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후회되는 순간, 행복을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바치는 타임 슬립 영화 6선

미처 말하지 못했어 다만 너를 좋아했어.

가끔 N 포털 지식인에 ‘시간을 되돌리는 방법’을 검색한다. 시험인데 주말 내내 공부를 안 했다거나 동생이 밤보눈 카드를 꾸겨 버렸다거나, 가끔은 하늘로 떠난 누나에게 꼭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고 싶다는 눈물 나는 사연도 있다. 대부분 꼬맹이들이라 내용이 매우 순수한데, 타임머신이 필요한 어른들도 별반 다르진 않다. 그들 대부분은 ‘리즈시절’로 돌아가기를 꿈꾼다고 한다. 자신이 잘 나가던 시기, 외적으로 멋졌던 때, 감정적으로 충만했던 순간들. 삶이 후회되는 순간, 행복을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바치는 타임슬립 영화다. 해당 질문에 항상 답을 남기는 친구가 있는데, 그의 답은 마지막 영화에 남겨두겠다. * 해당 콘텐츠는 약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에어컨 리모컨을 찾으러 간다, 썸머 타임머신 블루스

영화 ‘썸머 타임머신 블루스’
영화 ‘썸머 타임머신 블루스’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 ‘춤추는 대수사선‘, ‘사토라레‘, ‘우동‘, ‘구부러져라! 스푼’ 등 일본 텔레비전과 영화를 넘나드는 연출가 모토히로 카츠유키의 작품이다. 일본의 대표 남녀 배우인 에이타와 우에노 주리가 등장하지만 2005년에는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망가진 에어컨 리모컨을 되돌리고자 타임머신을 타는 소소한 이야기라서다.

어느 여름날, 동아리 ‘SF 연구회’의 에어컨 리모컨에 콜라를 쏟는 참사가 발생한다. 단종돼서 더는 구할 수도 없는 에어컨 리모컨을 되돌리려 하지만 그것은 이미 숨이 멎은 상태. 리모컨 없이는 작동 버튼 하나 없는 에어컨은 움직일 생각이 없다. 고민에 빠진 이들 앞으로 거북이의 등을 닮은 요상한 물건이 등장하는데, 타임머신 기계다. 연구회의 일원들은 과거의 자신들에게 들키지 않고 어제로 돌아가 리모컨을 가져오기로 마음을 먹고 실행에 옮긴다. 운동장에서 야구를 한 뒤 대중목욕탕에서 우애를 다지는 모습이라든가, 첫사랑의 아련한 감정 등 돌아가고 싶은 그해 여름의 한 장면 같은 이야기다.

‘썸머 타임머신 블루스’ ”왓챠, 넷플릭스, 웨이브, 네이버 여러분, 여러분은 하실 수 있잖아요. 데리고 와주세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옷장으로 들어가, 어바웃 타임

영화 ‘어바웃 타임’
영화 ‘어바웃 타임’

‘러브 액츄얼리‘를 연출하고 ‘노팅 힐‘의 각본을 쓴 리차드 커티스 감독이 ‘브리짓 존스의 일기 시리즈‘, ‘오만과 편견‘, ‘어톤먼트’ 등 로맨스 명가라 불리는 워킹 타이틀과 다시 한번 손을 잡은 작품이다. 독특하게도 주인공이 가문 대대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능력’이 내려오는 타임 리프를 접목했다. 순정 로맨스를 좋아하는 영국이라 선가, 우리나라에서 해외 로맨스 영화 흥행 성적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어두운 곳에서 주먹을 꽉 쥔 채 가고 싶은 시기만 떠올리면 타임 리프가 되는 허술한 설정이지만, 그리 중요하지 않다. 주인공 팀(도널 글리슨)이 타임 리프로 얻고 싶은 것은 오직, 사랑뿐인 사랑꾼이니까. 그는 런던에서 우연히 메리(레이첼 맥아담스)를 만나 첫눈에 반하게 되고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특히 팀의 어설프지만 진심 어린 노력에 그는 많은 여성들의 ‘이상형’으로 등극하기도 한다. 타임 리프를 할수록 조금씩 균열이 일어나는데, 팀은 그 과정에서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된다. 리차드 커티스 감독은 이에 대해 ”만약 모든 것을 선택할 수 있는 남자가 완벽한 날로 평범한 하루를 고른다면 볼만한 영화일 수 있을 거야”라고 답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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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 자동차 타고 2015년으로 와, 빽 투더 퓨처 1,2

영화 ‘빽투더퓨처1,2’
영화 ‘빽투더퓨처1,2’

영화 좀 본다 하는 어린이 사이에서 꼭 봐야 했던 영화 3대장으로 가위손, 쥬라기 공원 그리고, 빽투더퓨처가 있었다. 지난 2015년 디지털 리마스터링으로 재개봉한 영화를 보면서 ‘명작‘은 시간이 흘러도 질리지 않는다는 것을 새삼 경험했던 바다. 오래전 기억 속에는 ‘아인슈타인’을 떠올리게 하는 에메트 브라운(크리스토퍼 로이드) 박사와 타임머신 자동차인 드로리안, 문화적 충격을 안겨줬던 햇살 가득한 미국의 풍경으로 남아 있었을 뿐이었다.

