 자살자가 코로나19 희생자보다 훨씬 더 많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Jonathan Ernst / Reuters

 

트럼프 대통령은 꼭 1주일 전 브리핑에서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발표하며 앞으로 15일 동안은 10명 이상의 모임을 피하라고 당부한 바 있다. 이 지침은 30일이면 그 효력이 종료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밤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도 지침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기간이 끝나면 ”어느 방향으로 갈지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힌 것. 이는 이날 방송된 폭스뉴스에서 나온 주장을 그대로 따른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치유법이 문제 그 자체보다 나빠지도록 할 수는 없다. 15일의 기간이 끝날 때 우리는 어느 방향으로 갈지 결정을 내릴 것이다!

 

″오늘 저는 (코로나19보다) 더 큰 위기에 초점을 맞추고 싶은데요, 그건 바로 전면 셧다운 정책의 경제적, 사회적,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적 대가에 관한 얘깁니다.” 폭스뉴스에서 ‘더 넥스트 레볼루션’을 진행하는 스티브 힐튼이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확산 방지 대책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언급하며 다음과 같은 주장을 폈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감염된 사람들의 (상승)곡선이 만들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같은 경제적 셧다운 정책으로 영향을 받는 사람들의 (상승)곡선도 만들어지고 있어요. 일자리를 잃고, 집을 잃고, 사업체를 잃는 사람들 말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만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 전면 경제 셧다운도 사람들을 죽일 겁니다.” 힐튼의 말이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다른 보수 성향 인사들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몰려있는 지역에 자원을 집중하되 나머지 지역의 사람들은 일상으로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분야 최고위 측근인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23일 폭스뉴스에 나와 ”대통령의 말이 맞다”고 거들었다. ”이 문제에 대해 어젯밤 늦게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눴고 여러 가지 다른 것들을 검토하고 있다. 1주일만 더 지켜보자.”

 

″나도 다음주면 70세가 된다”는 댄 패트릭 텍사스주 부지사(공화당)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고령층도 경제를 위해서라면 본인들의 희생을 기꺼이 감수할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누구도 저에게 와서는 ‘고령층 시민으로서, 우리 자녀들과 손주들이 사랑하는 미국(의 경제)을 그대로 유지하는 대신 당신의 생존을 기꺼이 운에 맡기겠습니까?’라고 묻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만약 그 두 가지를 바꿀 수만 있다면, 저는 전적으로 그렇게 할 겁니다.” 그가 23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무슨 고귀하거나 용감하다거나 그런 건 아닙니다. 그저 저는 이 나라에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조부모들이 많다고 볼 뿐입니다.” 패트릭 부지사가 덧붙였다.

″저는 (코로나19 고위험군인 고령층 때문에) 이 나라 전체가 희생되지는 않기를 바랍니다. (제가 얘기해 본) 모든 사람들이 거의 같은 얘기를 하더라고요. ‘이 나라 전체를 잃을 수는 없다. 경제가 붕괴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저의 메시지는 이겁니다. 일터로 돌아가고, 일상으로 돌아가고, 현명해지자는 거예요. 70세가 넘는 우리들은 스스로를 잘 챙기되 이 나라를 희생시키지 말자, 그렇게 하지는 말자는 겁니다.”

″이 질병이 당신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는데도 가장 두려운 건 그게 아니라는 말씀이십니까? 죽는 것보다 더 안 좋은 게 있다는 말씀이세요?” 진행자 터커 칼슨이 물었다. 

″그렇습니다. (물론) 저는 살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할 겁니다. 그러나 기꺼이 (경제를 살리기 위해 생존을) 운에 맡기겠냐고 말씀하신다면... 제가 아프게 되면 낫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안 나으면 안 낫는 거 아니겠습니까? 소름끼치는 그런 말씀을 드리려는 건 아닙니다만, 제 말은 우리가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렇게 몇 개월이 더 계속된다면 경기침체, 불황으로 경제는 완전히 붕괴할 겁니다. 돌아올 일자리가 아예 없어질 수도 있어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코로나19 대책본부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년 3월23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코로나19 대책본부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년 3월23일. ⓒASSOCIATED PRESS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의 이같은 발언은 전문가들의 경고와는 사뭇 결이 다르다. 백악관 코로나19 대책본부에 소속되어 있는 저명한 전염병 전문가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은 사람들이 일상으로 돌아가기까지는 훨씬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처럼 이동금지령 같은 훨씬 강력한 지침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그만큼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빠르고, 그 범위가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예상 시나리오에 따르면, 바이러스 확산 정도나 치명률, 대응 조치의 수준 등에 따라 미국 내 코로나19 사망자는 20만명에서 최대 170만명으로까지 늘어날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 집계에 따르면, 23일 밤을 기준으로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4만3000명을 넘어섰다. 사망자는 540여명에 달한다. 특히 뉴욕주에서는 하루 만에 5700명이 새롭게 확진 판정을 받아 누적 확진자가 2만1000여명으로 늘어났다. 

과거 정부에서도 오랫동안 전염병 대응에 관여했던 이력으로 대중과 언론인들의 깊은 신뢰를 받고 있는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오른쪽).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낙관적 전망과는 사뭇 다른 의견을 소신있게 제시해왔다.
과거 정부에서도 오랫동안 전염병 대응에 관여했던 이력으로 대중과 언론인들의 깊은 신뢰를 받고 있는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오른쪽).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낙관적 전망과는 사뭇 다른 의견을 소신있게 제시해왔다. ⓒThe Washington Post via Getty Images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는 평소와는 달리 파우치 소장이 참석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과 맞물려 기자들의 질문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앞서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낙관적 전망이나 부정확한 주장과 엇갈리는 전문가적 의견을 주저 없이 브리핑에서 언급하는 파우치 소장에 대해 점점 더 큰 불만을 갖게 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파우치 박사님은 지금 어디 계십니까? 왜 브리핑에 안 나오셨죠?” 한 기자가 물었다.

″방금 전까지 같이 있었는데요. 지금 대책본부 회의중입니다.” 펜스 부통령의 귀띔을 받은 뒤, 트럼프 대통령이 답했다.

″경제 활동을 곧 재개할 필요가 있다는 대통령님의 말씀에 파우치 박사도 동의합니까?”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내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건 아니”라고 답했다. 

″그는 좋은 사람입니다. 저는 파우치 박사를 무척 좋아하고요. (하지만) 지금은 이 자리에 없습니다. 오늘 우리가 얘기한 건 그의 전문 분야가 아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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