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본성을 생각하게 만드는 스릴러 영화 7편

성악설 vs 성선설

지선우는 어떻게 이태오와 함께 밤을 보낼 수 있는가. 격분하는 군중에게 이혼 전문 변호사는 ”현실은 부부의 세계를 능가한다‘는 답변을 내놓는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은 명제에 가깝고, ‘인간에겐 희망이 없다‘는 이수정 교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마는 사건이 연일 뉴스를 통해 보도된다. 생각은 ‘과연 인간이란 무엇인가’에까지 이르니 요즘 따라 스릴러 영화가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 그래서 찾아봤다. 인간의 본성을 생각하게 만드는 스릴러 영화 7선이다. * 해당 콘텐츠는 약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악마를 보았다_ 범죄 스릴러

악마를 보았다
악마를 보았다

연쇄 살인마, 경철(최민식)에게 약혼자를 잃은 수현(이병헌)은 그 고통을 갚기 위해 스스로 ’복수‘에 나선다. 다만 죽음으로 살인마를 심판하지 않고, 죽을 만큼의 고통을 가하고 놓아주기를 반복하며 처절한 응징을 이어간다. 특히 가해의 장면이 잔인하기로 유명한데, 각본을 쓴 박훈정 감독이 인터넷 댓글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댓글 세계에서 펼쳐지는 언어적 징벌이 얼마나 잔인한지를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아킬레스건 절단 장면은 ‘저런 00는 아킬레스건을 끊어가지고’라는 댓글을 차용했다고 알려졌다.

이렇듯 가장 고통스러운 복수로 ‘신체적 상해‘를 택한 까닭에 영상에서는 잔혹성이 절절 흐른다. 하지만 복수 끝에 선 수현의 모습에선 그 어떤 통쾌함과 기쁨도 발견할 수 없다. 우리는 악행을 저지른 누군가를 두고 똑같이, 혹은 그것보다 더한 아픔을 주는 것을 바라지만, 현실에선 복수를 행한 뒤 자살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괴물을 쫓는 자는 자신이 괴물이 될 것을 주의해야 한다’는 니체의 말이 영 틀리지 않았다는 거다. 그렇다면 당한 만큼 갚아주기 위해서 필요한 고통의 양은 어느 정도이며 방법은 누가 정할 수 있을까.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고 괴로워하는 것은 무엇일지, 그래서 우리는 법으로서 그들을 어떻게 벌하는 것을 원하는지 생각하게 만든다.

# 인셉션 SF_액션 스릴러

인셉션
인셉션

’아직 못 본 사람이 부럽다’는 왓챠 코멘트에 2천 명이 동의 표시를 눌렀다. 올해 개봉 10주년을 기념해 재개봉하면서 예매율 1위, n회차 관람을 할 정도로 관심이 끊이지 않았으니 사람들이 얼마나 이 영화를 좋아하는가 짐작할 수 있다. 영화를 다시 보니 이제는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해 생을 마감한 맬(마리옹 꼬띠아르)이 눈에 들어온다. 현실과 꿈속에서 깨지 않고 싶은 쪽은 어디인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2015년, ‘프린스턴 대학 졸업식 연설’에서 그 힌트를 찾을 수 있다.

그는 ’꿈이 아니라 현실의 뒤를 쫓으라’고 한다. 사랑하는 맬과 함께 있는 꿈보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현실을 택하는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처럼 말이다. 어쩌면 코브의 주관적인 현실이었대도, 팽이가 돌아간다고 해도 코브는 그것을 ‘현실’로 충실히 살아냈으리라는 것이다. 이는 그의 영화가 맨 처음부터 ′결과′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매우 의미가 있다. 원인이 쌓여서 결과가 되는 기존의 내러티브를 뒤엎고, 오히려 짜여진 결과를 위해 ′과정′을 만들어간다는 설계가 그렇다. 그저 우리 스스로 꿈의 미로 속을 나가게 만들면서 결국 사람이란, 현실에 발을 디디고 서 있는 존재임을 상기시킬 뿐이다.

# 미스 슬로운_스릴러/드라마

미스슬로운
미스슬로운

승부의 세계에선 ‘격’이 필요 없을 때가 있다. 드라마 미생에서 ‘파격’을 할 줄 알아야 고수가 된다고 말한 것과도 연결된다. 슬로운(제시카 차스테인)은 승기를 잡기 위해 몇 개의 수를 예상하는 것을 넘어 판 자체를 깔아버리는 대담함을 보인다. 인생이 바둑판 같다고 하지만 이를 읽는 사람은 몇 없고, 읽고 행하는 사람은 더더욱 드문 법이다.

세계 정치의 바로미터인 워싱턴 D.C의 로비스트 슬로운은 상대의 허를 찌르는 전략가이자, 때로는 비열한 방법도 서슴지 않는 능력자다. 물론 이 능력을 높이기 위해 각성제를 먹어가며 잠을 자지 않는 모습이 위태롭게 그려지지만, 중요한 건 오직 이기는 것뿐이다. 슬로운은 회사로부터 ‘총기 규제 법안’을 저지할 것을 요구받지만, 신념에 따라 오히려 법안 지지 쪽 회사에 입성하며 상황을 주도해간다. 그가 타인이나 회사가 아닌 자신의 성취와 승리에 집중하고 있음이 명확해지는 대목. 자신이라면 불리한 상황도 역전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과 그 적나라한 야망이 묘한 쾌감을 자극하며, 파격의 결말을 궁금하게 만든다.

