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여자 배구 선수들과 여자 핸드볼 선수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지난 4일 오전 9시에 열린 여자 배구 8강전에서 우리 대표팀은 터키를 꺾으며 4강에 올랐다. 오후 5시 열린 여자 핸드볼 8강전 한국과 스웨덴 경기는 39-30으로 한국이 졌다.
한국 여자 핸드볼은 세계 랭킹 13위, 스웨덴은 5위다. 쉽지 않은 상대였지만 못 싸울 상대는 아니었다. 종목이 다르긴 하지만 세계 랭킹 13위의 여자 배구팀은 4위 터키를 제압했으니 말이다.
배구는 승, 핸드볼은 패.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결과다. 경기장에서 우리 여자 선수들은 강적을 만나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조금 다른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작전 타임에서 보여준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여자 배구팀은 점수가 뒤지는 상황에서도 물을 마시며 각자의 컨디션 올리기에 집중했고, 서로를 격려했다. 주장 김연경은 마지막 3세트 마지막 작전 타임 당시 ”(공을) 때려!”라고 소리치며 동료들의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일으켜 세웠다. 이탈리아 출신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 또한 선수들을 ‘으쌰으쌰’ 해주는 모습으로 일관했다. 라바리니 감독은 비록 언어는 통하지 않지만 평소에도 선수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반면 여자 핸드볼팀의 작전 타임은 너무나 고요했다. 단 한 사람 강재원 감독만 빼고. 강 감독은 후반전 작전 타임 당시 벌서 듯 양손을 모으고 서 있는 선수들을 향해 ”창피한 일이야. 야. 창피한 일이야. 한국 핸드볼이 이렇게 창피하다고. 어????”라고 소리를 빽 질렀다. 이어 ”뭐 하는 건데? 지금. 피하잖아. 붙어줘야지”라고 선수들을 다그쳤다.
당시 한국은 스웨덴에 24-13으로 크게 지고 있는 상황. 분위기 쇄신이 필요했다. 작전 타임 직전 MBC 해설 위원은 ”우리 선수들 괜찮습니다. 분위기를 코트에서 스스로 올려야 해요. 쳐질 필요 없어요. 시간 아직 많이 남았습니다”라고 선수들을 독려했다.
그러나 정작 작전 타임에서 선수들을 마주한 감독은 질책하기 바빴다. 분위기는 촤악 가라앉았고 선수들은 어두운 표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감독이 선수들을 과하게 질책하는 모습은 중계 화면을 통해 고스란히 시청자들에게도 전해졌다.
*영상 7분47초부터 ”창피하다”라는 강재원 감독의 목소리가 들린다.
도혜민 에디터: hyemin.do@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