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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많은 나라 다녀보기: 인스타그램이 우리가 여행하는 방식을 망쳐놓고 있나?

'서른 살이 되기 전에 30개국 가보기'?

페루 마추픽추를 찾은 관광객들
페루 마추픽추를 찾은 관광객들 ⓒAnh Vo via Getty Images

캐롤라인이 했던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2017년에 가장 친한 친구와 함께 옐로스톤 국립공원으로 떠났던 여행이었다. 두 사람은 새벽 4시에 일어나 90분 거리의 마을 잭슨 홀에서 차를 몰아 세계적으로 유명한 자연 보존 구역으로 갔다. 가는 길에 카페에 들러 아침식사를 사고 일출을 보았다. “내가 평생 본 것 중 가장 아름다웠고, 여행이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하니 마법 같았다.”라고 회상한다.

몇 달 동안 준비해둔 순간이었다. 캐롤라인은 온라인에서 검색하고, 인스타그램과 트위터에서 사진들을 보고, 찾을 수 있는 모든 글을 읽었다. 새로운 곳을 가기 전에는 늘 그렇게 한다.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31세 간호사인 캐롤라인은 8주마다 여행을 간다. 25세가 될 때부터 시작한 습관이다 

캐롤라인의 친구들은 페이스북에 약혼 반지와 새로 태어난 아기의 사진을 올리지만, 캐롤라인은 자신이 갈망하고 이뤄낸 것들을 온라인에 올린다. 그리고 가능한 한 많은 국가를 방문해 보려고 한다. ‘서른 살 전에 30개국’(30 before 30)은 간발의 차로 이루지 못했지만, 5년 동안 24개국을 방문하는데는 성공했다. 2019년 한 해에만 캐롤라인은 인도, 콜롬비아, 포르투갈 등으로 여행을 9번 갔다.

캐롤라인은 “의도적으로 ‘서른 살 전에 30개국’을 목표로 잡은 건 아니었지만, 나는 그런 식으로 접근했다. 여행을 체크리스트로 생각했다.”라고 인정한다. 30대가 된 그에겐 이제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여행 블로그들을 보다가 정한 것이다. 아이가 생기기 전에 일곱 개 대륙을 전부 다녀오는 것이다. 결심이 확고해서, 한 번 갔던 나라를 다시 방문하지는 않을 예정이다. “같은 곳을 또 보는데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세계는 정말 크다.”

영국 리즈의 타리크(27)는 5년째 여행 ‘버켓 리스트’를 공략 중이다. 친구가 페이스북에 올린 버킷 리스트를 보고 만들게 되었다. “내 친구가 다녀온 곳들을 다 보여주는 게 마음에 들었다.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박사 과정 중인 타리크는 지난 한 해 동안 4개국에 다녀왔다. 인스타그램 해시태그와 여행 관련 페이지를 보고 고른 곳들이다. 리스트에 올려놓았던 곳들을 체크할 때 진정한 만족감을 얻는다고 한다(몰스킨 수첩에 손으로 쓴 리스트다).

“내가 유명한 곳에 가서 찍을 셀카를 생각한다. 내가 살면서 무언가를 성취하고 있다, 성공했다는 기분이 든다.”

수 세기 동안 여행은 부유한 엘리트들의 전유물이었다. 패키지 투어가 등장하고, 이어 이지젯과 라이언에어 등 저가 항공이 나타나면서 오늘날의 여행은 문턱이 훨씬 낮아졌다. 한 세대 만에 여행은 열망이 아닌 기대의 대상이 되었다. 영국의 베이비 부머들은 이삼십대 때 매년 여름에 스페인으로 떠나는 휴가를 사치로 생각했다면, 밀레니얼 세대 소비자들은 더 먼 곳으로 더 자주 여행하려 한다. 여행을 할 때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지나친 관광객 집중을 점점 더 많이들 고려하고 있긴 하지만, 유엔 세계관광기구는 2030년에는 전세계에서 여행이 한 해 18억 건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

