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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로 오랜 기다림 끝에 비싼 비용을 들여 '가슴 제거 수술'을 받은 건 최고의 선택이었다 (사진)

수술은 무섭고, 비싸고, 생각보다 흉터도 컸지만 이내 새 몸에 적응했다.

저자 아이작 윌리엄스
저자 아이작 윌리엄스 ⓒIsaac Williams

트랜스젠더로 커밍아웃 후 가슴 제거 수술을 받기까지 7년이 걸렸다

나는 복잡한 성정체성을 가진 사람이다. 트랜스젠더이자 논-바이너리(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인 성별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다. 여성으로 태어났지만, 여성도 아니고 트랜스젠더지만 내가 단순한 남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쉽게 말해, 남녀라는 성별 구별법이 나에게는 맞지 않다. 평생 이렇게 느꼈다. 그런 성별을 떠나, 외형은 남성으로 보이고 싶었다. 1년 전, ‘가슴 제거 수술‘(상반신 성형)을 받았다. 가슴을 좀 더 ‘남성’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유두를 성형하고 유방을 절제했다. 다른 사람 눈에는 과한 수술로 보일지 몰라도 내겐 무엇보다 큰 기쁨이었다. 

사춘기를 겪으며 여성의 몸이 너무 싫었고 항상 내 것이 아니라고 느꼈다. 가슴 제거 수술 후 처음에는 생각보다 큰 흉터에 놀랐다. 하지만 즉시 새 몸이 편안해졌다. 수술을 결정하는 과정은 무섭고, 비용은 비쌌고, 부작용도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인생 최고의 결정이었다. 매우 비싼 수술이지만 부모님이 수술비를 일부 지원해 줄 수 있어 행운이었다. 

처음 트랜스젠더로 커밍아웃 후 가슴 제거 수술을 받기까지 7년이 걸렸다. 젠더클리닉에서 진짜 내 성정체성에 관해 상담받고, 수술 약속을 잡을 때까지 계속 기다려야 했다. 현재 가슴에 생긴 흉터를 볼 때마다 내 선택을 떠올린다. 다른 사람이 뭐라든 행복하기 위해 이 선택을 했다. 이제서야 진짜 내 몸을 찾은 기분이다. 하지만 다른 트랜스젠더들은 경제적 또는 사회적 문제로 가슴 제거 수술을 원해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저자의 가슴 수술 전후: ”수술을 고민하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수술 후 예전의 몸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지금이 내 진짜 몸 같다.”

 

트랜스젠더의 수술과 약물 복용은 절대 쉽지 않고 다년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영국에서 트랜스젠더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현재 영국의 성별 인정법(GRA)은 개혁을 앞두고 있다. 개혁의 의도는 표면적으로는 트랜스젠더가 합법적으로 성별을 바꿀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지만, 길고 거슬리는 과정을 통해 성별 인정 증명서(GRC)를 취득해야 한다. 하지만 당혹스럽게도 결혼한 트랜스젠더는 바뀐 성별을 합법적으로 인정받기 전에 배우자의 허락을 받아야만 한다. 수많은 사람이 이 법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고, 트랜스젠더에게 조금의 권한도 주려 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성정체성을 고민하는 트랜스젠더를 위한 의료 시스템이 개선돼야 한다. 평범한 트랜스젠더가 젠더클리닉을 방문해 필요한 처방을 받기 위해서 현재 4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많다. 현재 코로나19로 예전보다 호르몬 처방 및 수술을 받기 더 어려워졌다. 반면, 트랜스젠더 권리를 반대하는 사람은 ”트랜스젠더 수술이 너무 쉽다거나 충동적으로 실행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현실은 정반대다.

대부분의 트랜스젠더들은 수술을 결심하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오래 기다려야 한다. 또 수술 후에도 성정체성을 공식 인정받기까지 많은 행정절차를 거쳐야 한다. 커밍아웃부터 약물 복용이든, 신체 수술이든 트랜스젠더의 결심은 절대 쉬운 게 아니라는 걸 알아주길 바란다. 

 

 
 

*저자 아이작 윌리엄스는 마크 앤소니라는 이름으로 드래그 쇼를 한다. 그에 대한 더 많은 정보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허프포스트 영국판에 실린 독자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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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트랜스젠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