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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TV토론에서 트럼프와 바이든이 충돌했다. '난장판'은 아니었다.

트럼프와 바이든은 대북정책을 놓고도 충돌했다.

  • 허완
  • 입력 2020.10.23 17:00
  • 수정 2020.10.23 21:24
미국 대선이 12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마지막 TV토론이 열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차 토론 때보다 훨씬 차분하게 토론에 임했고,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는 큰 실수 없이 안정적인 토론을 선보였다. 내슈빌, 테네시주. 2020년 10월22일.
미국 대선이 12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마지막 TV토론이 열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차 토론 때보다 훨씬 차분하게 토론에 임했고,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는 큰 실수 없이 안정적인 토론을 선보였다. 내슈빌, 테네시주. 2020년 10월22일. ⓒASSOCIATED PRESS

미국 대선을 12일 앞둔 22일(현지시각) 실시된 마지막 TV토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공화당) 조 바이든(민주당) 후보가 코로나19에 대한 현격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현재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는 바이든은 막판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큰 실수 없이 안정적인 토론을 선보였다. 1차 토론에서 마구잡이로 상대 후보와 사회자의 말을 끊었던 트럼프는 한층 ‘교양 있는’ 태도로 토론에 임했다. 

보기 드문 ‘난장판’으로 끝났던 1차 토론 때와는 다르게 이번 토론에서는 두 후보의 정책 대결이 두드러졌다. 사회자의 질문에 대해 상대 후보가 발언할 때는 마이크가 꺼지도록 한 새로운 규칙이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경제, 기후변화, 인종차별 등이 토론 주제에 올랐고, 비록 1차 토론 때와 같은 ‘혈투’는 없었지만 두 후보의 견해차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토론 도중 대북정책도 잠깐 등장했다. 바이든은 트럼프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함으로써 북한 정권에게 정당성을 부여했다고 비판했고, 트럼프는 자신이 아니었다면 전쟁이 났을지도 모른다며 ”다른 나라 지도자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건 나쁜 일이 아니”라고 했다.

토론의 핵심 주제는 코로나19였다. 트럼프는 백신이 곧 출시될 것이라고 주장했고, 미국이 '코너를 돌고 있다'고 말했다. 내슈빌, 테네시주. 2020년 10월22일.
토론의 핵심 주제는 코로나19였다. 트럼프는 백신이 곧 출시될 것이라고 주장했고, 미국이 "코너를 돌고 있다"고 말했다. 내슈빌, 테네시주. 2020년 10월22일. ⓒASSOCIATED PRESS

 

이날 토론을 지배한 핵심 주제는 역시나 코로나19였다. 미국 내 사망자는 22만명을 넘어섰고, 여론조사를 보면 트럼프 정부의 대응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트럼프는 자신이 코로나19 유입 초기에 중국발 입국을 차단해 더 큰 피해를 막아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고, 백신이 ”준비되어 있다”며 ”몇 주 내로” 출시될 것이라는, 근거가 희박한 말을 했다. 코로나19가 곧 ”사라질 것”이고 미국이 ”코너를 돌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건 전 세계적인 문제입니다.” 트럼프가 코로나19는 미국 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듯 말했다.

반면 바이든은 미국 내 코로나19 사망자가 22만명을 넘어선 사실을 언급하며 ”그렇게나 많은 죽음에 책임이 있는 사람이 미국 대통령으로 계속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연말까지 추가로 20만명이 사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어두운 겨울”이 오고 있으므로 지금이라도 ‘계획’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알고도 이를 경시했으며, 아직까지도 어떻게 코로나19 확산세를 꺾을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계획'이 없는 상태라고 공격했다. 내슈빌, 테네시주. 2020년 10월22일.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알고도 이를 경시했으며, 아직까지도 어떻게 코로나19 확산세를 꺾을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계획"이 없는 상태라고 공격했다. 내슈빌, 테네시주. 2020년 10월22일. ⓒASSOCIATED PRESS

