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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로 커밍아웃한 손녀에게 할머니가 보내는 편지

커밍아웃한 트랜스젠더 가족을 이해하고 지지하는 방법.

2020년 12월 저자의 손녀
2020년 12월 저자의 손녀 ⓒCourtesy of Maryann Durmer

 

최근 배우 엘리엇 페이지는 트랜스젠더라고 커밍아웃을 했다. 그리고 트랜스젠더 젊은 여성을 손녀로 둔 할머니로서, 나는 그의 행동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엘리엇은 영화 ‘주노’에서의 역할로 널리 알려진 캐나다 배우다. 그가 공개적으로 커밍아웃한 일은 내 22살 손녀와 많은 다른 트랜스젠더들이 공개적으로 자유를 누리며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

내 손녀는 5주 전에 커밍아웃했다. 그 소식을 듣고 나는 손녀에게 문자를 보냈다. ”어젯밤 네 아빠와 이야기를 나눴단다. 네가 커밍아웃해서 정말 기쁘고, 널 100% 지지한다. 그냥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혹시 뭐든 도와줄 일이 있으면, 난 여기에 있단다.”

지난 6개월 동안 손녀가 ‘전환(트랜지션) 중’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가 항상 상상해오고 운명으로 여겼던 대로 활기찬 젊은 여성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걸 봤을 때 큰 안도감이 들었다. 

나는 75세의 백인 이성애자인 시스젠더(생물학적 성별과 심리적인 성별이 서로 일치하는) 여성이며, 권위주의가 강한 가정에서 자랐다. 나는 중산층 백인 뉴욕 브롱크스 동네에서 12년간 가톨릭 학교에 다녔다. 내가 성장한 50년대에는 모든 게 더 정형화돼 보였다. 왜냐하면 나는 나와 다른 인생 경험을 가진 많은 사람들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어렸을 때 믿음의 규칙을 따른다면 천국에 갈 것이고, 그 규칙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은 천국에 들어가지 못할 거라고 배웠다. 1970년대 후반, 나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텍사스로 이사했다. 그곳에서 나는 전에 보지 못했던, 근본주의적인 보수주의자들의 태도와 다른 사람들에 대한 포용의 부족을 직접 경험했다. (그들은 ‘뉴욕양키스’(미국 프로야구 팀) 조차 좋아하지 않았다. 이혼 후 나는 연극계 커뮤니티와 가까워졌고 아이들이 모두 성장한 후, 난 다시 뉴욕으로 이사 가기로 마음먹었다. 내 인생의 다음 단계의 답은ㅡ 다시 뉴요커가 되는 것이었다. 

나와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건 중요한 일이다.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조직화된 종교가 나를 혼란스럽게 하고, 잘못된 편견과 성, 젠더에 대한 이해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세뇌에서 벗어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때로는 우리의 공유된 인간성에 눈을 뜨기 위해 다른 배경을 가진 충분히 넓은 범위의 가족과 친구들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아직도 내 마음속 저편에서는 과거에 ‘일탈’로 여겼던 것을 받아들인다면 틀림없이 지옥에 떨어질 거라는 어머니의 잔소리가 들려온다.

어쩌면 어떤 경우에는, 트랜스젠더를 이해하는 건 가족이 아닌 사람들에게 더 쉬울 수도 있다. 그 사람을 돌아보고 회상할 만한 정서적 유대감도 없고 역사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랜스젠더인 손자 손녀를 뒀다면 복잡한 일이 될 수 있다. 나는 실수로 어떤 잘못을 하거나 잘못된 말을 할까봐 걱정이 된다. 20년 넘게 알고 지내다가 바뀐 이름을 부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건 단지 내 손녀가 변한 사실에 대한 건 아니다. ‘손자‘였던 그에 대한 기억을 정리하는 ‘매뉴얼’이 없다는 사실이 힘들 때가 있다. 확실한 건 내가 손녀를 사랑한다는 것뿐이다. 

