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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는 투표장에서 ”본인 맞으세요?” 질문에 시달렸다

원치 않는 성별 ‘아우팅’을 당하는 상황에 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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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티이미지뱅크

“본인 맞으세요?”

21대 총선 사전투표 첫날인 10일 사전투표장을 찾은 김이나(가명)씨는 투표소 안내원의 질문을 받고 신경이 곤두섰다. 성전환 수술을 받았지만 아직 성별정정을 하지 않은 김씨는 신분증에 명시된 성별과 자신의 외모가 달라 투표 과정에서 여러 차례 본인을 확인하는 질문을 받아야 했다. 4년 전에 치러졌던 20대 총선에서도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받고 “트랜스젠더 여성이에요”라고 밝힌 뒤 겨우 투표할 수 있었던 김씨는 이날 동네 주민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투표장에서 다시 한 번 자신의 성 정체성이 드러날까 우려해야 했다.

자신의 성별 표현과 법적 성별이 다른 트랜스젠더들이 투표 등 신분 확인 과정에서 원치 않는 성별 ‘아우팅’(성소수자임이 강제로 알려지는 것)을 당하는 상황에 처하고 있다.

투표장에서 뿐만 아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공적 마스크’ 공급이 이뤄지는 약국에서 신분을 확인하는 과정에서도 똑같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김씨는 “공적 마스크 구입을 위해 약국에 너무 많은 사람이 줄을 서 있어서 트랜스젠더인 사실을 설명하고 신분을 노출하기가 불편해서 아예 구입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며 “집과 직장 바로 근처에 약국이 있지만 그냥 면 마스크를 빨아서 썼다”고 했다. 역시 트랜스젠더인 이재영(가명)씨도 “법적 성별정정을 하지 못한 트랜스젠더들은 약국 근처에 갈 엄두도 나지 않는다”며 “정정을 마친 친구들에게 부탁해서 마스크 구입을 부탁하거나 마스크를 많이 가지고 있는 친구들에게 나눠 달라고 부탁하고 있다”고 했다.

‘트랜스해방전선’ 류세아 부대표는 “트랜스젠더들의 투표권과 건강권을 제대로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참에 성별 확인 절차를 없애거나 신분증에 성별 식별변호를 표기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이날 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인의 성별 표현이 법적 성별과 다르다고 해서 투표관리관이 추가 서류를 요구하거나 ‘남성 또는 여성이 확실하냐’는 등의 불필요한 질문을 하지 않도록 유의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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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총선 #성소수자 #차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