 

경제와 일자리를 선거운동의 핵심 메시지로 내세우고 있는 트럼프는 경제 활동을 재개하고 학교 문을 다시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러자 바이든은 이렇게 물었다. ”함께 살아간다고요? 우리는 (코로나19와) 함께 죽어가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바이든이 당선되면 나라를 ‘폐쇄(shut down)’해버릴 것이라고 몰아세웠다. ”저는 나라를 폐쇄하지 않을 겁니다. 바이러스를 폐쇄할 겁니다.” 바이든이 응수했다.

이번 토론은 1차 토론 때보다 훨씬 차분하게 전개됐지만 두 후보는 토론 주제로 등장한 모든 사안에서 극명한 견해차를 보였다. 내슈빌, 테네시주. 2020년 10월22일.
이번 토론은 1차 토론 때보다 훨씬 차분하게 전개됐지만 두 후보는 토론 주제로 등장한 모든 사안에서 극명한 견해차를 보였다. 내슈빌, 테네시주. 2020년 10월22일. ⓒASSOCIATED PRESS

 

다른 토론 주제로 넘어가자, 토론은 한층 더 격렬해졌다. 트럼프는 바이든의 아들에 관한 ‘우크라이나 의혹’을 언급하며 ”부패한 정치인”이라고 몰아세웠다.

바이든은 의혹을 단호히 일축했고, 트럼프가 중국에 ‘비밀 계좌’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자신은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다른 국가에게서 돈을 ”단 한 푼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바이든은 또 트럼프가 오랜 관례를 깨고 납세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재차 부각하며 ”납세내역을 공개할 거 아니면 부패에 대한 얘기는 꺼내지도 말라”고 받아쳤다. ”대체 뭘 숨기고 있는 겁니까? 왜 공개를 안 하십니까?”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내슈빌, 테네시주. 2020년 10월22일.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내슈빌, 테네시주. 2020년 10월22일. ⓒPool via Getty Images

 

북한 비핵화와 대북정책도 토론에 등장했다. 트럼프는 ‘정상회담을 했음에도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는 사회자의 질문에 ”나는 그와 매우 좋은 관계를 맺고 있고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답했다.

″(북한과) 25마일 떨어져있는 서울에 수백만명이 살고 있습니다. 수백만명, 3200만명이 살고 있어요. (전쟁이 났다면)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을 겁니다. 우리는 전쟁을 하지 않고 있고 우리는 좋은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반면 바이든은 김정은 위원장을 ”폭력배(thug)”로 반복해서 지칭하며 자신은 북한이 핵무기 포기를 약속할 경우에만 김 위원장을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는 핵 없는 지역이 되어야 합니다.”

트럼프는 ”다른 나라 지도자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건 나쁜 일이 아니”라고 맞섰고, 바이든은 ”유럽을 침공하기 전까지 우리는 히틀러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었다”고 응수했다.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내슈빌, 테네시주. 2020년 10월22일.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내슈빌, 테네시주. 2020년 10월22일. ⓒPool via Getty Images

 

올해 미국을 뒤흔든 ‘블랙 라이브스 매터’ 시위와 구조적 인종차별 문제도 토론 주제에 올랐다. 트럼프는 노예제를 폐지한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 이후 흑인들을 위해 가장 많은 일을 한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고 주장했고, ”나는 여기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인종주의와 가장 거리가 먼 사람일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은 트럼프를 ”근대 역사상 가장 인종주의적인 대통령”으로 규정하며 ”그는 모든 인종주의의 화염에 기름을 들이부었다”고 말했다. 이후 바이든은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또박또박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은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아실 겁니다. 트럼프가 어떤 사람인지도 아실 겁니다. 그의 성격을 아실 거고, 제 성격도 아실 겁니다. 명예와 진실을 말하는 것에 있어서 저희의 평판이 어떤지도 알고 계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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