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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응전략 고민하던 트럼프 측이 일단 바이든과 해리스를 '사회주의자'로 부르기로 했다

바이든과 해리스는 '중도'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민주당 조 바이든의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지명된 카말라 해리스에 대해 '못된(nasty)'이라는 표현을 썼다. 힐러리 클린턴을 비롯해 자신의 심기를 거스르는 여성들에게 썼던 단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민주당 조 바이든의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지명된 카말라 해리스에 대해 '못된(nasty)'이라는 표현을 썼다. 힐러리 클린턴을 비롯해 자신의 심기를 거스르는 여성들에게 썼던 단어다. ⓒAlex Wong via Getty Images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의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카말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정해지자, 트럼프 쪽 ‘세계‘의 반응은 다음과 같았다. ‘두 사람은 극좌파 사회주의자들이다! 설마 미국이 사회주의자를 원하는 건가?’

트럼프 선거캠프의 선거자금 모금 이메일은 다음과 같이 적었다.

″이건 트럼프 대통령 및 펜스 부통령 대 이 나라의 가장 급진적인 민주당원 두 명의 대결이 될 것이다. 졸린 조 바이든과 사기꾼 카말라 해리스다. 두 사람은 모두 무정부주의를 사랑하고 미국을 증오하는 부패한 정치 경력을 쌓아왔다. 이건 진정한 미국 대 사회주의자들의 싸움이다.”

 

바이든과 해리스를 사회주의자로 묘사하는 건 엇나가도 한참 엇나간 얘기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민주당 경선에 나섰던 후보들 중에서 가장 온건한 인물 중 하나였다. 그는 ‘메디케어 포 올(전국민 단일 건강보험)‘, ‘그린 뉴딜’, 학자금 대출 완전 탕감을 모두 반대하는 인물이고, 상원의원 시절 법안을 놓고 공화당 의원들과 협상하는 과정에서 취했던 보수적 입장들을 변호하고 나서야 했던 적도 많았다.

바이든보다는 왼쪽에 있지만 해리스 역시 캘리포니아 법무장관(겸 검찰총장) 시절 단행했던 정책들로 진보층의 비판을 받아왔으며, 경선 초반 민영 건강보험의 완전 폐지 구상이 포함된 ‘메디케어 포 올’을 주장했다가 한 걸음 후퇴한 일로 비판받기도 했다.

민주당 경선에 나섰던 ‘민주적 사회주의자‘가 있기는 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이다. 경선에서 패배한 샌더스는 바이든이나 해리스보다 훨씬, 훨씬 더 왼쪽에 있는 인물이지만, 트럼프 쪽 ‘세계‘에서는 모두 다 ‘거기서 거기’일 뿐이다.

트럼프 캠프의 기자간담회에서 마샤 블랙번 상원의원(공화당, 테네시)은 해리스가 부통령 후보로 지명됨으로써 ”좌파들의 민주당 장악이 완성”됐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캠프의 선임고문 카트리나 피어슨은 바이든이 ”급진좌파들의 극단적인 정책을 집어넣은 빈 껍데기”라고 했다.

미국 민주당의 대선후보 조 바이든과 부통령 러닝메이트 카말라 해리스는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상대하게 된다.
미국 민주당의 대선후보 조 바이든과 부통령 러닝메이트 카말라 해리스는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상대하게 된다. ⓒASSOCIATED PRESS

 

민주당의 ‘진짜’ 사회주의자들과 진보주의자들은 어이가 없을 뿐이다.

″조 바이든과 카말라 해리스가 비밀 사회주의자들이라면, 왜 나같은 진짜 사회주의자들은 그들의 끔찍한 이력을 끊임없이 비판한단 말인가?” 미국 사회주의 잡지 ‘자코뱅’의 에디터 마이카 유트리트가 말했다.

″내 기준에 사회주의는 ‘메디케어 포 올‘과 공립학교 무상교육을 뜻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맞아 임대료를 면제해주고 보편적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을 뜻한다.” ‘미국민주적사회주의자(Democratic Socialists of America)’ 뉴욕지부의 공동의장 수마시 쿠마르가 바이든과 해리스가 전적으로 지지하지 않은 정책들을 언급하면서 말했다. ”나한테는 그게 바로 사회주의다.”

″급진적”이라는 단어는 트럼프 측이 바이든과 해리스를 공격하면서 동원한 여러 표현 중 하나에 불과하다. 바이든 캠프는 트럼프 측이 해리스를 공격하면서 적어도 20가지의 서로 다른 표현을 동원했다고 밝혔다. 그 중에는 ”성차별적”이고 ”인종차별적”인 ”역겨운” 것들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서로 모순되는 표현도 있었다. 해리스가 검사 시절 범죄에 너무 유약하게 대처했지만, 또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세게 나갔다는 식이다.

트럼프 캠프의 선임 법률고문인 제나 엘리스는 해리스를 어떻게 공격하는 게 좋겠냐며 트위터에 여론조사를 올리기도 했다.

 

″그들(트럼프 캠프)은 준비할 시간이 그렇게나 많았는데도 카말라를 어떻게 상대할지 아직도 모르고 있다.” 브라이언 샤츠 상원의원(민주당, 하와이)이 트위터에 적었다

물론 트럼프 측이 해리스를 겨냥한 어떤 통일된 별명이나 공격 방법을 아직 찾아내지 못했다고 해서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볼 수는 없다. 결국 무언가 찾아내긴 할 거다.

그러나 바이든이 누구를 러닝메이트로 지명하든 트럼프 캠프가 결국 똑같은 비판을 꺼냈을 거라는 건 분명하다.

″바이든이 부통령으로 누구를 선택하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어느 쪽이든 급진좌파들이 (바이든을) 컨트롤하게 될 거다.” 트럼프 캠프가 지난주에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트럼프 캠프는 바이든과 해리스에게 '급진좌파 사회주의자'라는 딱지를 붙이려 하고 있다.
트럼프 캠프는 바이든과 해리스에게 '급진좌파 사회주의자'라는 딱지를 붙이려 하고 있다. ⓒDrew Angerer via Getty Images

 

바이든 선거캠프의 대변인 앤드류 베이츠는 ”우리가 시작도 하기 전에 트럼프 캠프는 공격의 신빙성을 스스로 깎아먹었다”고 밝혔다. ”그들은 조 바이든이 누구를 지명하든 부통령 후보를 ‘급진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겠다고 발표해버렸다. (...) 거짓 주장을 하겠다는 걸 대놓고 털어놨던 거다.”

유트리트는 트럼프 캠프의 행동이 그다지 놀랍지 않다. 그리고 그는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우파들은 리처드 닉슨보다 왼쪽에 있으면 아무에게나 ‘사회주의자’ 딱지를 붙일 거다. 너무 많이 써먹은 나머지 미국인들이 더 이상은 별로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건 좋은 일이다. 특히 진짜 사회주의자 정치인이 어떤 사람인지 버니 샌더스를 통해 이미 보지 않았나.” 그의 말이다.

″우파들은 영원이 빨갱이 사냥을 계속할 거고 그 효용은 사라질 거다. 그러는 동안 우리같은 진짜 사회주의자들은 계속해서 사회주의 운동을 해나갈 거다.”

 

* 허프포스트US의 Trump Campaign Struggles To Define Biden And Harris, Desperately Grasps For ‘Socialist’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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