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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현대 서울’에는 ‘에·루·샤’는 없지만 1000평 숲과 '질리지 않는 쉴 공간'이 있다

백화점의 절반을 비우는 파격을 단행했다.

더현대 서울 5층의 사운즈 포레스트. 1천평 규모로 실내 정원을 마련했다.
더현대 서울 5층의 사운즈 포레스트. 1천평 규모로 실내 정원을 마련했다. ⓒ현대백화점 제공

백화점에 없는 두 가지. 시계와 유리창이다. 시계나 유리창으로 시간이 흐른 것을 확인하면 고객이 서둘러 쇼핑을 마치고 나갈 수 있어서다. 26일 서울 여의도에 문 여는 백화점 ‘더현대 서울’은 이 가운데 ‘유리창 금기’를 깼다. 고객은 유리천장을 투과해 들어오는 볕을 쬐며 쇼핑을 할 수 있다. 백화점 곳곳엔 앉아 쉴 수 있는 공간이 넉넉하고 작은 폭포에 1천평 규모의 ‘숲’도 있다. 매장을 최대한 촘촘히 배열해 백화점 매출을 극대화하려는 대세 전략과는 정반대 흐름이다. 24일 사전개장일에 맞춰 미리 가본 ‘더현대 서울’은 한 마디로 ‘숨 쉴 공간이 생긴 백화점’이었다.

2m 높이의 인공 폭포가 조성된 ‘워터폴 가든. 천장은 유리로 돼있어 볕이 투과돼 들어온다.
2m 높이의 인공 폭포가 조성된 ‘워터폴 가든. 천장은 유리로 돼있어 볕이 투과돼 들어온다. ⓒ현대백화점 제공

 

지하철 여의도역에서 지하통로로 이어지는 ‘더현대 서울’은 서울 백화점 중에서 가장 큰 규모다. 지하 7층~지상 8층 규모로, 영업 면적만 8만9100㎡(2만7000평)에 이른다. 그러나 현대백화점은 서울 최대 규모 백화점의 절반을 비우는 파격을 단행했다. 백화점 전체 영업 면적 중 매장 면적이 51%에 불과해서다. 나머지 49%는 실내 조경이나 휴식·전시 공간이다. 매장 공간 비중이 현대백화점 15개 점포의 평균(65%)보다 30%(14%포인트)가량 낮다.

운동화 중고 전문 매장 번개장터랩.
운동화 중고 전문 매장 번개장터랩. ⓒ박수지 기자

돈을 내지 않으면 쉴 공간이 없는 여타 백화점과 달리, 더현대 서울의 곳곳엔 테이블과 의자가 있는 쉴 공간이 눈에 띈다. 백화점 내부에서도 ‘랜드마크’가 될 법한 공간인 5층 사운즈 포레스트는 유모차를 이용한 고객들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쉴 만큼 널찍한 공간(약 1천평)이다. 층별 동선 너비도 최대 8m 정도로 유모차 8대가 동시에 움직일 수 있어, 거리두기도 확보된다.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협업해 만든 무인매장 ‘언커먼스토어’에서 한 고객이 상품을 둘러보고 있다.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협업해 만든 무인매장 ‘언커먼스토어’에서 한 고객이 상품을 둘러보고 있다. ⓒ박수지 기자

현대백화점이 새 백화점을 꾸릴 때 밀도 높은 쇼핑 공간 대신 자연과 넉넉한 공간을 강조한 배경에는 가족 단위 주말 집객에는 ‘질리지 않는 쉴 공간’이 주효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주말 매출이 관건인 백화점이 답답한 공간을 구성하면 기존에도 지리적 입점 한계로 지적된 ‘여의도 공동화 현상’을 부추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준영 현대백화점 상무(홍보실장)는 “매장 공간을 줄여 연매출 2천억원을 포기한 셈이 됐지만, 단기적인 매출보다도 장기적 관점에서 고객이 편하게 방문해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더현대 서울 외관
더현대 서울 외관 ⓒ현대백화점 제공

입점 브랜드로는 백화점에 중고 매장을 적극 끌어들인 점이 눈에 띈다. 온라인 중고거래앱 ‘번개장터’가 운영하는 운동화 중고 전문매장 ‘번개장터랩’과 명품 시계 중고숍 ‘용정콜렉션’이 들어왔다. 지하 1층에는 축구장(7140㎡) 두개를 합친 것보다 큰 국내 최대 규모의 글로벌 식품관 ‘테이스티 서울’이 자리잡는다. 입점한 브랜드 수만 90여개다. 서울 유명 맛집인 몽탄·뜨락·금돼지식당이 손잡고 한국식 바비큐 메뉴를 선보이는 ‘수티’가 백화점 식품관의 야심작이다.

더현대 서울 지하 2층에 계단 형태로 쉴 수 있는 공간
더현대 서울 지하 2층에 계단 형태로 쉴 수 있는 공간 ⓒ박수지 기자

더현대 서울에 ‘에·루·샤’(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로 일컬어지는 3대 명품 브랜드가 입점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 현대백화점 쪽은 “현재 루이비통 등 다수의 명품 브랜드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개점 후 1년간 더현대 서울의 매출을 6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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