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20년 11월 23일 18시 11분 KST | 업데이트됨 2020년 11월 23일 18시 11분 KST

임기 막판 트럼프가 바이든의 외교정책을 방해하려는 새로운 정책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임기 막판에 새로운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ASSOCIATED PRESS
(자료사진) 

워싱턴 (AP) - 물러나는 트럼프 정부가 조 바이든 당선인의 새 정부가 추진할 수많은 외교정책을 방해하고 국제 정책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 유산을 존속시키기 위해 새로운 규정과 규제, 행정명령을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들 중 상당수는 1월20일에 취임하는 차기 대통령에 의해 철회되거나 크게 수정될 수 있는 만큼 트럼프 정부의 시도는 소용이 없을 수 있다.

최근 몇 주 사이에 백악관과 국무부를 비롯한 정부기관들은 이란, 이스라엘, 중국 등에 관한 새로운 정책을 공포하는 데 전력을 쏟고 있다. 국제 관계에 관한 트럼프의 시각을 못박아두려는 정책들이다. 그 중 일부는 지대한 관심을 받았지만 다른 것들은 대체로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다. 

ASSOCIATED PRESS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과 함께 민주당 상·하원 지도부와 간담회를 하고 있다. 윌밍턴, 델라웨어주. 2020년 11월20일.

 

다수는 바이든이 서명 한 번으로 번복할 수 있지만, 바이든 정부가 출범 이후 시간과 관심을 쏟아야 하는 것들도 있다. 바이든 정부에게는 더 시급하게 관심을 쏟아야 할 다른 여러 정책 우선순위들도 있다.

트럼프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이 가장 최근에 나타난 건 지난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국무장관으로서는 마지막이 될 이스라엘 방문에서 팔레스타인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영토에 대해 이스라엘의 편을 들어주는 두 건의 발표를 한 것이다.

바이든 측은 이 발표들에 대해 침묵을 유지하고 있지만 바이든은 이같은 정책들을 지지하지 않으며 많은 부분을 되돌릴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 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관련 문제에 대해 보다 전통적인 정책으로 복귀할 계획이다.

지구 반대편의 유대국가에서부터 중국에 이르기까지 바이든의 정책 전환을 저지하려는 트럼프 정부의 완강한 시도는 바이든이 민주당 대선후보로 공식 지명되기 전인 몇 개월 전부터 시작됐다.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이 11월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분명한 우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나타나자,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는 자신의 재선을 완전히 자신하는 동안에도 트럼프 정부는 이같은 움직임을 시작했다.

ASSOCIATED PRESS
이스라엘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압둘라티프 빈 라시드 알자야니 바레인 외무장관과 3자 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예루살렘, 이스라엘. 2020년 11월18일.

 

몇몇 당국자들은 미국이 이제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사실상 전부 거부할 것이라고 밝힌 7월13일자 폼페이오 장관의 선언을 지목했다. 이는 이 문제에 관한 모든 분쟁은 중재를 통해 다뤄져야 한다는 이전 정부들의 입장을 180도 뒤집은 것이었다.

트럼프 정부 초기 외교 정책 결정들의 상당수는 이란 핵합의와 파리 기후협약, TPP(환태평양 전략적 경제동반자협약) 탈퇴 등 이전 정부의 외교 정책 성과를 무너뜨리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반면 정부 당국자들은 바이든이 다음 대통령이 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내려진 첫 사례로 남중국해에 관한 결정을 꼽았다.

한 정부 관계자는 당시 그와 같은 결정이 내려진 이후에 나온 모든 정책들은 바이든이 대통령이 될 것을 염두에 둔 것들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단임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공포가 7월부터 정책을 장악하기 시작했으며, 바이든의 정책 전환을 저지하려는 목적이 주를 이루는 새 정책 공표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 중 일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이스라엘

지난 19일, 폼페이오 장관은 서안지구 이스라엘 정착촌으로의 전례 없는 방문길에 나서기에 앞서 미국이 앞으로는 팔레스타인의 권리를 주장하며 이스라엘을 겨냥한 ‘보이콧, 투자회수, 무역제재(BDS) 운동’을 벌이는 단체들을 ”반유대주의”로 규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그는 (원산지) 표기 규정을 수정해 정착촌에서 생산된 제품을 ‘이스라엘산(Made in Israel)‘으로 인정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변화된 제품 원산지 표기 정책이 시행되려면 시간이 걸리고 아직 ‘반유대주의 단체’로 지정된 곳은 한 곳도 없다. 설령 이 정책들이 시행되더라도 바이든은 취임 첫 날 이를 번복할 수 있다.