인파가 너무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중국은 5월에 만리장성 중 인기있는 구역의 일일 방문자를 6만5000명으로 한정했다. 6월에 타지마할은 3시간 이상 머무르는 관람객들에게 벌금을 물리기 시작했다. 유네스코 세계 유산 위원회는 관광객수를 우려하며 페루의 마추피추를 ‘위험 직면’ 상태로 분류하라고 여러 번 추천했다.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 ⓒAjith Kumar via Getty Images

과잉 관광은 더 작은 곳들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출연한 영화 ‘비치’에 등장한 태국의 마야 만은 관광객들이 일으킨 환경 피해에서 회복될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2021년까지 폐쇄되었다. 오스트리아 알프스 산맥 지역의 할슈타트의 주민 800명은 매년 100만명의 관광객들을 감당하고 있다. 관광객들이 주민들의 집 뜰을 돌아다니고 창문 안을 들여다 본다고 한다. BBC 드라마 ‘폴다크’에 등장했던 영국 콘월의 해변에는 관광객이 20% 증가해 주민들은 지난 여름에 아무데도 갈 수 없었다. 

과잉 관광, 환경과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여행 업계의 주요 우려이긴 하나, 전문가들이 주목하기 시작하는 다른 이슈도 있다. ‘수행적’ 여행의 증가다. 2017년의 연구에 의하면 캐롤라인과 타리크 같은 밀레니얼의 40%는 ‘인스타그램 잠재력’에 따라 여행지를 고른다고 한다. 즉 온라인 상에서 업적의 표시로 친구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윤리적이고 지속가능한 여행 상품을 파는 대행사 책임있는 여행(Responsible Travel)을 설립한 저스틴 프랜시스는 “인스타그램과 소셜 미디어는 여행에 있어 보여지는 것을 중요하게 만들었다. 특히 비교적 대단한 곳으로 간주되는 곳들이 특히 강조된다.”고 말했다.

유타주의 호스슈 캐년을 보자. 프랜시스에 의하면 매년 200만명 이상이 ‘그 사진’을 위해 여기를 찾는다. “엄청나게 완벽하고 대단한 사진을 보면…… 우리는 그 곳을 갔을 때 실망할 위험이 있다. 절대 인스타그램 사진처럼 보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 말이 맞을 수도 있다. 올해 여행자들은 소셜 미디어에서 본 목가적인 산 꼭대기의 호수를 찾아 인도네시아 발리의 렘푸양 사원에 갔다가 실망했다고 말했다. 존재하지 않는 호수였기 때문이다. 뉴질랜드의 로이스 피크에서 정상에 선 사람들의 멋진 사진은 연출된 것이었다. 원래 사진에는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선 모습이 있었다.

인터넷의 영향을 받는 여행의 시대가 여행 업계에, 또는 여행자들에게 좋은 걸까? 여행을 민주화하는 걸까, 아니면 우리 모두 같은 목록을 따라 여행하면서 그저 거기 다녀왔다는 걸 인증하기 위해 똑같은 사진들만 올리고 있는 걸까?

영국 서리 대학교에서 산업 지속 가능성을 맡고 있는 그레이엄 밀러 교수는 “[이러한] 인터넷 사고방식은 여행지들을 그곳만의 매력을 즐기거나 그곳에 가고 싶은 고유한 동기를 느껴서 여행하기 보다는 그저 수행 과제로 보는 생각을 낳게 된다.” 여행의 가치는 여행을 즐기기보다는 사람들에게 ‘내가 거기 다녀왔다’고 말하는 것이 된다. 이러한 수행적 여행이 문제를 일으키는 명백한 예가 ‘빅 파이브’ 사파리 목록이라고 밀러는 말한다.

사파리 여행자들에게 보기를 권하는 아프리카 동물 다섯 가지(사자, 표범, 코뿔소, 코끼리, 물소)가 있다. “대형 사파리 기업들은 여행자들이 사파리를 마치고 뭔가를 성취했다는 느낌을 얻도록 이를 홍보한다. 그리고 여행자들이 이 동물들을 다 보고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해준 가이드는 두둑한 팁을 받는다.”

