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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진보의 상징'이었던 긴즈버그 대법관 후임으로 '보수' 배럿을 지명했다

배럿이 최종 임명되면 미국 대법원은 보수색이 한층 강해진다.

에이미 코니 배럿 제7연방고법 판사
에이미 코니 배럿 제7연방고법 판사 ⓒCarlos Barria / Reuter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각)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전 연방대법관의 후임에 에이미 코니 배럿(48) 제7연방고법 판사를 지명했다.

트럼프와 공화당은 배럿에 대한 상원 인준 청문회와 표결 및 공식 임명을 대선(11월3일) 전에 마친다는 계획이다. 배럿이 최종 임명될 경우 대법원은 보수 6명, 진보 3명으로 보수색이 한층 강해져, 앞으로 임신중지, 총기 소유, 의료보험, 성소수자 권리 등에서 보수적 판결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트럼프는 이날 오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새 대법관 후보자로 배럿을 지명한다고 발표했다. 회견에는 배럿과 그의 남편 제시와 자녀들이 참석했고, 정부와 정치권 인사 등 수백명이 현장에서 축하했다.

트럼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뛰어나고 타고난 법의식을 가진 이를 대법관 후보로 지명하게 되어 영광”이라며 “에이미 코니 배럿은 비교할 수 없는 성취와 훌륭한 자격, 그리고 헌법에 대한 확고한 충성심을 갖춘 여성”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앞으로 몇년간 대법원이 내놓을 판결들이 (총기 소유 권리를 보장한) 우리의 수정헌법 2조, 종교적 자유, 공공의 안전 등을 결정할 것”이라며 “국회의원들과 언론은 (배럿에 대해) 개인적이거나 당파적 공격을 삼갈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트럼프와 배럿
트럼프와 배럿 ⓒCarlos Barria / Reuters

판사는 쓰여진대로 법을 적용해야지, 정책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배럿은 대법관 후보로 지명해준 트럼프에게 감사를 표하고, “나는 미국을 사랑하고, 미국의 헌법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보수 성향의 안토닌 스캘리아 전 대법관의 서기로 일하기도 했던 배럿은 “스캘리아의 법 철학은 내 철학과도 같다.판사는 쓰여진대로 법을 적용해야지, 정책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라며 “판사는 자신의 정책적 관점을 옆으로 밀어두는 데 단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 18일 긴즈버그가 숨진 뒤 트럼프에게 후임 대법관 지명을 11월3일 대선 승자에게 맡겨야 한다고 요구했으나, 트럼프와 공화당은 이에 개의치 않고 속전속결로 진행하기로 했다.

대선까지 이날로 38일 남았지만, 공화당은 10월12일부터 나흘간 배럿에 대한 상원 인사청문회를 열고, 10월29일 이전에 인준안을 표결할 계획이다. 상원 의석은 공화당 53석, 민주당과 무소속 47명으로, 공화당이 다수다.

인준에는 최소 50표가 필요한데, 공화당 상원의원 가운데 대선 전 지명에 공개적으로 반대한 이는 리사 머코스키와 수전 콜린스 등 2명에 그쳐, 배럿 인준안은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진보의 아이콘’으로 꼽힌 긴즈버그 사망 이전 보수 대법관 5명, 진보 4명이던 대법원의 이념 구도는 보수 6명, 진보 3명으로 보수색이 한층 강해진다. 

에이미 코니 배럿
에이미 코니 배럿 ⓒOLIVIER DOULIERY via Getty Images

대법관 임명 문제는 남은 대선 기간에 주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첫 임기 안에 닐 고서치, 브랫 캐버노에 이어 이날 배럿까지 무려 3명의 대법관을 지명하게 됐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긴즈버그가 숨진 직후부터 “그 자리를 채우라”며 신속한 후임 인선을 주장했다. 배럿이 상원 인준 표결을 통과할 경우, 트럼프로서는 미국의 보수층에게 상당한 레거시(유산)를 쌓는 셈이 된다.

민주당도 배럿 인준에 반대하는 한편, 이 과정을 지지층 결집의 기회로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대법원이 더욱 보수화되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고친 의료보험 제도인 ‘오바마 케어’가 위태로워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럼프가 배럿을 대법관 후보로 지명한 직후 성명을 내어, 2012년 대법원의 오바마 케어 합헌 결정에 배럿이 비판했던 사실을 언급했다.

바이든은 유권자들이 대선 투표를 하는 것은 오바마 케어, 임신중지 등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 위한 것이라면서 “상원은 미국 사람들이 다음 대통령과 다음 상원을 선택할 때까지 이 공석에 대해 행동을 취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배럿은 임신중지에 반대하고 총기소유 권리를 옹호하는 보수 성향이다. 모교인 노터데임대에서 법학을 가르쳤으며, 2017년 트럼프에 제7연방고법 판사에 지명됐다.

트럼프는 오래 전부터 긴즈버그 후임으로 배럿을 염두에 둬 온 것으로 알려졌다. 배럿이 대법관에 임명되면 미 역사상 5번째 여성 대법관이 된다. 1991년 43살에 대법관이 된 클래런스 토머스 이후 두 번째로 젊은 나이에 대법관에 오르는 기록도 세우게 된다.

남편 제시는 변호사이며, 7명의 자녀 가운데 두 명을 아이티에서 입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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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도널드 트럼프 #코니 배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