엘리엇 페이지
엘리엇 페이지 ⓒMark Blinch / Reuters

 

나는 트렌스젠더가 경험하는 걸 더 잘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 도움을 얻기 위해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연구하고, 읽고, 시청해왔다. 성별 확인 수술과 트랜스젠더 헬스케어 옵션과 논-바이너리(기존의 이분법적인 성별 구분을 벗어난 종류의 성 정체성이나 성별을 지칭하는 용어) 개인의 의약품을 통한 전환 등을 보여준 다큐멘터리 ‘본투비‘와 트랜스커뮤니티를 위한 사회적 정의 운동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 저자 수잔 스트라이커의 ‘트랜스젠더 히스토리’ 등을 봤다. 이 새로운 지식은 내가 손녀를 지지하는 데 도움이 됐다.

예를 들어, 트랜스젠더 개인마다 그들의 정체성에 대해 다르게 그리고 독특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어떤 대명사를 사용해야 하는지 아는 게 항상 중요합니다. 엘리엇 페이지는 ‘he’와 ‘they’ 대명사를 모두 사용한다. 내 손녀는 ‘she’와 ‘her’을 사용한다. 이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게 어떤 사람들에게는 사소한 일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트랜스젠더에게는 전부라고 해도 좋을 만큼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졌더라도 실수는 있는 법이다. 때때로 나는 손녀의 ‘죽은 이름‘을 다시 사용하곤 한다. 대부분의 트랜스젠더는 태어날 때 주어진 이름을 사용하지 않는다.(그 이름들은 ‘죽은 이름’으로 간주된다.) 그들이 진짜 누구인지 반영하는 새로운 이름을 선택하고 의사소통을 한다. 만약 이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들의 옛 이름을 사용하는 게 그들이 완전히 인식되는 것을 방해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또 그런 일이 일어날 때 얼마나 무례하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개인이 얼마나 고통받는지 깨닫지 못할 수도 있다.

물론 내 방식을 바꾸는 게 쉽다는 얘기는 아니다. 한때 알았던 귀여운 아이의 역사를 기억할 때는 더더욱 힘들다. 하지만 나는 그를 아름다운 젊은 여성으로 포용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거다(실수를 하면 사과하는 것도 포함해서). 그리고 가능한 한 많은 것을 배워 새로운 손녀가 겪는 변화를 쉽게 만들 수 있도록 온 가족을 돕고 싶다. 결코 여자 가장의 위치는 과소평가되어서는 안 된다.

필자의 트위터 프로필
필자의 트위터 프로필 ⓒhttps://twitter.com/mdurmer

 

조부모가 되는 건 사람이 성취할 수 있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역할 중 하나다. 손자손녀들을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건 놀라운 경험이다. 나에게는 조부모님이 한 분밖에 없었지만, 할머니는 내가 방문할 때마다 무조건적인 사랑을 보여주셨다. 여전히 우리가 함께 했던 특별한 순간들을 떠올릴 수 있다. 

내가 손녀의 입장이 될 수는 없지만, 친절과 포용의 손을 뻗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그가 살고 있는 주의 사람들이 가끔 공개적으로 표출하는 증오와 편협함으로부터 보호받기를 기도한다. 그에게 가장 의미 있는 방향으로 계속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인생의 마지막 장에서 조부모가 되는 건 내 지혜가 손자 세대에 의해 계승된다는 것을 볼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그들은 우리에게 자기 자신에게 진실해지는 것뿐만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와 마음으로 세상과 우리의 독특함을 포용하는 것에 대해 가르쳐 줄 수 있다.

엘리엇 페이지에게 하고 싶은 말도 있다. 커밍아웃 해줘서 고맙습니다. 유명세와 스타성을 활용해 진정한 자신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다른 사람들을 돕는 데 사용해 줘서 감사합니다. 더군다나 새로운 생명의 탄생이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말입니다.

나의 손녀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진정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삶의 가치를 가르쳐 줘서 고맙다. 너의 할머니인 게 자랑스럽다. 그리고 내 생각과 마음이 새로운 너를 받아들이면서, 이 한 가지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다오 ㅡ 너를 사랑한다.  

 

* 필자인 마리안 더르머는 뉴욕 맨해튼에서 활동하는 배우, 작가, 활동가다. 그는 다양성, 포용력, 여성의 권리에 관심이 있다. 트위터(@mdurmer)로 연락 가능하다.

 

*허프포스트 미국판에 실린 독자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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