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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을 관계'로 추석이 괴로운 사람들 : 본사의 명절 선물세트 판매 할당에 계열사 직원들은 명절이 두렵다

판매 부진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불호령을 공문에 담기도 했다.

추석을 앞두고 서울 시내 한 마트에 추석선물세트가 진열돼있다.
추석을 앞두고 서울 시내 한 마트에 추석선물세트가 진열돼있다. ⓒ뉴스1

식품 제조 대기업 계열사에 다니는 ㄱ 부장은 2018년 추석을 앞두고 한숨부터 쉬었다. 즐거워야 할 명절이지만 본사에서 ‘꽂는’ 선물세트 판매 실적 할당이 문제였다. 본사는 명절 때마다 계열사들에 최대 200억원이 넘은 일방적인 판매 목표액을 정했다. ㄱ 부장에게는 2천만원어치 선물세트가 쥐어졌다. 자신은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다른 계열사 ㄴ 대표이사는 1억2천만원어치 선물세트 판매 책임을 지게 됐다. 또 다른 계열사 부장들에게는 5천만원, 3천만원짜리 목표가 할당됐다. 본사가 계열사의 명절선물세트 판매 실적을 매일 보고받아 집계한 뒤, 비교·관리·점검하기 때문에 모른 척 버틸 수도 없었다.

심지어 본사가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목표 달성’을 촉구하는가 하면, 회장 명의 공문으로 명절 선물세트 할당 판매 부진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불호령이 떨어지기도 했다. 이런 일은 2012년 이후 6년째 이어졌다. ㄱ 부장의 심적 고통은 올해 초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명령과 과징금 14억원을 부과한 뒤에야 멈출 수 있었다.

추석 앞두고 하도급 대금 못 받는 업체들도 많다

풍성해야 할 명절을 앞두고, 갑을 관계의 사각지대에서 눈물짓는 이들도 적지 않다. 공정위가 해마다 명절을 앞두고 운영하는 불공정하도급신고센터에는 해마다 이런 사례가 수백건씩 올라온다.

중소 토목공사업체인 ㄴ사는 아파트 신축공사 일부를 위탁받아 공사를 마쳤지만, 원사업자가 7억4천만원에 이르는 공사대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뤘다. 공정위가 원사업자에게 전화로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불법행위 소지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에야 명절을 앞두고 겨우 공사대금을 받을 수 있었다.

또 다른 중소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는 전기장치를 납품하고도, 원사업자로부터 돈을 받지 못해 애를 태웠다. 결국 이 업체 역시 당연히 받아야 할 납품대금을 신고센터를 거친 뒤에야 명절을 앞두고 겨우 받아냈다. 당시 하도급 대금은 5500만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불공정하도급신고센터를 통해 해결한 대금 미지급 사건은 모두 280건, 금액으로는 295억원어치 지급 조처가 이뤄졌다. 공정위는 “중소기업들은 추석 명절에 즈음해 자금 수요가 급격히 증가해 하도급 대금을 제때 지급받지 못하면 자금난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우려가 크다”며 “법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된 업체는 스스로 시정하도록 하되, 미이행 땐 엄중 제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도 공정위는 전국 5개 권역 10곳에 불공정하도급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뉴스1

명절마다 울리는 ‘소비자 피해주의보’ 

해마다 반복되는 소비자 피해도 만만치 않다. 명절 때면 어김없이 공정위와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 피해주의보’를 발령한다.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값비싼 명절용 생선들이 택배 오배송으로 아파트 관리실에서 썩거나, 가족여행용 숙박권을 샀다가 취소하려 해도 업체가 환불을 거부하는 사례가 흔하다.

추석이 낀 9~10월 택배·상품권 관련 소비자피해 상담 접수 사례가 최근 3년간 연평균 2천건을 넘는다. 올해도 공정위는 “추석 연휴가 포함된 9~10월, 택배와 상품권은 소비자 이용이 크게 증가하지만 피해가 잇따르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며 ‘소비자 피해주의보’를 발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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