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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팍한 생활에 지쳐 귀농 꿈꾸는 도시인이라면 꼭 알아야 할 '귀농 시행착오' 줄이는 방법

시골 생활은 많은 도시인의 ‘로망’이지만 실제로 맞닥뜨린 현실은 딴판이다.

시골(전원)생활은 많은 도시인의 ‘로망’이다. 그러나 실제로 맞닥뜨린 현실은 딴판이다. 도시와 농촌의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과 시골생활의 불편함, 서툰 농사일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한편에선 정착에 실패하고 도시로 유턴하는 역귀농 사례도 심심찮게 일어난다. 인생 2막에 새로운 삶터를 꿈꾸는 귀농·귀촌, 시행착오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 6월 13일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 두원리 감자밭에서 '귀촌농부' 강성원·배윤정씨 부부가 잠시 일손을 멈추고 시골살이를 들려주고 있다.
지난 6월 13일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 두원리 감자밭에서 '귀촌농부' 강성원·배윤정씨 부부가 잠시 일손을 멈추고 시골살이를 들려주고 있다. ⓒ한겨레 강창광 기자 제공

도시의 팍팍한 삶에 지쳐가던 강성원(54)·배윤정(52)씨 부부는 6년 전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의 작은 마을로 귀촌을 결심했다. 평소 시골살이를 동경해오던 터였다. 귀농과 귀촌이라는 개념도 몰랐다. 해발 550m의 청정 고원지대, 스키장 근처라서 좋았고 흙냄새에 끌려 선택한 곳이었다. 그러나 그런 낭만은 사치에 불과했다. 아무 연고도 없던 곳에 600여평 규모의 밭을 사고 주택을 짓던 중 건축업자가 부도를 내고 잠적했다. 건축비는 다 들어갔는데 공사는 한없이 지연됐다. 고스란히 1억여원을 날렸다. “무작정 집부터 지으려던 게 화근이었습니다. 수업료를 톡톡히 치렀죠.”

부부는 인천에서 10년 넘게 보습학원을 운영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보다 학부모를 상대하는 게 더 힘들어 스트레스가 많았다. 학원 간 경쟁도 치열했다. 부부는 시골을 탈출구로 여겼지만 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이를 악물었다. 남편은 마을 농사일을 거들며 닥치는 대로 일했다. 그렇게 수년 동안 흘린 땀이 헛되지 않았는지 조금씩 길이 열렸다. 손재주가 많은 아내는 현지 농산물을 이용한 수제 먹거리를 만들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판로를 뚫었다. 바리스타부터 유기농업기능사, 조리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한 아내는 남편이 따온 아카시아·진달래꽃 등으로 만든 꽃청과 과일잼, 강정 등을 팔았다. 예비 귀농·귀촌인들에게 ‘이렇게 귀농하면 안 된다’고 실패담을 얘기해달라는 강의 요청도 들어왔다. 이젠 읍내에 나가 귀농·귀촌 강의로 벌어들이는 강의료가 쏠쏠하다고 한다. 귀촌 과정의 시행착오가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하지만 아직 땅 사고 집 짓는 데 들어간 대출로 갈 길은 멀다. 부부는 “시골살이는 기다림이라고 생각한다. 농사도, 생활도, 천천히 꾸준히….”

강성원·배윤정씨 부부는 현지 농산물로 만든 과일청과 꽃청, 잼, 강정 등 수제 먹거리를 SNS를 통해 판매한다.
강성원·배윤정씨 부부는 현지 농산물로 만든 과일청과 꽃청, 잼, 강정 등 수제 먹거리를 SNS를 통해 판매한다. ⓒ한겨레 강창광 기자 제공

한해 귀농·귀촌 50만명 시대, 저마다 이상향을 꿈꾼다. 미디어에선 귀농·귀촌 성공 스토리가 넘쳐 나지만, 현실에선 많은 이들이 크고 작은 난관에 부닥친다. 땅을 사고 집을 짓다 낭패를 보기도 하고 원주민과 갈등을 빚다 돌아서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귀농·귀촌인들에겐 조상 대대로 마을에 터 잡고 사는 주민들과의 관계맺기가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농촌진흥청의 연구사업으로 진행한 ‘귀농·귀촌인 정착실태 추적조사’(2016)를 보면, 응답자의 45.4%가 마을 주민과 갈등을 경험했다.

몇해 전 경남의 한 농촌마을 어귀에 “우리는 귀농·귀촌인들을 반대합니다”라는 펼침막이 걸렸다. 마을에 들어온 한 귀농인이 이장과 토지 등을 둘러싸고 재산권 다툼을 벌인 게 충돌의 원인이 됐다. 이후 행정기관의 중재로 갈등은 풀렸다고 하지만, 귀농·귀촌의 그늘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0대에 도회지로 갔다가 고향으로 돌아온 김아무개(53)씨는 “10여년 농사일을 했는데 그간 외지인들이 들어와 땅을 사는 바람에 땅값이 두배 오르고 농촌 인심이 옛날 같지 않게 변했다”고 했다.

일부에서는 ‘시골 텃세’가 만만찮다고 생각한다. 10여년 전 서울에서 강원도 평창으로 귀촌한 최아무개(56)씨는 “품앗이를 비롯해 마을 행사가 있을 때 참석하지 못하면 찬조금이라도 내야 한다. 시골로 들어갈수록, 관광지 곁일수록 텃세가 심하다”고 말했다. 귀농지원센터에서 일하는 이들은 이를 텃세로 여기기보다 시골 특유의 공동체 문화와 정서에서 비롯된 차이로 이해하면 다가서기 쉽다고 조언한다. 이웃집 숟가락도 몇개인지 다 안다는 시골 마을에서 귀농이든 귀촌이든 외지인은 관심과 때론 간섭의 대상이다. 이런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고 들어가지 않으면 되레 상처만 입고 이방인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농촌 마을이라고 주민 간 갈등이 없을 리 없다. 주목할 부분은 귀농·귀촌인들의 유입으로 농촌 인구의 구성 비율이 달라지고 갈등 양상이 복잡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의 실태조사를 보면, 시골 주민들과 관계를 잘 맺고 도시보다 더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도 적지 않다. 어쩌면 귀농·귀촌은 이 모든 것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막연한 환상을 갖거나 귀농·귀촌을 부추기기보다 농업·농촌에 대한 이해와 현실적인 이야기를 통해 올바른 판단과 선택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채상헌 연암대 교수(스마트원예학·전 귀농지원센터장)는 “많은 도시인들이 귀농·귀촌을 꿈꾸지만 지금 농업·농촌은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그늘이 짙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며 “그곳의 문화와 언어(화법), 삶을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겨레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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