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2021년 03월 29일 17시 40분 KST

미디어는 왜 트랜스젠더를 '피해자'로만 조명하는가? 그들에게도 평범한 일상은 있다

“뉴스에서 인터뷰하는 트랜스젠더는 많이 봤는데, 이젠 트랜스젠더 앵커를 보고 싶어요”

넷플릭스 예고편 화면갈무리
다큐멘터리 한 장면.

 

“미드 <모던 패밀리>에서처럼 트랜스젠더 여성·남성이 가족을 이루고 사는 모습, 남편·아내와 함께 아이를 갖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입양을 통해서든 아이도 키우며, 주변 가족과 친척들과의 관계 속에서 여러 에피소드가 일어나는 드라마, 이웃과 자연스럽게 어울려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으로 나오면 좋을 듯 합니다.”(참여자 ㄱ씨)

 

최근 고 변희수 하사를 비롯한 트랜스젠더의 극단적 선택이 있은 뒤 미디어에서 트랜스젠더의 모습을 자주 접하게 됐다. 트렌스젠더 당사자들은 미디어가 트랜스젠더를 슬픔과 고통 속에 존재하는 ‘피해자’로만 조명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28일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행성인) 트랜스젠더퀴어인권팀은 3월31일 국제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을 맞아 트랜스젠더가 제작에 참여한 미국 다큐멘터리 <디스클로저> 함께 보기 행사를 열었다. 이 행사는 미디어 속 트랜스젠더 모습을 비평하고, 미디어에서 재현되기를 바라는 트렌스젠더가 어떤 모습인지 당사자들이 직접 말해보는 토크 콘서트였다. 사전 신청자 30여명이 이날 오후 함께 다큐멘터리를 본 뒤 온라인으로 활발한 이야기를 나눴다. 행사에 참여한 이들은 트랜스젠더 당사자가 많았지만 성소수자 부모, 당사자를 지지하는 앨라이(협력자) 등도 있었다.

한겨레/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 제공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행성인) 트랜스젠더퀴어인권팀은 3월31일 국제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을 맞아 트랜스젠더가 제작에 참여한 미국 다큐멘터리 <디스클로저> 함께 보기 행사를 열었다. 


이 다큐멘터리는 헐리우드에서 만들어진 콘텐츠가 트랜스젠더 공동체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그 빛과 그늘을 조명한 작품이다. 오랜 시간 트랜스젠더를 위협적이고 불완전한 존재로 그려온 헐리우드의 콘텐츠와 달리 <디스클로저>는 트렌스젠더 당사자들이 직접 제작에 참여해 그들의 삶 그리고 미디어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담았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들은 트랜스젠더 당사자가 평범한 일상을 미디어에서 볼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참가자 ㄴ : “정체성은 내 삶의 일부일 뿐, 일상은 누구나 비슷하다.”(참가자 ㄴ)
참가자 ㄷ : “일일드라마에 고정역할로 (트랜스젠더가) 나오면 좋겠습니다.”
참가자 ㄹ : “트랜스젠더가 가족을 꾸리면서 일어나는 일상을 재치있게 다루는 시트콤이 있으면 좋겠어요.”
참가자 ㅁ : “(내가 제작자라면) 충격이나 배신이 아닌 다양한 커밍아웃 모습을 담고 싶습니다.”

 

넷플릭스 예고편 화면갈무리
다큐 한 장면.

 

또한, 트랜스젠더의 모습이 부정적 측면만 강조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참여자들은 말했다. 피해자가 아닌 미디어의 주인공, 사회의 권력자, 삶의 주체로서 그려지길 바라고 있었다.

참가자 ㅂ : “트랜스젠더로 살아가는 어려움을 지우지 않으면서도, 트랜스젠더로만 보여주지 않았으면!”
참가자 ㅅ : “뉴스 자료화면으로나 인터뷰를 하는 트랜스젠더는 많이 본 거 같아요. 이제 트랜스젠더 앵커를 보고 싶어요.”
참가자 ㅇ : “트랜스젠더 선생님이 나오는 청소년 드라마 보고 싶네요.”
참가자 ㅈ : “<보건교사 안은영>처럼 히어로물 주인공으로 나오는 걸 보고 싶어요.”


빌리 행성인 트랜스젠더퀴어인권팀장은 “미디어가 트랜스젠더를 어떻게 보고, 드러냈는지는 꾸준히 고민해야 할 과제인데, 성소수자 인권에 관심있는 사람들만 성찰할 뿐 무관심한 이들은 여전히 무관심하다. 트랜스젠더가 어떻게 가시화되고 있는지 미디어 환경을 만드는 주체들이 적극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