# 조디악_미스터리 스릴러

조디악
조디악

미국판 살인의 추억. 두 나라를 경악케 한 연쇄 살인 사건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영화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다만 조디악은 진범을 찾지 못한 채 50년째 여전히 수사중이다.

1960년대 후반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5명이 사망한 연쇄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살인범이 자신을 ‘조디악’이라 불렀다는 데서 조디악 사건으로 부르며, 약 1년간 샌프란시스코 주민들이 밤 출입을 자제해 근처 상인들이 어려움에 처할 만큼 큰 사건이었다. 조디악은 스스로 신문사에 범죄를 고백한 편지와 살인 예고장을 보내면서 주목받는다. 그는 범죄의 단서가 될 만한 점들을 암호화해 보내기도 했으며 조디악 표식을 신분을 밝히는 표식으로 쓰는데 FBI와 CIA도 완벽히 해독하지 못했다. 영화는 신문사의 간판 기자, 삽화가, 강력계 형사 세 명이 조디악을 추적하는 과정을 그리며, 유력 용의자를 지목하기도 한다.

‘조디악’ 바로 보기

# 셔터 아일랜드_미스터리 스릴러

셔터 아일랜드
셔터 아일랜드

살다 보면 홀가분하게 모든 것을 털어버리는 깨끗한 삶이나 자국을 남기지 않는 영원한 무의 세계로도 돌아갈 수 없으리라는 것을 조금씩 깨닫게 된다. 그래서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누군가, 죄의식까지 잊는 ‘망각’을 선택한다 해도 무작정 비난하기가 어려워진다.

데니스 루헤인의 소설, ‘살인자들의 섬‘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보스턴 근교의 섬, ‘셔터 아일랜드’의 정신 병원에서 일어난 미스터리한 실종사건을 수사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누구도 빠져나올 수 없는 섬에서 자식 셋을 물에 빠뜨려 죽인 여자 환자가 완벽하게 사라진다. 연방 보안관 테디 다니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수사를 위해 동료 척(마크 러팔로)과 함께 섬으로 들어가는데 증거는 발견되지 않고, 갑작스러운 폭풍우로 섬에 발이 묶이면서 점점 이상한 사건에 휘말린다.

‘셔터 아일랜드’ 바로 보기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_범죄 스릴러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개그우먼 박나래가 하비에르 바르뎀의 닮은 꼴로 칭해지며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살인자, 안톤 시거의 이미지가 SNS상에서 떠돌기 시작했다. 그 자신도 단발머리로 ‘슈퍼’가는 것은 조금 부끄러웠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유명 배우 집안에서 자라난 하비에르 바르뎀은 얼굴만 믿고 연기하는 것을 거부했던 잘생긴 배우다. 그의 연기를 향한 열정은 코언 형제의 천재성과 시너지를 일으키며 굵직한 시상식의 감독상, 작품상, 조연상을 모두 휩쓸었고, 여전히 그는 많은 이들에게 소름 끼치는 살인마, 안톤으로 남아 있다.

놀랍도록 건조한 사이코패스 안톤 앞에서 살인의 이유를 묻는 것은 사치다. 그를 만난 모두가 죽는다. 상대의 성품, 행동과 상관없이 죽는다. 살인의 이유가 없다. 그가 동전을 던져 누군가의 삶과 죽음을 결정하는 것 또한, 인간은 확률과 우연의 산물이니 죽음 또한 우연이란 점을 받아들이라는 것처럼 읽힌다. 세 명의 인물이 쫓고 쫓기면서 같은 장소를 오가지만 서로의 생각을 읽을 수 없고 같은 것을 욕망하지 않기에 그들은 좀처럼 마주치지 못한다. 황망하기 그지없는 결론에 이르면 인생의 ‘의미‘를 정해두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스스로 자문하게 된다.

# 아이덴티티_미스터리 스릴러

아이덴티티
아이덴티티

무슨 말을 해도 스포일러가 되는 영화다. 하지만 제목도 포스터도 온통 스포일러 천지임에도 개봉 당시 대부분이 알아채지 못했다. 지금이라면 눈치 빠른 관객이 전반부에 이미 반전을 찾아냈을지 모를 정도로 같은 소재로 만들어진 작품이 많아졌으나 반전을 설계한 구조는 여전히 탄탄하다.

여느 스릴러처럼 ‘살인범‘을 밝혀내는 영화로 보이지만, 실상은 내면 상처가 사람을 어디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지 곱씹게 만드는 인간 속성에 관한 이야기다. 정체성을 뜻하는 아이덴티티는 ‘다중인격’을 소재로 한다. 폭풍우가 친 어느 밤, 외딴 모텔에 모인 10명의 사람이 차례로 살해되고 시체에서 자신의 방 번호가 적힌 열쇠가 나온다. 9, 8, 7, 6, 마치 카운트 다운을 세듯이 번호와 함께 사람도 적어지는데, 실은 한 사람 내면에 있는 여러 인격체를 죽이는 작업임이 밝혀진다. 행한 사람과 정신을 지배하는 자가 다르다면 누가 죄인인지를 생각하게 만들며, 영화가 흥행하면서 조현병 관련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지는 등 ‘다중인격’과 관련된 미국인들의 관심이 급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