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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부가 CDC의 경제정상화 세부 가이드라인 공개를 가로막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라도 빨리 경제 활동을 재개하고 싶어하지만, CDC는 구체적 지침에 따라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 허완
  • 입력 2020.05.08 12:09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코로나19 브리핑에서 경제활동 재개를 위한 백악관의 지침을 발표하고 있다. 2020년 4월16일.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코로나19 브리핑에서 경제활동 재개를 위한 백악관의 지침을 발표하고 있다. 2020년 4월16일. ⓒAP

게인즈빌, 플로리다주 (AP) - 미국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세가 여전히 계속되는 가운데 식당과 공공장소들을 언제 어떻게 다시 열어야 하는지에 대한 단계별 지침이 담긴, 미국 최고의 질병 전문가들이 작성한 문서를 트럼프 정부가 보류했다.

질병예방통제센터(CDC)가 작성한 17쪽짜리 ‘미국 경제활동 재개 시행을 위한 지침’ 문서는 서서히 다시 문을 열기 시작한 종교 지도자들과 자영업자들, 교육 당국자들, 그리고 주 및 지역 정부들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연구·작성된 것이다.

이 문서는 지난 금요일(1일) 공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CDC의 한 당국자에 따르면, CDC의 과학자들은 이 지침이 ”결코 빛을 보지 못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이 당국자는 익명을 조건으로 AP 취재에 응했다.

AP는 또 다른 연방정부 당국자로부터 이 문건의 사본을 입수했다. 이 지침은 백악관의 보류 결정이 나오기에 앞서 지난주 AP 기사에 언급된 바 있다.

 

트럼프 정부는 과학자들이 여전히 모르는 게 많은 바이러스인 코로나19로 초래된 이 팬데믹 동안 지침과 정보의 공개를 철저히 통제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까지 본인이 직접 주도하는 자유분방한 일일 브리핑을 이어왔다.

전통적으로 공중보건 위기 기간 동안 대중과 지역 당국자들에게 지침과 과학에 기반한 정보들을 제공하는 역할은 CDC가 맡아왔다. 그러나 이번 위기의 경우 거의 두 달이 되도록 팬데믹에 관한 CDC의 정례 브리핑은 없었다. CDC 소장 로버트 레드필드 박사는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멤버이기는 하지만 공개 브리핑에서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왔다.

많은 전현직 정부 보건당국자들은 미국 최고 전문가들에 의한 신속한 정보 공개가 부족한 현 상황이 위험하다고 본다.

“CDC는 미국인들이 위기 상황에서 항상 의지해왔던 공중보건 기관이다.” 하버드대 교수이자 2009년 신종플루(H1N1) 팬데믹 때 오바마 정부에서 보건당국자로 일했던 하워드 고 박사가 말했다. ”(공중보건) 위기에서는 CDC의 최신 정보와 지침, 브리핑에 의지하는 게 스탠더드다. (이번에는) 모두가 보다시피 그렇게 되지 않았다.”

트럼프 정부는 그 대신 각 주 정부에게 코로나19 대응 책임을 넘기려 해왔다. 이런 방식의 접근법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발언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그는 사태 초기 진단검사 부족 사태에 대해 자신의 책임은 없다고 했고, 지난주에는 진단검사에 관한 지원을 필요로하는 주 정부에 대한 연방정부의 역할을 ”최후의 공급자”로 묘사했다.

 

백악관 코로나19 TF와 가까운 한 관계자는 CDC 문서들이 CDC 상부로부터 공개 승인을 받은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백악관 당국자들은 업종별로 어떻게 문을 다시 열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 지침을 밝히기를 꺼려왔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지역별로 바이러스로 인한 영향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이같은 내부 논의를 전했다.

한 연방정부 관계자는 백악관에 의해 공개가 가로막힌 이 지침은 시금석이 될 문서였다고 설명했다. 다른 시설들에 대해 이와 비슷한 지침을 마련하고 있는 CDC 내 다른 그룹에서 이 문서를 청사진으로 활용할 예정이었다는 것.

