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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는 생지옥같다”: 전남 나주시 한적한 시골마을에 카페가 생긴 뒤 주민들이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업주는 “매일 확성기를 틀고 영업을 방해해 피해가 크다”고 호소했다.

전남 나주시 남평읍의 도로변에 은행나무수목원을 찾은 차량들이 빼곡히 주차돼 있다. 그 뒤로 수목원을 규탄하는 주민들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전남 나주시 남평읍의 도로변에 은행나무수목원을 찾은 차량들이 빼곡히 주차돼 있다. 그 뒤로 수목원을 규탄하는 주민들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뉴스1

″조용했던 마을이 카페 한 곳 때문에 외지인들이 몰려들면서 사람이 살 수 없는 지경입니다. 더구나 마을 이장까지 폭행당해 주민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습니다.”

전남 나주시 남평읍 풍림리와 광촌리 2차로 도로변에는 붉은 색 바탕에 강력한 문구의 현수막들이 곳곳에 부착돼 있다.

현수막에는 ‘불법 영업 수십억 특혜의혹 은행나무수목원, 수목원 가족을 처벌하라’ 등 수목원을 규탄하는 글들이 도배됐다. 80여 가구 120명이 사는 한적한 시골 마을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핫플레이스’로 입소문 난 뒤, 주말은 마을 일대가 마비

발단은 7년전 광주에서 건설업을 하는 홍모씨(63)가 마을 뒤편 은행나무 숲이 포함된 임야와 산을 매입하면서 시작됐다.

홍씨는 8만2000평에 달하는 땅을 사들인 뒤 나무들을 정비하고 2층 규모의 휴게시설을 지었다. 2019년 3월 수목원 등록을 마치고 같은 해 6월에 카페를 개업했다.  울창한 숲을 이룬 이곳에 봄과 가을철 간간이 사람들이 찾았으나, 본격적으로 카페가 운영되면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광주 도심에서 20분 거리인 수목원과 카페가 소위 ‘핫플레이스’로 입소문이 나면서 평일에는 100~200명, 주말은 이 일대가 마비될 정도로 많은 사람이 찾는다.

200대 규모의 수목원 주차장은 밀려드는 차량을 소화하기에 턱없이 부족해, 인근 학교 운동장과 마을회관, 공터 등 주차가 가능한 곳이면 차량이 빼곡히 들어섰다.

특히 수목원은 별다른 진입로가 없이 마을 농로를 통해서만 차량 출입이 가능하다 보니 밭일을 나가는 주민들이 혼잡으로 인해 제때 일을 하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경운기가 이동이 어렵고 일부 주민들은 자전거를 타고 가다 외부 차량과 접촉사고가 발생하는 일도 빈번했다.

전남 나주시 남평읍의 은행나무수목원. 수목원의 유일한 출입로인 농로가 혼잡해지면서 마을 주민들과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수목원 입구에 마을 사람들이 트랙터를 몰고 와 항의 시위를 벌이는 모습.2020.11.14
전남 나주시 남평읍의 은행나무수목원. 수목원의 유일한 출입로인 농로가 혼잡해지면서 마을 주민들과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수목원 입구에 마을 사람들이 트랙터를 몰고 와 항의 시위를 벌이는 모습.2020.11.14 ⓒ뉴스1

 

‘통행 불편’ 다툼이 ‘폭행’으로 번지며 갈등 심화

급기야 전 마을 이장인 이모씨(63)가 지난달 11일 수목원 주인 홍씨에게 이 문제를 따지는 과정에서 홍씨 아들에게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이씨는 갈비뼈와 가슴뼈가 골절되고 입 안쪽을 7바늘 꿰매는 중상을 입었다.

이씨는 “카페가 생기고 나서 외부 사람들이 몰려와 주말에는 생지옥같다”면서 “폭행사건이 일어나고도 사과 한마디 받은 적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반면 카페 운영주이자 수목원 소유주인 홍씨는 주민 이씨가 트랙터를 끌고 와 수목원 입구를 막으면서 시비가 붙었다는 주장이다.

홍씨는 “당시 손님 중에 어린아이가 급히 응급실에 급히 가야 하는 급한 상황이었다”면서 “다투는 과정에서 우리 아들도 목을 다치고 손가락이 찢어졌다”고 반박했다.

또한 “주민들이 매일 확성기를 틀고 영업을 방해해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이씨를 폭행과 영업방해,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곳 수목원은 사람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무료로 개방하고 있으며 관광공사의 가을 비대면 관광지 100선에도 선정된 곳”이라면서 “그런데도 주민들이 저와 가족들을 나쁜 사람으로만 몰고 가 너무 힘들고 큰 고통을 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전남 나주시 남평읍에 들어선 은행나무수목원 내 카페. 울창한 숲을 자랑하는 이곳에 카페가 들어서면서 지역 명소로 잡리잡았다. 하지만 진입도로 혼잡을 이유로 지역 주민간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전남 나주시 남평읍에 들어선 은행나무수목원 내 카페. 울창한 숲을 자랑하는 이곳에 카페가 들어서면서 지역 명소로 잡리잡았다. 하지만 진입도로 혼잡을 이유로 지역 주민간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뉴스1

분쟁이 계속되자 나주시는 사업비 23억원을 들여 마을 입구에서 수목원까지의 농로를 넓히는 도로 확포장공사를 지난 6월 발주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도로공사 또한 특혜라고 주장한다.

이씨는 “나주시가 원주민들을 위해 혈세를 사용하지 않고 외지인의 영업을 돕기 위해 길을 낸다”며 “그린벨트 지역인 수목원 안에 어떻게 카페를 짓고 영업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나주시는 “수목원 내에는 관련법상 휴게음식점을 설치할 수 있어 그에 따라 카페영업이 가능하다”며 “도로 확장·포장은 2016년 다수 주민의 건의서가 들어와 2017년 개발제한구역 주민지원사업으로 선정돼 올해 착공했을 뿐 특혜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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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수목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