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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9월 23일 11시 38분 KST | 업데이트됨 2020년 09월 25일 15시 03분 KST

교회들이 코로나19로 '헌금' 줄어들자 '부교역자'를 해고해 비용 감축에 나섰다

교역자를 ‘봉사자’라는 명목으로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국내 한 대형교회의 기도원에서 근무하던 전도사 A씨는 최근 갑작스러운 해고통보를 받았다. 새벽 예배를 시작으로 하루 4번 예배를 준비하고 중간중간 기도원을 찾아오는 신도를 상담해 주는 일을 하던 A씨가 받는 급여는 80만원이었다.

새벽 예배를 준비하기 위해 오전 4시에 일어나야 했고 밤 예배를 마치면 시곗바늘은 오후 11시를 가리켰다. 예배가 철야로 이어지면 오전 2~3시에 끝나는 날도 있었다.

처음 기도원에서 일을 할 때 ‘하나님의 부름으로 함께 선교하게 됐다’고 포장하던 기도원은 정작 해고할 때가 되니 근태가 불량하다며 A씨의 근무 내용을 하나하나 지적한 자료를 내밀었다. 기도원을 나와 생계를 위해 식당에서 일하는 A씨는 기도원에 대한 배신감과 정신적 충격으로 현재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22일 뉴스1과 만난 엄태근 기독노동조합 위원장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교회에서 일을 하던 부교역자(부목사, 전도사)들이 갑작스럽게 해고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대면 예배를 하지 않는 경우가 늘어나고 교회 수익도 줄면서 교회들이 가장 줄이기 쉬운 부교역자를 해고해 비용 감축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봉사자’ ‘사명자’로 불리는 부교역자, 전화로 해고 통보된다

“부교역자의 해고절차는 너무 간단해요. 당회실에 부르거나 아니면 전화로 ‘다른 교회를 알아보라’고 합니다.”

엄 위원장은 A씨의 예처럼 부교역자들이 갑자기 해고당해도 어디에도 이야기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노동자’로 인정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먼저 대부분 교단에서 교회 내 근무하는 교역자들을 ‘봉사자’ ‘사명자’라는 이름으로 부르며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어 노동자성을 인정해달라는 법적 소송에서도 법원이 교회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엄 위원장 스스로가 부목사(담임목사를 보조하는 역할) 시절 담임목사와 3년간 구두계약을 했지만 1년 만에 해고됐다. 헌정 사상 최초로 부목사의 근로자성을 인정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3심까지 모두 패소했다.

법원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4대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점, 소득세를 납부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엄 위원장의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엄 위원장은 법원의 이런 판단이 교역자들의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해 내린 결과라고 지적했다.

뉴스1
기독노동조합 관계자들이 2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입구 앞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교역자도 노동자다” : ‘기독노동조합’ 설립됐다

교회 교역자들이 성직자라는 이유로 노동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 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자, 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노동조합이 설립됐다.

기독노동조합은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부목사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은 법원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조합의 출범사실을 알렸다.

기독노조는 교회 내 근무하는 노동자들이 노동권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조직 활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이외에도 교회 세습 반대 운동 등 교회 내 부조리를 지적하는 활동도 함께 병행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기독노조가 설립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4년 교회 내 노동자들을 위한 노조가 설립된 적이 있었다. 이길원 목사가 직접 위원장을 맡아 활동했지만, 2015년 교단에 의해 이 목사가 면직·출교 조치되고 직권폐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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