다시 보니 영화는 새삼스럽게도 우리가 사는 현재, 2015년 10월 1일 수요일 4시 29분을 향해오던 중이었다. 30년 후의 미래로 온 브라운 박사와 마티(마이클 J. 폭스)와 제니퍼(엘리자베스 슈). 2020년까지도 하늘을 나는 자동차는커녕 떠다니는 스케이트보드도 없지만, 증강현실이 생활 속에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본다면 그들의 예측이 많이 빗나가진 않을 것 같다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하게 된다. 다만 이들이 다시 현실로 돌아갔을 때는 세상은 엉망진창으로 변해있다. 누군가가 드로리안을 훔쳐 타고 스포츠 토토의 결과를 과거의 자신에게 알려주었기 때문. 과연 그들이 살던 세상은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 영화로 재확인해 보시라. 어렸을 때 봤다면 영화를 난생 처음 보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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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을 초토화시킨 폭파범을 찾는다, 타임 패러독스

영화 ‘타임 패러독스’
영화 ‘타임 패러독스’

″당신은, 당신의 인생을 망친 자를 당신 앞에 데려다 놓는다면? 그 사람을 어떻게 하던 아무도 그 책임을 묻지 않고 걸리지도 않는다면, 그를 죽이겠습니까?” 영미 SF 문학계의 3대 거장 중 한 명으로 불리는 로버트 A. 하인라인의 단편소설, ’올 유 좀비스(All You Zombies)를 원작으로 했다. 뉴욕을 초토화시킨 폭파범을 잡기 위해 범죄 예방 본부는 시간 여행 요원인 템포럴(에단 호크)을 폭파 이전으로 보내버린다. 그는 폭파범을 막다가 다쳐 얼굴 이식을 받고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그로부터 7년 후 템포럴은 마지막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시간 여행을 떠난다.

우리나라 제목으로는 시간 역설, 타임 패러독스지만, 원제목은 숙명, 운명 예정설을 뜻하는 프리 데스티네이션(Predestination)이다. 운명은 정해져 있다는 뜻인데, 기독교에서는 하나님이 인간의 구원을 미리 설정해놓았다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시간 여행자들은 정해져 있는 운명을 바로 잡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운명이란 다양한 선택지 중 하나일지 아니면 바꿀 수 없는 것인지. 영화는 ‘그 누구도 시간을 이길 순 없어’라는 템포럴의 말에 주목하게 한다. 반전이 있으니 스포는 웬만하면 찾아보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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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만 년 후의 인류와 조우하다, 타임머신

영화 ‘타임머신’
영화 ‘타임머신’

스케일이 역시 스티븐 스필버그 사단답다. 무려 80만 년 후의 미래로 가버린다. 일단 간다고 하니 쫓아는 가는데 고작해야 삶이 100년에 그치지 않는 미물이건만 시간 여행을 하는 통에 작은 몸뚱아리 분해되지 않고 남아 있을 수 있는 것인가하는 의문이 사라지지 않는다.

어쨌거나 알렉산더 하트겐(가이 피어스)은 시간여행이 가능하다고 믿는 컬럼비아대학 응용기계공학과 교수다. 약혼녀에게 청혼하던 도중 반지를 빼앗으려는 강도에게 습격당해 사랑하는 이를 잃게 된다. 그녀를 되찾기 위해 4년간 타임머신을 개발해 프러포즈하던 그날로 돌아가지만 이미 정해진 운명은 바꿀 수가 없다. 1895년 허버트 조지 웰스가 쓴 SF의 고전 문학 ‘타임머신’이 원작으로 감독인 사이몬 웰즈가 실제 작가의 증손자다. 손자가 할아버지의 작품을 영화화한 것이라 그런지 멋대로 사랑 얘기를 넣어 각색했는데, 그 이후가 진짜다. 알렉산더는 타임머신을 타고 80만 년 후로 가게 되면서 빛의 종족 엘로이 족과 어둠의 종족 머록 족이 대치하는 미래 세계에 뚝 떨어지게 된다. 시간은 많은 것들을 바꿔놓지만 인류가 퇴보할 수도 있다는 설정은 보기만 해도 끔찍하다.

‘타임머신’ ”타임머신도 없다니... 보고싶어요! 왓챠, 넷플릭스, 웨이브, 네이버 여러분!’

21세기인데, 어플로 시간 여행하시죠. n번째 이별중

영화 ‘n번째 이별중’
영화 ‘n번째 이별중’

여자친구 데비(소피 터너)에 이별 통보를 받은 물리학 천재 스틸먼(에이사 버터필드)이 ‘타임머신 어플’을 개발하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자신의 흑역사를 Ctrl+Z, 바로 작업 취소 해버리고 싶은 마음을 담아 만들어낸 것으로, 데비를 처음 마주했던 날로 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을 선언한다. 자신이 잘못한 일이나 싸웠던 것들을 모두 삭제해버리는 통에 그들의 연애는 다툼이나 싸움이 전무한 상태가 된다.

완벽한 사랑을 꿈꾸는 서툰 사랑꾼은 어바웃 타임의 팀을 능가하진 못 한다. 스틸먼은 데비의 진짜 속마음을 살피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그저 행복한 얼굴로 자신과 끝까지 만나주기를, 싸움 한 번 하지 않는 그런 사랑을 꿈꾸기 때문이다. 색다른 타임 머신을 만들어내는 기발한 상상력에는 점수를 주지만 여자 마음을 1도 모르는 이 남자의 고구마 먹은 리셋 버튼은 데비에게 ‘도망가’라고 소리치고 싶을 정도다. 사실 아무리 상황을 바꿔도 감흥이 없는 건 상대가 바뀌지 않는 이상 드라마틱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되돌아가는 꿈을 꾼다. 그래서 지식인에도 늘 이 답변이 달려 있다. ”시간을 돌리는 법을 알게 되면서 꼭 댓글 달아주세요. 저도 돌아가고 싶은 시점이 있습니다.” 이 답글이 언젠가 성지 순례가 되기를 꿈꾸는 못난 어른이는 로또 번호를 외운다. 리즈 시절을 그리워하진 않지만 타임 슬립은 언제나 매력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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