이 지침에는 학교, 식당, 여름 캠프, 교회, 어린이집을 비롯한 시설들의 문을 다시 여는 방법에 관한 구체적인 장소별 권고가 담겨 있다. 이 문서는 CDC 내에서 폭넓게 공유됐으며, 각기 다른 상황에 처해있는 지역 당국자들의 결정을 도울 구체적인 ‘의사결정 트리’도 문서에 포함됐다. 이 문서의 한 쪽은 검색엔진을 통해 CDC 웹사이트에서 찾아볼 수 있으나 CDC 홈페이지 내에서는 이 링크가 등장하지 않는다.

이 보고서에 나오는 제안들 중에는 이미 연방정부 웹사이트에 올라온 것도 있다. 다만 이 지침은 특정 장소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단계별 재개 방안이 설명되어 있다.

일례로 이 문서는 식당과 바 등의 계산대에 ‘재채기 방지벽’을 세우고 뷔페나 샐러드바, 음료대를 피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CDC와 FDA(식품의약국) 홈페이지에도 이와 비슷한 권고가 올라와있다.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행사 도중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년 4월30일.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행사 도중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년 4월30일. ⓒASSOCIATED PRESS

 

그러나 보류된 이 문서에는 매장 식사 손님을 받기 시작한 식당들에게 테이블을 최소 6피트(약 1.8미터)씩 떨어뜨려야 하고, 음식이나 음료가 준비됐음을 알려주는 벨 대신 스마트폰 앱을 활용할 것을 제안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CDC 홈페이지에는 없는 내용이다.

″주 정부와 지역 정부 보건당국에게는 경제 활동 재개 결정에 관한 많은 문제들에 대한 지침이 필요하다.” 지역 보건당국 연합체인 ASTHO의 최고의료책임자인 마르쿠스 플레시아 박사가 말했다. ”식당은 다시 문을 열어도 되고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지키면 된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식당들은 그래서 정확히 어떻게 하라는 건지 궁금해 할 거다.”

백악관이 지난달에 발표한 ‘미국을 다시 열기(Opening Up America Again)’ 지침은 이번에 공개가 무산된 CDC의 문서보다 더 모호하다. 백악관은 주 정부와 지역 정부가 연방 정부 및 지역의 ”규제와 지침”에 따라 경제활동을 재개하고 직원들의 코로나19 증상을 모니터할 것을 권고했다. 백악관의 지침에는 사회적 거리두기나 재택근무처럼 팬데믹 초기에 나왔던 권고들이 포함됐다.

6일 브리핑에서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코로나19 대응에 있어서 가장 큰 책임은 각 주 정부에 있다는 트럼프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우리는 개별 주 정부와 협의를 하지만, 이건 주지사가 주도하는 것이다. 이건 주 정부가 주도하고 연방정부는 (주 정부와) 상의를 하는 거다. 우리는 매일 그렇게 하고 있다.”

CDC는 매일 지역 보건당국들과 협의하며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정확한 결정을 내리기 위한 과학적 정보들을 얻기 위해서다.

백악관의 ‘미국을 다시 열기’ 같은 지침을 마련한 CDC의 과학자들은 지금도 정보를 확보하기 위해 지역 정부들과 협의를 하고 있다. 톰 프리덴 전 CDC 소장은  CDC에는 지금과 같은 위기시에 전문성을 발휘할 수많은 세계적인 유행병학자들과 의사 등이 있다고 말했다. CDC의 코로나19 홈페이지 방문객수는 12억명이 넘었다.

CDC와 직접 소통해온 주 정부들은 이미 마련됐으나 백악관이 공개하지 않은 이 지침을 자체 판단에 따라 활용할 수 있다.

“CDC의 역량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주는 없을 거라고 본다. 정보들이 공개되도록 하는 절차가 문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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