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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검증 안 된 영국산 코로나19 백신의 '대선 전 출시'를 검토 중이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학이 개발하고 있는 백신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 허완
  • 입력 2020.08.25 11:1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전당대회 첫째날, 대의원들 앞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샬럿, 노스캐롤라이나. 2020년 8월2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전당대회 첫째날, 대의원들 앞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샬럿, 노스캐롤라이나. 2020년 8월24일. ⓒJESSICA KOSCIELNIAK via Getty Images

미국 트럼프 정부가 안전성과 효과가 아직 검증되지 않은 영국산 코로나19 백신을 11월 대선 전에 출시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관련 계획을 알고 있는 관계자 세 명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는 식품의약국(FDA)이 10월 중에 백신에 긴급사용승인(EUA)을 내리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검토 대상으로 떠오른 건 영국 옥스퍼드대와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는 백신이다. 현재 참가자 1만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는데, 그 결과가 좋을 경우 미국 규제당국의 일반적인 승인 절차를 우회해서 백신을 조기에 출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이 관계자들은 전했다.

그러나 이 회사가 개발 중인 백신은 ‘임상시험 참가자 3만명 이상’이라는 미국 규제당국의 백신 승인 조건에 미달한다. 아스트라제네카는 곧 3만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임상 3상시험에 돌입할 계획이지만 그 결과는 훨씬 뒤에야 나올 예정이다.

관계자들은 현재 아스트라제네카의 임상시험이 소규모로 진행되고 있어서 미국 규제당국의 긴급사용승인 요건을 충족할 만큼의 검증자료가 나오기 어렵다고 FT에 말했다.

(자료사진) 영국 케임브리지에 위치한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는 옥스퍼드대학과 공동으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자료사진) 영국 케임브리지에 위치한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는 옥스퍼드대학과 공동으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ASSOCIATED PRESS

 

FT는 백악관 비서실장 마크 메도우와 재무부 장관 스티븐 므누신이 7월30일에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민주당),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이같은 방안을 언급했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 메도우 비서실장은 9월 중 승인 가능성을 언급했고, 므누신 장관은 FDA가 긴급사용승인을 내릴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관계자들과 정부기관들은 이 보도 내용을 일축했다.

FDA의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대변인은 대선 전에 코로나19 백신 긴급사용승인이 내려질 것이라는 보도는 ”완전한 허위”라며 2021년 1분기 중에 백신 개발이 완료될 것이라는 예상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우리는 언제나 그 목표를 향해 노력해왔다.” 마이클 카푸토 대변인이 10월 중 백신 ‘깜짝 출시’는 ”판타지”라며 한 말이다. ”안전하지 않거나 효과적이지 않은 백신에 대한 사용이 승인될 것이라는 무책임한 얘기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을 약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재무부 대변인은 므누신 장관이 관련 언급을 한 적이 없다며 ”(므누신) 장관은 백신 후보군이나 긴급사용승인은 전적으로 FDA의 몫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자료사진) 백악관 코로나19 브리핑에서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 앤서니 파우치 박사가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년 4월17일.
(자료사진) 백악관 코로나19 브리핑에서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 앤서니 파우치 박사가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년 4월17일. ⓒThe Washington Post via Getty Images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재선 선거운동에 활용하기 위해 백신 출시를 서두를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왔다.

FDA에서 백신 평가를 담당하는 생물의약품평가연구센터장 피터 마크스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 정부가 입증되지 않은 백신을 승인하라고 압박한다면 사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이 분야 최고 권위의 전문가로 꼽히는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 앤서니 파우치 박사도 24일(현지시각) 안전성과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백신을 긴급사용승인 방식으로 출시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FDA 내의 ‘‘딥스테이트(deep state)’가 자신에게 해를 끼치기 위해 고의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11월 대선 이후로 지연시키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음모론을 비판한 바 있다.

FDA는 백악관의 정치적 압박이 아니라 안전성과 효과에 입각해 약물이나 백신을 승인해야 한다.

FDA의 과학적 결정에 직접 개입하려는 대통령의 위험한 시도는 미국인들의 건강과 안녕을 위태롭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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