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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똑똑하다. 그런데도 왜 산타 클로스의 존재를 믿는 걸까?

ⓒDr T J Martin via Getty Images

By Jacqueline D. Woolley,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곧 크리스마스다. 크리스마스의 전설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산타 클로스 이야기다. 요즘 같은 때가 되면 어른들은 어린이들에게 영원히 사는 남성의 이야기를 한다. 그는 북극에 살고, 전세계 모든 아이들이 원하는 게 뭔지 다 알고, 날아다니는 사슴이 끄는 썰매를 타고 다니며 굴뚝을 통해 집에 들어온다. 요새 어린이들이 사는 집에는 대부분 굴뚝이 있지도 않은데 말이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아주 어린 아이라 해도 이런 이야기를 믿는다는 건 놀랍다. 하지만 내가 속한 텍사스대학교 연구소 조사에 의하면 5세 아동 중 83%는 산타 클로스가 진짜라고 생각한다.

왜일까?

진화를 위해서일까?

이 패러독스의 뿌리에는 어린아이의 천성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질문이 있다. '어린 아이는 듣는 이야기는 다 믿는 존재인가, 이성적인 존재인가?'하는 물음이다.

리처드 도킨스는 1995년 에세이에서 어린이들은 선천적으로 잘 믿으며, 무엇이든 다 믿는다고 주장했다. 어린이들로선 믿는 게 진화적으로 유리하다는 주장도 했다.

도킨스는 악어가 드글거리는 늪 근처에 사는 어린아이의 예를 들어 상당히 설득력있게 설명한다. 회의적이고 늪에서 수영하지 말라는 부모의 충고를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아이는 생각없이 부모의 충고를 따르는 아이에 비해 생존의 확률이 더 낮다는 논리다.

어린아이를 쉽게 믿는 존재로 보는 시각은 18세기 철학자 토마스 리드, 어린이들은 사람들이 해주는 말을 믿는 강한 편향이 있다고 주장하는 발달 심리학자 등이 공유하고 있다.

사실은 어른들이라고 다르지 않다?

그러나 내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어린이들은 상당히 이성적이고 사려 깊은 정보 소비자들이다. 어린이들이 무엇을 믿을지 결정할 때 사용하는 도구 중 상당수는 어른들과 같다.

어린이의 도구 사용에 대한 증거는 아래 세 가지 맥락으로 찾아볼 수 있다.

첫째, 새 정보가 담겨 있는 맥락에 대한 주목이다. 둘째, 기존에 가지고 있던 정보 기반과 새 정보를 비교해 보려는 경향이다. 셋째, 다른 사람들의 전문 지식을 평가하는 능력이다.

새로운 종의 어류에 대한 기사를 읽는다고 상상해 보자. 물고기 이름은 ‘서닛’이라 치자. 그리고 전혀 다른 두 맥락에서 읽는다고 생각해 보자.

첫 번째 맥락은 병원 대기실에서 기다리면서 과학 전문 잡지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이 기사를 읽는 경우이다.

두 번째 맥락은 슈퍼마켓에서 줄 서서 기다리며 미국 슈퍼마켓 태블로이드인 내셔널 인콰이어러에서 같은 기사를 읽는 경우이다.

당신이 새 정보를 처음 접할 때의 주위 맥락이 이 새로운 물고기가 진짜인가에 대한 당신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우린 아이들에게도 이런 일을 한 셈이다. 우리는 아이들이 처음 들어보는 서닛이라는 동물에 대해 말한 것이다. 어떤 아이들은 그 이야기를 용과 유령이 등장하는 판타지의 맥락으로 듣는다. 어떤 아이들은 의사나 과학자들이 말하는 과학적 맥락으로 서닛에 대해 듣는다.

4살 정도의 어린 아이들은 판타지적 맥락보다는 과학적인 맥락으로 들었을 때 서닛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을 가능성이 더 컸다.

어린이들은 지식을 어떻게 사용하는가

성인이 새로운 것에 대해 배우는 주요 방법 중 하나는 남들에게서 듣는 것이다. 새로운 물고기에 대한 이야기를 해양 생물학자에게 들었을 때와 툭하면 자기가 외계인에게 납치당했다고 우기는 옆집 사람에게 들었을 때를 비교해 보라. 두 정보원에 대한 전문 지식과 신뢰성에 대한 당신의 평가가 이 물고기의 실재 가능성에 대한 믿음에 영향을 줄 것이다.