“하지만 그 결과 상업 관광객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이런 동물들이 사는 지역에 병목 현상이 생긴다. 환경 과학자와 함께 여행한다면, 과학자는 리카온이나 길가의 양치식물을 봐도 신이 날 것이다.”

패키지 투어 업체들은 이런 영향을 도시와 자연 모두에서 목격하고 있다. “사람들은 로마에 가면 시스티나 예배당에 가면 된다, 오스트레일리아에 가면 울루루에서 일몰을 보면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목록들은 창의성과 상상력을 꺼버리며, 우리 모두를 좁은 공간에 몰아넣는다. 지금은 루브르에 가는 것보다 인터넷으로 보는 게 모나리자를 더 잘 볼 수 있다!”

저스틴 프랜시스도 동감한다. “우리가 여행지를 방문하는 진짜 목적인 그곳의 본질을 놓치게 된다. 가장 대단하다는 ‘버켓 리스트’ 여행 경험들은 사실 굉장히 과대평가 되어있다.”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셀카를 찍는 관광객들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셀카를 찍는 관광객들 ⓒERIC FEFERBERG via Getty Images

영국 서섹스의 소피(22)는 여러 친구들, 온라인에서 팔로우하는 블로거와 인플루언서들에 비하면 자신은 ‘여행을 많이 하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올 여름에 남자친구와 함께 여행 갈 기회가 생겼을 때 주저없이 목적지를 정했다. 산토리니였다. 마케팅 어시스턴트인 소피는 파랗고 하얀 그리스 집들의 사진을 온라인에서 워낙 많이 봐서, 아무 망설임없이 선택했다. 슬프게도 소피는 실망했다.

“가봤더니 너무 붐비고 어딜 가든 사람들이 가득했다. 항구로 절벽을 오르내리는 건 악몽이었고, 온라인에서 본 아름다운 사진 속 장소마다 같은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300명쯤은 있었다. 전혀 느긋하지 않았다. 대혼란이었다.”

이 여행으로 두 사람은 한 해 여행 예산을 다 썼다. 성수기에 가서 수많은 관광객들과 경쟁해야 했다(2018년에 산토리니를 찾은 사람은 200만명이었다. 2017년의 170만명에 비해 늘어났다). 소피는 “속은 기분이었다. 나는 마법을 기대했는데 알고 보니 관광객들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곳이었다. 내가 인스타그램에 홀렸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밀러 교수는 인터넷의 영향을 받은 여행의 경우 주목적이 사진이거나(본인은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다른 사람이 만든 목록에 있는 걸 수행하기 위한 것일 경우가 있다고 말한다. 실망할 가능성이 너무나 크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브랜드 정체성’, 즉 소셜 미디어에서 만든 자신의 모습에 얼마나 잘 맞는지를 우려하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한다. 뭐가 제일 좋아보일지를 생각하고 있다는 걸 스스로 인식하지 못할 경우에도 그렇다. 나는 바르셀로나에 가본 적이 없으니까 목록에서 바르셀로나를 지워야겠다, 는 식이다.”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고, 얼마나 도회적이고 세련되었는지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것은 우리의 정체성의 일부다. 우리는 주말에 샤모니에 갔다가 뉴욕과 도쿄로 넘어갔다는 이야기를 흘린다. 이런 것들은 우리가 성공한 삶을 살고 있다는 걸 쉽게 보여주는 방법이다. 옷과 전화기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사회적 정체성을 만든다.”

이것은 우리가 필요로 하던 사진을 찍지 못하면 실망하게 된다는 의미인 동시에 여행지에도 문제를 가져온다. “우리가 가는 곳이 점점 더 줄어들게 되며, 온세상 사람들이 다 몰려들어서 우리 모두가 더 나쁜 경험을 하게 된다. 예전에는 포화상태가 아니었던 곳들이 가득차며 위기에 이른다.”