트럼프 정부의 이같은 조치들은 출범 이후 취해왔던 수많은 친(親)이스라엘 정책들의 뒤를 잇는 것이기도 하다. 트럼프 정부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했고, 텔아비브에 있던 미국 대사관을 그곳으로 옮겼으며,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및 팔레스타인을 지원해왔던 유엔난민기구에 대한 지원을 끊었다. 바이든이 대사관을 다시 텔아비브로 옮길 가능성은 낮지만 다른 조치들은 신속하게 번복될 수 있다.

 

이란

폼페이오를 비롯한 트럼프 정부 당국자들은 이란을 겨냥한 새로운 제재 도입을 언급했다. 트럼프 정부는 2년 전 이란 핵합의에서 탈퇴한 이후 그와 같은 제재를 강화해왔다. 새 제재 조치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내 민병대와 예멘의 시아파 후티 반군을 겨냥할 가능성이 있다. 후티 반군은 국제 사회가 인정한 예멘 정부를 상대로 재앙적인 전쟁을 벌여왔다.

바이든은 이란 핵합의 복귀를 원한다고 밝혔으며, 이란 정부 당국자들은 그럴 경우 협정을 다시 준수할 용의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바이든은 트럼프 정부가 다시 도입했던 제재조치의 상당수를 행정명령으로 폐기할 수 있지만, 그가 이 문제를 얼마나 높게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중동 일반

트럼프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상당한 규모의 미군 병력을 철수해 두 나라에 주둔하는 병력을 각각 2500명 수준으로 끌어내림으로써 분명한 뜻을 보여줬지만 바이든이 어떤 접근법을 취할지는 확실하지 않다. 국방부가 병력 철수를 연기하거나 속도를 늦출 수는 있지만, 국무부가 바드다드와 카불의 대사관 인력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는 여전히 분명하지 않다. 두 대사관 모두 미군 병력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바그다드를 겨냥한 이란의 지원을 받는 민병대의 로켓 공격이 중단되지 않는 한 이곳에 위치한 미국 대사관을 폐쇄하겠다고 위협한 적이 있다. 그러나 지난주에 병력 철수가 발표됐음에도 대사관에 대한 발표는 없었다.

 

중국

중국을 겨냥한 트럼프 정부의 조치들이 시작된 건 1년도 넘었지만, 트럼프가 코로나19 확산 책임을 중국에게 돌리고, 바이든이 중국을 ‘물렁하게’ 대한다는 의혹을 제기한 지난 3월부터 모멘텀을 얻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트럼프 정부는 대만, 티벳, 무역, 홍콩, 남중국해 문제 등에 대한 대중국 제재를 꾸준히 강화해왔다. 중국 거대 통신사 화웨이 저지 작전을 폈고, 틱톡이나 위챗 같은 중국 소셜미디어 앱 사용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지난주, 국무부 정책 수립 부서는 대중국 외교 정책에 관한 70쪽짜리 문서를 펴냈다. 즉각적인 정책 권고에 대한 내용은 많지 않았지만, 대만에 대한 지원 확대, 대만과의 공조 강화를 강조했다. 이 문서가 공개되던 순간,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워싱턴에서 대만 측을 만나 경제 협력 강화를 논의했다.

 

러시아

22일, 미국은 상대방의 군사 시설을 감시하기 위한 정찰비행을 허용하도록 한 러시아와의 ‘오픈 스카이 조약‘에서 공식 탈퇴했다. 미국이 러시아에 탈퇴 의사를 밝힌 지 6개월 만이다. 이 탈퇴로 냉전 시대 적국이었던 러시아와 맺은 군축 협정 중 여전히 시행되고 있는 건 단 하나 밖에 남지 않게 됐다. 각자 보유할 수 있는 핵탄두 개수에 제한을 둔 ‘뉴스타트(New Strategic Arms Reduction Treaty)’ 조약이다. 이 조약은 내년 2월에 만료된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이 동참하지 않는 한 이 조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은 이를 거부했다. 다만 최근 트럼프 정부는 기존 입장에서 조금 물러서 연장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정부 출범이 다가오는 가운데, 이 협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비비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