다른 프로젝트에서 우리는 어린 아이들에게 새로운 동물들을 보여주었다. 가능한 생물(예: 바다에 사는 물고기), 불가능한 생물(예: 달에 사는 물고기), 있을 것 같지 않은 생물(예: 자동차만큼 큰 물고기)였다. 그리고 이게 정말로 있는지 직접 판단하거나 누군가에게 물어볼 수 있게 했다. 또한 동물원 사육사(전문가) 또는 셰프(비전문가) 중 한 명의 말을 들어볼 수 있게 했다.

어린이들은 가능한 존재는 믿었고 불가능한 존재는 부정했다. 이 결정은 기존 지식과 새로운 정보를 비교해서 내린 것이다. 있을 것 같지 않은 (존재할지도 모르지만 희귀하거나 이상한) 생물에 대해 아이들은 셰프보다는 동물원 사육사가 진짜라고 했을 때 훨씬 더 잘 믿었다.

즉, 어린이들은 성인과 마찬가지로 전문 지식을 사용한다.

누구는 믿고 누구는 믿지 않는 이유는 성인들 때문이다

아이들이 이렇게 영리하다면, 왜 산타를 믿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부모와 다른 어른들이 산타에 대한 믿음을 너무나 강력하게 지원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최근 연구에서는 부모의 84%가 크리스마스 시즌에 아이를 데리고 산타 분장을 한 사람이 있는 곳에 두 군데 이상 갔다고 한다.

‘선반 위의 엘프 The Elf on the Shelf’는 크리스마스 무렵 어린이들의 행동에 대해 산타에게 알려주는 엘프들에 대한 어린이 그림책이었다. 이제는 수백만 달러짜리 프랜차이즈 산업이 되었다. 미국 우편 서비스에서는 아이들이 산타에게 보낸 편지에 개인적으로 답장을 보내주는 ‘산타의 편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그렇다면 왜 어른들은 그토록 아이들이 산타를 믿게 만들고 싶어할까?

대답은 간단하다: 어린이들은 우리가 하는 말을 생각없이 전부 다 믿지 않는다. 그래서 어른들은 아이들을 지붕의 종, 몰의 산타, 크리스마스 아침의 반만 먹고 버린 당근 등의 증거로 압도해야 한다.

어른들의 이런 노력을 봤을 때, 아이들로선 믿지 않는 것이 비이성적일 것이다. 사실, 어린이들은 산타 클로스를 믿으며 과학적 사고 기술을 발휘하게 된다.

첫째, 아이들은 정보원을 평가한다. 내가 진행 중인 연구에서 보이듯, 어린이들은 무엇이 진짜인지를 판단할 때 어린이보다는 어른을 더 믿는다.

둘째, 아이들은 증거(예: 크리스마스 아침의 빈 우유잔과 반만 먹고 남긴 쿠키)를 사용해 존재에 대한 결론을 내린다. 나의 다른 연구에서는 아이들이 할로윈 밤에 찾아와 캔디를 가져가고 새 장난감을 두고 가는 환상의 존재인 캔디 마녀에 대한 믿음을 결정할 때도 비슷한 증거를 사용한다는 것을 밝혔다.

셋째, 연구에 의하면 아이들은 이해력이 발달함에 따라 산타클로스 이야기의 어처구니없는 점을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뚱뚱한 사람이 어떻게 굴뚝으로 들어오느냐, 어떻게 동물이 날아다니느냐 등이다.

당신의 자녀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인가?

어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산타를 믿게 만드는 게 해가 되지는 않을까 우려한다. 산타라는 거짓말을 지속시키는데 반대하는 철학자들과 블로거들이 잔뜩 있다. 일부는 심지어 부모 및 다른 권위에 대한 영원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까지 말한다.

산타에 대한 믿음, 그리고 산타가 사실이 아니라는 발견이 유의미한 방식으로 부모에 대한 신뢰에 영향을 준다는 증거는 없다. 게다가 아이들은 진실을 밝혀낼 도구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산타 이야기를 생각하는 건 그런 능력을 사용해 볼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러니, 크리스마스에 산타 클로스를 집으로 초대하는 것이 당신과 가족들에게 즐거울 것 같다면 얼마든지 그래도 좋다. 당신의 아이들에게 문제는 없을 것이다. 게다가 뭔가를 배우게 될 수도 있다.

*허프포스트US의 블로그 글을 번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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