맨체스터의 교사 스티븐(30)은 2012년에 구글에서 본 ‘죽기 전에 가볼’ 곳 목록을 따르고 있다고 한다. “어느 날 밤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정말 공감이 가는 목록을 찾았다. 여러 곳을 다니고 있음을 기록할 수 있다는 게 마음에 들었고, 내가 삶을 ‘제대로’ 살고 있다는 기분이 들게 해주었다. 어른이라면 당연히 집이나 차를 가져야 하고 결혼도 해야 할 것 같지만, 그런 게 없을 경우 이게 성공으로 느껴진다.” 

해외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는 인스타그램이나 스냅챗을 써본 적이 없었지만, 이제 그는 다음 여행지가 어디인지를 보여주기 위해 늘 자기 페이지를 업데이트한다. ‘좋아요’와 사람들의 질투를 즐긴다고 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전부 출근 중인 월요일 아침에 해변에서 포스팅하는 것이다.” 스티븐의 농담이다. “좀 바보같지만 기분이 좋아진다.”

저스틴 프랜시스는 인터넷에 의한 여행 붐으로 우리가 여행 충동을 느끼고 그 충동을 사람들과 공유하게 되며 과잉관광이 일어났다고 말한다.

“‘왕자의 게임’ 팬들의 버켓 리스트에 들어가서 관광업 관리에 힘을 쏟아야 하게 된 두브로브니크가 그 예다. 이 엄청난 포화 상황은 주민들과 환경에 문제를 야기한다. 특별한 순간을 수천 명의 사람들과 함께 경험해야 할 줄은 상상하지 못했던 여행자들로서도 마찬가지다.”

밀러 교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고려하고 있는 도시들도 있다고 말한다. 암스테르담은 관광 홍보 사무실을 운영했지만, 이제는 관광 영향 관리자를 두고 있다. “암스테르담은 더 이상 홍보하지 않는다. 그저 오는 관광객들을 관리하려는 노력만 한다.”

여행 시기를 연중 고르게 나누고 지역적으로 분산시키려는 노력을 하는 곳들도 있다. 예를 들어 바르셀로나는 투어 가이드들에게 아주 붐비는 람블라 거리 인근의 다른 거리를 관광객들에게 알려 분산시키려 한다. 또는 붐비는 곳을 덜 꺼리는 타깃층에 관광을 홍보하기도 한다. “여러 관광청은 중국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이들은 사람이 많은 도시 지역 주민들 위주라서, 사람이 많아도 거리낌이 덜한 편이다.” 2019년에 관광객 세금을 도입한 곳들도 있다. 이미 7%의 세금을 부과해오던 암스테르담은 2020년부터 여기에 3유로를 추가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책임있는 여행은 관광객들이 해외 여행 중 임시 주민세를 내야 한다고 제안했다. “관광업은 공공 재화를 활용한다. 풍경, 생물 다양성, 거리의 생활과 관련된 문화, 자연자본 등을 쓴다. 관광객들은 사실상 임시 거주자이며, 그에 따른 돈을 내야 한다.” 그는 1인당 매일 2~3파운드(한화 약 4000원 안팎)를 제안한다.

관리 전략에도 불구하고 한계에 부딪히는 시점이 올 것이다. “그건 피할 수 없다”고 밀러 교수는 말한다. “‘여기는 이제 꽉 찼다’는 것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아직 그걸 전적으로 받아들인 곳은 없다. 가격을 올려 막아낼 것인가? 문을 세울까? 모든 것에 티켓 제도를 도입할까? 우리는 지금 완전한 포화 상태에 가까워지고 있다.” 밀러는 포화 상태 너머의 상황도 우려한다.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이 아닌 인터넷에 따른 선택으로 계속 좋지 않은 여행 경험을 할 경우다. “사람들은 여행에 돈을 아예 쓰지 않게 될 수도 있다. 나쁜 경험을 한다면 사람들이 계속 찾아오리라는 보장이 없다.”

 

* HuffPost UK의 Bucket Lists and ’30 Before 30′: Has The Internet Ruined The Way We Travel?을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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